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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온 Jan 29. 2024

다들 한 번쯤 해 본 생각

내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1990년생으로 2024년 기준으로 만 34살, 한국 나이로 35살이다. 35살이라는 나이를 놓고 보면 절대 어린 나이라고는 할 수 없는 수치인 것은 잘 알고 있다. 인터넷에 조금만 찾아보면 또래인 사람들의 고민거리를 몰래 훔쳐볼 수 있다.


 [제 나이 30대 반인데, 유학 가는 것은 미친 짓일까요?]

 [대학교 다시 가고 싶어요. 그런데 나이가 많아요.]

 [30대인데 신입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알거나 친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시대를 공유하고 있다는 동질감 때문인지 마치 내 친구들 같으니까 이제부터 또래의 불특정 다수를  친구라고 편하게 부르겠다. 친구들의 주된 고민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데, 나이 때문에 꺼려진다는 내용이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더니 퍽이나!


 생각해 보면 조금 억울하다.


 오늘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도 5년이라는 시간만 지나면 5살이 되고,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10살이 된다. 나도 친구들도 그렇게 20년을 보냈더니 갑자기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쥐어주고는 사회로 등 떠밀렸다. 평생을 미성년자 어른들의 보호 아래 살아왔는데 갑자기 이제 내 삶을 책임져야 한단다.


 사회적인  지위는 달라졌지만 문제는 내면은 여전히 17살의 고등학생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거 하라면 이걸 하고, 저거 하라면  저걸 해오는 인생을 살았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내 인생”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성인이 된 지 1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내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물론 자기 앞길을 척척 개척해서 나아가는 멋진 친구들도 있지만, 나는 그들처럼 멋진 사람이 아니다.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은 이미 자신들의 자리를 확고히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일찍 취업한 친구는 벌써 승진을 해서 팀장이라는  직급을 달았고, 어떤 친구는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따는 중이며, 또 한 친구는 교직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멋진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하는 것이라고는 친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반듯하게 서서 가야 할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결혼이라는  것을 하기 전에 가장 큰 고민이 있었다. 솔직하게 까놓고 이야기해서 내 경력은 보잘것이 없다. 고작 몇 년 승무원으로 일을 한  것과 몇 개월씩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고작이었다. 이 경력으로, 이 나이에, 심지어 외국어로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새로운 나라에서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아니, 애초에 기회를 얻을 수나 있을까? 불안하고 초라해졌다.


 영국에서 3년을 지내면서 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답이 없는 것인지 찾지 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명쾌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이젠 나이가 어떻든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을 살아가든 나와는 구분하여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예전과는 다르게 초조하거나 불안한 마음은 없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깥에서 안으로 돌림으로써 여유라는 것이 생겼고 덕분에 인생을 대하는 속도감이 조금 변한 것 같다.


 가수 아이유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이 부적처럼 생각하고 있는 가사가 있다고.


 [운명을 고르자면, 내 운명을 고르자면,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르지.]


 남들이 성큼성큼 가고 있는 그 길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저질러보자. 인생은 원래 저지르는 사람의 것이라잖나!


 지금 서 있는 이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이고, 내 운명의 길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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