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 소개받아 간 A병원을 6년간 다녔다.
A병원은 집에서 가기 힘든 곳에 위치해있었다. 그리고 복잡하고 정리되어있지 않은 원내, 미어터지는 환자들 때문에 예약을 하고 가도 많게는 1시간까지 딜레이 되는 시간이 힘들었다. 최악은 나와는 정말 맞지 않는 의사 선생님이었다. 그 병원과 선생님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 휴…….
서울엔 정말 많은 정신건강의학과가 있는데 왜 병원을 바꿀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A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약 처방은 기가 막히게 잘해주셔서 병원을 못 끊었다는 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약은 나의 생명줄이었기 때문이다.
A병원을 다니며 너무 안 맞아서 다른 곳으로 바꿔보려 시도는 한 적이 있었다. 5년 차 됐을 때 B병원으로 탈주를 시도했다.
B병원은 도심 한복판에 있었다. 집에서도 그리 멀지 않았던 데다 평점도 좋아서 기대하며 갔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 정돈되고 차분한 실내. 그런데 예약을 하고 갔지만 정확히 1시간 뒤에나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 본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제가 병원을 다니고 있는데 조울병과 공황장애라고 진단하더라. 5년 다녔다.’라고 하니 B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A병원에 가서 의무기록지를 떼오라고 했다. 그는 내 병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양극성 정동장애는 ‘그렇게 쉽게’ 진단할 수 있는 병이 아닙니다.”
짜증이 치밀었다. ‘그렇게 쉽게’라니. 내가 지난 5년간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먹고 있는 약이 아직 남았다고 했더니 약 처방은 하지 않았고, 결국 다시 A병원으로 가서 의무기록지를 떼고 일주일 뒤 다시 B병원에 내원했다.
의무기록지란 의사가 작성하는 기록인데 진료를 보며 환자의 인적사항과 병세나 특별한 상황 같은 것을 적어놓는 중요한 문서이다. 이 기록은 매번 작성하기 때문에 환자의 경과나 차도를 체크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다.
나도 그때 내 의무기록지를 처음 봤다. 내 진료기록지는 가관이었다. 내가 A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도 매번 의구심이 들었던 게 ‘과연 이 의사는 내 말을 제대로 듣고나 있긴 할까?’였는데 그것이 의구심이 아니라 사실로 밝혀졌다.
‘뭐 듣다 보면 잘 못 알아들을 수 있지’ 싶은 작은 오류부터 사실과는 다른 중대한 오류까지 다양했다. 무엇보다 성의가 없었다. 진료도 의무기록지에 적힌 내용도.
진작에 병원 바꿀걸…….
의무기록지를 보고 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