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틈나는 대로 글을 쓴다.
만약 쓰는 글이 영상화된다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상상해 본다.
오래전부터 간직한 꿈.
흥행 감독!
오늘도 그 꿈을 향해 한 발짝 한 반짝 전진한다.
중년의 나이에 이런 얘기를 하니
듣는 사람이 민망해한다.
그들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마음의 소리
'이 인간이 아직도 이런 생각을!'
'중년에도 꿈을 꾼다고?'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다른 당혹함이 묻어나는 표정.
그들의 표정 앞에서 표정 관리하는 나.
난데없이 내 꿈을 이야기한 게 아니었다.
이 나이에 갑자기 그럴 일도 없다.
누가 55세의 남자에게
"꿈이 뭐예요?"를 묻겠나?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 식사 자리 같은 걸 갖고 있다.
누군가 내게 근황을 묻는다.
"틈나는 대로 글 쓰고 있고 영화로도 만들고 싶어!"
"영화?" "영화요?"
"예전부터의 꿈이었는데 진행해야지."
"너희는 요즘 뭐 하는데? 선배님은 요즘 어떠세요?"
나이는 달라도 비슷한 답변이 돌아온다.
“꿈은 무슨!”
"먹고살기 바빠서, 그런 거 잊은 지 오래됐다."
아니 누군 일 안 하고 굶고 삽니까?
먹고살기 바쁠수록 꿈을 꿔야 하는 거 아닌가!
꿈도 없는 사람들과 대화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피로한 얼굴이 내게 옮을까 무섭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래서 잘 삐지는 상관하고 요즘은 어때?"
"요즘 사업은 좀 어떠세요?"
자식 걱정에 부모 걱정까지.
어차피 마음대로 안 되는 게 현실.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서로에게 한다.
너도 나도 대수롭지 않게 된다.
간혹 리액션은 가미하지만 어차피 남의 일이다.
이야기하는 사람도 남의 일처럼 얘기하지 않았나!
자기 이야기를 남 얘기 처럼 하는 사람에게 감정 낭비를 하게 된다.
희망이 있는 꿈 이야기가 낫지 않나?
한 때는 영화 학도였고 독립 영화감독이었던..
나와 이력이 비슷한..
지금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투덜 되는 스무 살 어린 후배가
묻는다.
"포기 안 하는 이유가 뭐예요?"
이유?
술의 힘을 빌어 훅 들어온 어퍼컷 같은 느낌의 질문이었다.
이 자식 취한 거 맞아?
잠깐 생각을 했다. 술을 한 잔 들이 켰다.
그러게 이유가 뭘까? 어떤 힘의 작용일까?
그리고 든 생각은..
쪽 팔리잖아.
포기는 너무 쉽잖아..
"포기는 너무 쉬워서 안 하는 거다!"
포기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아 보인다.
씁쓸함이 묻어나는 그들의 얼굴.
할 만큼 했다는 자조의 미소.
그들에게 바란다.
포기하지 말라고.
시작점만 다시 찍으면 된다고.
제발 희망을 갖으라고.
그들이 꿈을 꾸길 바란다.
포기는 쉬워서 안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