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모닝과 모닝루틴을 하지 않는 이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더라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라는 노래 제목에 걸맞게 요즘 21세기를 살아내는 모든 사회인들에게는 정말로 24시간이 모자라다. 회사도 다녀야 하고 자기 계발도 해야 하고 취미생활도 빼놓을 수 없으며 가족 간의, 혹은 친구 간의 단합도 중요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몸은 하나인데 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 같아서 다들 늘 무언가에 쫓기며 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들 한다. 그런 현대인에게 일침을 놓은 한 권의 책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할 엘로드 작가의 '미라클모닝'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몇 가지 특징 중에 하나가 아침형 인간이라고 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과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 혹은 해야 할 일들을 미리 마치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종잇장과 같은 내 귀가 펄럭이며 열심히 정보를 찾아봤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정말 나도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다음 날부터 미라클모닝을 실천하려고 했다.
어떤 사람은 학교 선생님인데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운동도 하고, 도시락도 만들고, 유튜브 브이로그도 찍으면서 아침시간을 활용하는 사람이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대학원을 다니는 학생인데 새벽 3시에 일어나 독서를 하고, 아침에 쓰는 일기를 쓰기도 하고, 논문을 읽기도 하면서 아침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 외에도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새벽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손가락 몇 번만 타자로 치면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의 일상을 찾아보면서 '모닝 루틴(Morning Routine)'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모닝루틴이란, 아침에 특정한 것들을 하는 습관들을 말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물을 한 컵 마시고, 양치를 한 후에 조깅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하는 등의 그런 정해진 습관과도 같은 것이 그런 것들이다. 사람마다 아침에 하는 일들이 다른데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운동을 하거나 독서를 하는 등의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런 건강하고 보람찬 아침을 보내는 사람들의 하루가 너무 부러워서 몇 번이고 따라 해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새벽 6시보다 일찍 일어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조깅을 하거나 다른 특별한 뭔가를 하기엔 내 의지가 부족하다는 건 잘 자각하고 있었다. 의지가 약한 내가 만든 나에게 맞춘 모닝루틴은 이러했다. 새벽 6시에 기상해서 유산균을 챙겨 먹고, 30분 정도 요가를 한 다음에 커피를 마시면서 30분간 독서. 그 후엔 출근 준비. 이런 완벽하고도 초심자 모닝루틴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아침형 인간은 아니었다.
정말 억울한 일이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야간'자율'학습은 자율이 아니었다. 강제로 야간학습을 하고 나서 집에 귀가를 하면 자정이 넘는 시간인데, 사회가 나를 야행성 인간으로 키워낸 것을 이제 와서 "아침형 인간 하세요!" 한다고 바뀔 리가 만무했다. 혹은 아침에 일어나더라도 모닝루틴에서 내 의지가 꺾였다. 매일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일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매일 아침의 내 기분과 몸 상태도 다르고 그날그날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있음에도 '모닝루틴'이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도 요가를 하고 싶지가 않았고, 독서를 30분보다 더 읽고 싶은 날도 있었다. 또 어떤 날은 독서나 요가는 전혀 하고 싶지 않고 그냥 산책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 하루하루가 전혀 기쁘지도 않았고 보람차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내 하루를 보람차게 보내고 싶어서 시작한 것들이, 내 하루를 시작부터 실패한 하루로 만들고 있었다.
작년부터 그 모든 것을 멈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일찍 일어나기도 하고, 늦게 일어나면 늦게 일어나기도 하며 내 몸 컨디션과 기분에 모든 것을 맡겼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글을 쓰고 싶으면 글을 쓰고, 조금 더 누워있고 싶으면 누워 있고,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그날그날 해나갔다. 특정 시간에 일어나 특정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내 기분에 맞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고, 굳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느긋한 내 속도에 맞게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그랬더니 오히려 미라클모닝을 할 때보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짧아졌어도, 더 보람차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하루를 알차고 보람차게 꽉꽉 채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미라클모닝이나 자신만의 루틴을 활용하여 더 멋진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난 그런 성향의 사람은 아니다. 사람마다 걷는 보폭과 속도가 다르듯이 우리의 인생의 속도와 보폭도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 행복하다. 24시간이 모자라다는 생각을 하더라도 차라리 일상의 여유를 느끼며 느긋하게, 천천히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