글자가 되지 못한 문장들이 마음 속에서 흩어진다. 그렇게 잊혀지고 지워지기를 반복한 후에야 기록으로 남기려하면 사라진 문장들을 어디서 소환해야 할지 막막하다.
나는 늘 기억력이 좋아서 삶에 유용한 치트키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스스로 만들어내고 흩어버리기를 반복한 문장들은 어디로 숨었는지 끝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도 실망하거나 잃어버린 문장을 소환하려 노력하지 않는 것을 보면 나란 사람도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내삶의 오랜 동반자'강박'이란 녀석은 이럴 땐 전혀작동하지 않는다. 생각해냈던 좋은 글감이나 문장들이 휘발된 것을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 느슨함은 나를 '그나마' 덜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