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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온 Jan 27. 2024

모험

뜻밖의 여정

 며칠 전, 지인에게서 아주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다. 미국 텍사스 달라스에 사는 그녀를 편하게 달이라고 하겠다. 달이는 승무원이라는 그녀의 오랜 꿈을 드디어 이루어 냈다고 했다. 2021년, 나와 함께 미국의 항공사에 취업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던 달이는 안타깝게도 항상 끝자락에서 돌아서야만 했다. 달이는 내 앞에서는 항상 미소를 지었지만 남몰래 흘렸을 눈물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언젠가 달이의 최종합격 소식을 들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안되면 누가 된다는 거야! 몇 년을 노력하던 그녀는 드디어 2024년에 미국의 가장 큰 항공사인 3개의 대형 항공사 중에 하나인 회사에서 입사 제의를 받았고 합격을 하자마자 바로 나에게 전해준 것이다. 달이의 노력과 눈물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 것이 너무 기쁘기도 했고 그동안 달이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합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달이의 표정이 어땠을지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꿈은 이루어진다. 그녀는 그렇게 평생의 꿈을 노력으로 이루어냈다.


 지금은 세종시로 발령이 나 세종시에서 살고 있는 내 친구, 세종이는 임용고시를 준비했었다. 매년 그녀를 열렬하게 응원했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는 합격의 문을 통과하지 못했고 좌절했다. 세종이의 대단한 점은 전혀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는 점이다. 최선을 다해서 시험을 다 치르고 나서 기다리고 기다렸던 결과가 불합격이라는 결과창을 봤을 때 세종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녀를 15년간 지켜본 나는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세종이의 눈물을 닦아주진 못했지만 그녀의 옆에서 항상 그녀의 버팀목이 되어주고자 했다. 그랬던 그녀가 어느 날, 합격했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담담하게 "나 이번엔 합격했더라?" 하는 목소리에 왜 내가 눈물이 터졌는지 모르겠다. 세종이의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와 "야, 너 설마 울어?" 하며 놀는 목소리에 애써 "아니거든?" 하며 강한 척을 했지만, 그때 솔직히 말을 할 걸 그랬다. 너의 꿈이 이루어진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너의 꿈을 이루어 낸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결국 해낼 줄 알았다고. 이제 그녀는 벌써 어엿한 선생님으로 수년이나 교직에 몸을 담고 있다.


 꿈을 이룬 사람들의 여정은 정말 말 그대로 장대한 판타지 소설과도 같다. 어쩜 그렇게 우여곡절이 많고 사사건건 사건들이 일어나는지. 나였다면 바로 포기하고도 말았을 그 순간에, 그들은 툴툴 털고 일어나 모험을 재개한다. 그들이 상처를 입고 피를 토하고 쓰러지기 직전까지 가도 포기하지 않는다. 묵묵하게 그들은 그들이 가야 할 길을 걸어간다. 예상외의 전개도 끝까지 결말로 이어가는 주인공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모험담은 나중에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구전설화처럼 전해지는데 하나같이 대단 영웅담이 된다. 우연히 모험을 떠난 빌보 베긴스가 영웅이 되어 백엔드에 돌아와 프로도에게 남겨준 그 책처럼.


 오래도록 하나의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했을 그들의 모험은 아무리 이야기를 부풀리고 부풀려도, 결국엔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 이상은 모험 그 자체는 될 수 없다. 친구들의 성공을 곁에서 지켜본 내가 아무리 멋들어진 문장과 수려한 묘사로 설명을 해도 결국 하나의 구전설화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가 될 뿐이다. 하지만 그녀들이 겪은 모든 일은 전설이 되어 그녀 자신들을 영웅으로 만들었다. 꿈을 이뤄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그 원대한, 꿈으로의 모험은, 겪어보지 못한 자들에게 전설로 전해 내려올 뿐이지만, 그 꿈을 이룬 자는 이제 다른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한 것이다. 나도 이제 내 모험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집에 모인 드워프들을 따라 우연히 모험을 시작한 호빗, 빌보의 시작도 어떻게 보면 미미했으니, 나도 언젠가 드래곤 스마우그를 해치우고 돌아올 수 있을지,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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