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리온 Feb 12. 2024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다짐만 10년째

 새해에 이루고 싶은 것들이라는 이름의 리스트가 있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을 적어두었다. 그중에 하나가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인데 부끄럽게도 운동하기는 10년도 더 넘은 목표다. 이젠 정말로 실천해야 할 때가 왔다. 솔직히 10년이면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는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인데 나는 그 금과 같은 시간을 '내년엔 진짜 해야지!' 하며 회피하는데 허비했다. 이건 전적으로 내 의지박약으로 초래된 결과라 변명을 할 여지가 없다.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나도 운동이 우리 신체에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는 당연히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또 다른 내가 마음속에서 이렇게 속삭인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까, 내일 해."

그럼 또 귀가 종이처럼 얆은 나는 '그렇지, 감기라도 걸리면 오히려 더 큰일이니까 오늘만 쉬고 내일부타 해야지!' 그 내일이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을 만들어 냈다. 일을 미뤄도 10년을 미룬 사람은 아마 나 밖에 없을 것 같아서 부끄럽지만 글은 솔직하게 쓰기로 했으니 가짓말은 하지 않겠다.


 격한 운동은 아무래도 꾸준히 하기엔 힘들 것 같아서 정적이고 내가 꾸준히 따라 할 법할 요가를 올해의 운동으로 정했다. 요가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스트레칭과 비슷해 보였고 그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도 없는 자신감에서 우러나온 결정이었다. 1월 1일, 기특하게도 유튜브로 요가 영상을 하나 선택하여 집에서 요가를 시작했다. 초보자를 위한 요가를 선택하고 호기롭게 시작을 했는데 왜 몸이 그 방향으로 굽혀지는지, 이게 정말 초보를 위한 영상인 건지, 평온하고 미소를 머금고 계신 선생님과는 달리 내 표정은 왜 이렇게 찌푸려지는 건지. 그래, 내가 잘못 생각했다. 나는 초보도 아니었다. 왕초보였다. 다음날부터 왕초보 요가를 검색해서 띠라 했더니 그나마 할만했다.


 이제 겨우 1월이 지났을 뿐이다. 10년간 나를 현혹시킨 또 다른 내가 튀어나와 방해를 할 수 있는 날이 아직도 300일쯤 남았다는 얘기다. 아직까지는 이성적인 내가 이기고는 있지만 앞으로 길고 고독한 싸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 이맘때쯤엔 내 작은 성취를 모두에게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지지 않았노라고. 그렇게 의지가 약하단 나도 드디어 해냈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