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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 May 11. 2024

기록하기를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이면의 또 다른 마음

기록하기를 좋아하지만 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문장을 만들면서 가장 즐거울 때는 내 멋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정제하지 않고, 아무런 검열도 하지 않은 채 끄적이는 글을 쓰게 될 때이다. '그저 써내려 갈 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런 문장들은 나의 일기장에 봉인된 채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대단한 곳에 투고를 할 것도 아니지만 정제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마음 한 구석에 늘 존재한다. 그냥 내 성격의 일부인 것이다. 특히나 공개된 곳에 어떻게든 보이기 위한 글이니 혼자 쓰는 글과는 다르다. 적어도 나란 사람에게는 그렇다.


자기 검열이 심한 나에게는 때때로 [생각을 정리하고 문장을 지어내고 발행버튼을 누를 때까지] 일련의 시간들이 고된 시간이 될 때도 있다. <나의 선입견에서 비롯된 문장이지 않을까?> <이 부분은 적어놓고 보니 전혀 논리가 맞지 않은데.> <얄팍한 지식에 불구한데 아는 척이 되지 않을까?> 가끔은 별의별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매번 그런 것 또한 아닌데 어이없는 강박증의 (재)발현이다. 경험 자체가 아닌 나의 주관적 가치판단이 들어간 문장을 지어낼 때는 더욱 그러하다.


개인적인 경험과 지식으로 얽어낸 문장들이 나의 얄팍한 가치관을 어설프게 드러내는 결과가 될까 봐 마치 땅굴 파듯 깊숙이 생각의 늪에 빠져든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드러내기를 머뭇거린다.


그렇게 세상에 꺼내놓기까지 크고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애초에 그렇지 않은 문장을 만드는 게 편안한지도 모른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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