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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 Feb 22. 2024

새 원고지에 독후감을 옮겨 적던 날

문장을 만들고 고치고.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날, 학교 과제로 과학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야 했다. 빨간색 네모칸이 가득한 원고지에 띄어쓰기를 신경쓰며 정성껏 글자를 옮겨 적었다.  


얼마 후 학교 선생님이 내가 작성한 독후감을 돌려주시며 새 원고지에 옮겨오라고 하셨다. 돌려 받은 원고지에는 선생님이 빨간 펜으로 첨삭해주신 흔적이 남아 있다. 어법에 맞지 않았던 문장, 어색한 단어와 표현, 그리고 띄어쓰기를 세심하게 고쳐주신 흔적이 좋았다. 


돌려받은 원고를 소중히 가방에 넣어 집으로 돌아와 얼마나 기쁜 마음으로 첨삭된 독후감을 새 원고지에 옮겨 적었는지. 당시 교내 대회가 아닌 조금 더 큰 지역 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새 원고지에 작성해 오라고 하신 것이었는데 새로 작성했던 원고로 작은 상이라도 받았나 안 받았나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확실한 것은 교내 대회에서 받았던 그 상이 나의 첫 글짓기 대회의 상이었다는 점이다. 


그 날 이후로 나는 모든 글짓기 숙제에 참 열심히 공을 들였다. 이전까지 글짓기는 그냥 숙제로 억지로 하는 와중에, 대충할 수 없는 성격탓으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꾸역꾸역 완성하는 노동이었다면, 그 이후론 문장을 만들고 고치는 작업이 꽤 멋있게 느껴지는 어른들의 일로 생각되었다. 로망은 그렇게 시작되었는지도. 


책을 읽는 작업(?)도 그렇게 함께 좋아하기 시작했다. 




© fredmarriage,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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