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버지와의 기억을 글로 남겨두고 싶었을 뿐이다. 누군가는 "그런 게 바로 애도야."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전혀 다른 의미다. 나는 나의 아버지란 사람을 이미지가 아닌 글로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다. 어느 한 사람의 성품을, 그 사람의 인생을 담아내기에 언어라는 것이 얼마나 단순한가 끊임없이 생각하면서도, 보이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아버지의 모습과 아버지가 만들어준 기억들에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감성과 시간들까지 담아내야만 내 아버지의 모습이 온전히 표현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글을 쓰는 시간은 애도의 시간이 된 듯하다. 우리의 기억을 문장으로 풀어내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와의 이별로 슬픔에 매몰되었던 시간들이 마음 한 구석 저편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마음이 아파 외면했던 지난 추억들이 밀물처럼 마음속으로, 기억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여전히 슬프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아버지와 나눴던 일상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더 진하게 마음 한켠에 쌓이기 시작했다.
아버지란 존재와 그 사랑이 나에겐 숨과 같아서 소중한 걸 모르고 살았다. 잠시 물에 빠진 사람처럼 감정의 물결에 허우적거렸지만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아버지가 남기고 간 마음과 사랑이 사라져 버린 게 아니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