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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Oct 19. 2021

도돌이표 후배와 선배의 길


도돌이 표는
주로 악보에서 활용하거나
시를 쓸 경우
반복이 필요한 경우에
 사용된다.

우리 대학 조직에서도 도돌이표를 자주 활용하는 직원이 있다. 나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바삐 걸어가고, 때로는 뛰어가기도 하는데, 한참을 가던 중 김 빠지게, 나를 뒤에서 불러 뒤돌아보게 하는 후배있다.


이게 뭐라고 하셨지요? 이거 어떻게  하나요? 여기 좀 봐주세요 하면, 나는 가던 을 멈추고  다시 지나온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까 진즉에 물어보지... 한참을 가는 중에 느닷없이 뒤통수를 치는 도돌이표 후배이다.


어떤 경우에는 도돌이표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습관적으로 도돌표를 활용하는 후배도 있다. 이경우 나는 분명한 어조로 강하게 말을 한다. 


 뒤돌려 새우지 말고 내가 가기 전에 의견을 주세요.

그리고 내 말에 제 집중 좀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우리 서로가 덜 피곤할 것 같아요.

가 멈추기만 해도 힘드는데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동안의 시간 노력 너무 아깝고

힘이 두서너 배가 듭니다.


나는 그 후배가 내가 아닌 다른 직원들

제발 말을 끝내고 결론을 내리고 한참이나 지나간 사람들을

다시 뒤로 불러들이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이곳 대학에서 35년여를 지내온 나도

도돌이표를 만나면 힘이 빠지는데...

 

그래도 마음 다잡고 하는 나의 생각은 '어찌하지? 돌아가서 다시 얘기해줘야 되나?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앞으로 가 되나?'이다. 나 혼자만 생각한다면, 그냥 두고 앞으로 가면 그만이다.


더구나 앞서서 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욱더 앞으로 가기도 바쁜 세상이다. 그런데, 혼자 남겨진 그를 생각하면 나는 더 이상 모른 체하며 앞으로 갈 수가 없다.


나는 다시 그에게 돌아가야 마음이 편하다.

일은 더뎌지고 진행에 차질을 생긴다. 그래도 '길 잃은 양을 구하여야 한다'는 성경의 말씀을 꼭 따르지는 않더라도, 나는 이럴 때 항상 갈등을 느낀다.

어찌하지? 돌아가서 다시 얘기해줘야 되나?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앞으로 가도 되나?


도돌이표 후배는 내가 화를 낼 수 있는 존재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선배니까. 나는 이미 그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고, 그가 어떤 생각에서 그러는 것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해도, 짐작은 간다.


그가 그런지가 감이 오는데, 그냥 두고 갈 수는 없다.

나는 선배이니, 어떻게 하면 같이 길을 갈 수 있는지 그에게 그 방법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길을 함께 가자고 손을 붙잡고 끌어와야 한다. 

그게 선배 도돌이표 길이다.

 


선배의 도돌이표 길은 가끔은 짜증도 나지만, 후배이기에 용서가 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그를 당겨서 갈을 재촉할 수 있다.


그는 도돌이표 후배

나는 그의 도돌이표 선배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목표를 가졌다.

도돌이표 후배와 선배가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마침내 서로를 바라보며 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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