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살사들 이야기, intro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널찍한 사무실이 보였다. 창문 앞 독립된 두 자리, 그 앞쪽으로 네 묶음, 한 묶음마다 서너 자리, 그 자리마다 앉아있는 사람들, 벽을 둘러싸고 있는 캐비닛들, 그리고 중간쯤엔 복사기 한 대.
이 곳은 1990년도 어느 대학의 한 사무실이다.
새로 나타난 사람에 호기심 가득한 선배들의 눈길을 가벼운 눈인사로 응답하며, 사무실 중앙을 가로질러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한 과장님을 처음 보는 순간, 스물여덟의 나는 '우와~ 이분은 많이 늙으셨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대학과의 새로운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차례로 인사를 하며, '내가 10년 후엔 이런 자리에, 20년 후에는 저런 일을 하고, 30년 후엔 저 모습을 하고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무실에서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의 삶을 동시에 느껴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년보장이 되는 조직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 사무실에 들어오기 전까지 나에게, 대학은 그저 규모가 큰 학교였다. 강의실에서 보았던 대학과 사무실에서 보는 대학은 너무도 달랐다. 이런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부터 시작한다. 직장인으로서의 철저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대학에서 살아가며 친구와 동료로 만났던 사람들, 살면서 느끼고 생각하며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
어느덧 이 곳에서 30여 년을 지냈다.
긴 세월을 보낸 만큼, 이제 나는 젊음을 멀리하고 늙음에 가까워졌다. 사무실에서의 늙음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탱글탱글한 모습으로 하늘을 날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바람 빠진 고무풍선'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산전수전 다 겪고 오래 살아남아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심지 굳은 큰 바위'의 모습일지 모른다. 이리저리 휘청이면서도 강한 바람을 피하며 견뎌내는 '노련한 갈대'와 같은 모습일 수도 있다. 혹은, 어떠한 쇠도 두들기고 두들겨서 필요한 모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전히 '성실한 대장장이'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안쪽 깊숙한 사무실을 차지한 나도 그들의 눈에 그처럼 늙어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