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여지는 나와 우리
모방송국의 <딴따라>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패널이 흥미로운 얘기를 했다.
엄청이나 재주 많고 끼가 넘치는 출연자에게
<살면서 깎여진다>
<학교 가면서 깎여진다>라는 말을 하며,
안타까움과 그러지 않길 바라는 진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우리 대학에 입학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자타공인 수재의 소리를 듣기에 충분한 재원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졸업을 하게 되어,
학교 문을 나갈 때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짧게는 4년 길게는 10여 년을 학교에서 보내고 나가는 그들이,
학교 문을 나서는 그들이,
처음 두드리던 그 모습과 비교해 깎여지지 않고,
오히려 잘 다듬어지고 나아진 모습이어야 텐데.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아마도 그러지 못한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다.
나는 그들이 동들 동글 깎여서 이리저리 줏대 없이 굴러다니는
길바닥의 돌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교수가 교육하는 일을 맡고 있으니,
나는 직원이니까,
그 책임을 전부 교수에게 전가하는 것은
왠지 마음 한구석이 찔린다.
교육은 환경도 중요하고 시스템도 중요하다.
시스템이나 환경에 대한 책임은 우리들 행정 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대학을 운영한다는 것은 운영을 맡았다는 말이고,
사회 변화에 맞추어 그 시스템을 혁신하고 발전시켜
인재를 기르는 일에 조연 주연이 따로 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인재가 되기 위한 주연은 분명 학생 그 자신이다.
그러니 주연 못지않은 모든 조연들은
절대적인 노력과 협업이 필요하다.
교수는 교육과 연구에
직원은 운영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교수가 자기 본업인 교육과 연구는 뒷전이고,
대학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모습은 가관이다.
직원 또한 본업인 운영을 방치하고,
이른바 힘 있는 교수의 시종화가 되는 것은 최악이다.
각 자의 위치에서 정해진 바대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세월이 가면서, 학교를 다니며 깎이지 않게 하는 최선의 선택이다>
하나하나의 인재들이
<귀하고 올바른 조각 작품>으로 성장하여
세상에 나아가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 대학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명이다.
우리 서로,
하늘이 내린 직무에...
충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