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 Oct 18. 2021

직장 후배의 시간

시간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시간은 각 자에게 의미가 있고 생에 있어서 특별히 한정된 재원이며, 재생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 인지도 모른다. 후배에게 밥을 사주면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점심 잘~ 먹었습니다.'라는 소리를 들으며 뿌듯해하는 선배가 많다. '당연하지! 내가 너희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었는데...' 생각한다면, 상당히 셈이 잘못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것은 후배의 시간이다.


거기에 비하면 후배에게 산 밥값은 아주 미미한 가치 일지 모른다. 후배들과 점심을 같이 하였다면 선배는 밥값뿐만 아니라 후배들에게 빼앗은 시간 값을 충분히 지불해야 마땅하다. '소중한 후배분들의 시간을 함께 나누어 주어서 고맙습니다...' 하며 마음속 깊이 감사하는 선배가 좋은 선배이다.


모든 것이 값으로 메겨지는 세상에서 값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그것 중 하나가 시간 나눔이며 이것이 만남이고 만남은 즉 생을 같이 하는 순간이 된다. 억만 겁의 인연이 여러 차례 있어야 세상에서 만나 말을 한마디 나눈다고 한다. 억만 겁이 얼마나 많은 수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분명 '억'자가 들어있으니, 엄청나게 많은 인연의 반복이 필연을 만들어 우리 세상에서 한번 말을 나누게 된다는 의미는 알 것 같다. 이 말은 결코 많음에 강조하는 말은 아니라 생각된다. 만남과 인연 그 자체가 억만 겁이 여러 차례 있어야 할 만큼 소중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직장 선배는 후배의 시간을 자기에 맞추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후배는 후배 나름대로 자신의 시간을 활용하여 충분히 고려하여 만든 기획안을 들고, 따끈따끈한 상태로 선배에게 검토를 받고자 가지고 선배 방문을 두드린다. 그런데 하필 그 시간이 퇴근 직전이다. 선배의 눈살 찌푸림과 조금의 핀잔에도 후배는 당혹스럽다. 그저 바로 갓 나온 새로운 빵을 맛보라 했을 뿐인데 말이다.



직장에서 후배의 시간을 무시하는 것 선배만큼 최악의 선배는 없다.


선배는 자신의 시간을 후배에게 맞추어야 한다. 후배가 찾아오면 밥을 먹다가도 퇴근 준비에 바쁘더라도 반가이 맞아 주는 선배가 좋은 선배이다. 한 장의 기획안을 쳐다보아도 후배가 고민하고 투자한 시간이 얼마인가를 단박에 알아채 주는 선배가 좋은 선배이고 결재를 할 자격이 있는 선배이다.


적어도 자격 없는 선배가 되지 않았으면 하며 직장 생활을 하자.

후배의 눈이 두려워서가 아니고 그들의 눈을 존중하며 살자.

도움이 되진 못할망정 후배에게 폐가 되어서야

어디 선배 소리를 듣겠는가?



비록 많은 일은 하지 못했어도

'선배 고생했어요. 이제 여긴 우리가 맡을게요~'

이 말이

올해 말, 내가 학교 정문을 나가면서

제일 듣고 싶은 말이다.



좋은 후배들과 함께 나눈 시간이 나는 참 고맙다.





  



  




   

이전 13화 직장 선배의 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