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라는 시험제도에 마음의 부담을 가지기 전까지 무언가 끄적이는 것을 참 좋아하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일기 쓰기, 독서기록장 쓰기, 플래너 쓰기 등등등. 노트를 펼치고 펜을 들어 하루를 계획하고 있었던 일들을 살뜰히 문자로 담아내고, 읽은 기록을 남기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은 꽤 아득한 일이 되었지만.
그런데 며칠 전, 잊고 있던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편지를 쓰는 것도 정말 좋아했었지 하는 생각이 정말 문득 떠오른 것이다. 어쩌면 초등학교 내내 가장 많이 했던 일이었을 텐데 까맣게 잊고 지냈다. 편지 쓰는 일은 고사하고 이메일조차 써 본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보니 그 시절 나의 일상이 편지 쓰기로 시작해서 편지 쓰기로 끝났을 정도였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던 것이다.
아이들은 보통 좋아하지 않는다는 일기 쓰기를 좋아했던 것은 당시 담임 선생님이 매일의 일기를 읽고 코멘트를 달아주신 덕분이었다. 보이는 일기가 솔직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세월의 옷을 입은 현재의 나에게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편지 쓰는 것을 좋아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다만 일기와 다르게 편지는 받는 이를 위한 '맞춤형 정성'이 필요하다. 팬시점에 가서 예쁜 편지지를 고르고, 편지 받을 이를 생각해서 최대한 색이 고운 펜으로 정성껏 글씨를 눌러 담아 적어야 하니까. 가끔은 연습장을 찢어서 편지지를 만들기도 한다. 여백에 예쁜 그림도 그려주고, 어설프지만 색연필로 장식도 넣어주면서. 최대한 근사한 편지지가 만들어질 때까지 연습장을 버리고 새로 만들기를 반복했던 기억.
학급 우체통에 곱게 쓴 편지를 넣고 답장을 기다리던 설렘. 가끔은 편지나 엽서와 함께 작은 선물을 포장해 넣어 보내기도 했다. 같은 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이기에 직접 주면 그만일 수도 있지만 그 당시 우리는 늘 학급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 보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우체통을 열어 편지를 배달했다. 요즘 아이들도 편지를 쓸까 문득 궁금해진다.
방학 때는 담임선생님에게 편지를 썼다. 학교에서 단체로 보낸 위문편지에 답장이 온 덕분에 군인아저씨와 펜팔을 했던 기억, 즐겨보던 만화잡지에서 나온 주소록을 보고 펜팔친구를 만들었던 기억도 있다. 우편으로 보내야 하는 편지에는 우표 하나까지도 정성스럽게 골랐다. 돌아보니 나름 낭만 있는 초등학생 시절을 보낸 것 같기도..
대학시절엔 이메일 주고받는 재미에,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시기엔 방명록에 서로의 이야기와 마음을 담아 주고받는 재미가 있었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