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녀석을 미약한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듯한, 우수에 찬 표정으로 우리를 심쿵하게 만들었던 녀석은 자주 탈출을 감행했다. 뒷다리를 잘 사용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었지만, 감사하게도 점프실력은 나날이 좋아졌다.
펜스에 다시 넣어두면 뛰어오르고, 넣어두면 뛰어오르고를 반복. 한 번은 탈출한 녀석을 다시 펜스 안으로 들여보내지 못하고 찜찜한 마음으로 외출하게 되었다. 집구석에 보이지 않는 곳에 끼어들어가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에 내내 신경이 쓰였는데 외출 후 귀가한 언니에게 문자가 왔다.
"집에 와보니까 펜스 안에 도루 들어가서 자고 있는데?"
펜스 안이 답답해서 탈출한 것만도 (귀찮긴 하지만) 대단한 녀석!이라 생각하던 차였는데, 집사들 외출하는 동안 덩그러니 집구석을 돌아다니는 것도 의미가 없다 싶었는지 곰새 펜스 안에 들어가서 숨숨집으로 귀가 후, 편안히 주무시고 계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