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곳의 병원과 한 곳의 상담실 1

by 진이령

발병 초기에 10회기의 심리 치료 및 상담을 받았었다. 당시 나의 금전적 열악함을 아시던 분이 소개해주셔서 무료로 상담 10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림 치료와 풀배터리 검사도 하고 상담도 충실히 받았다.


재밌었던 게 상담실에 앉으면 누가 버튼이라도 누른 듯 눈물부터 줄줄 나오는 것이었다. 50분 상담 동안 울면서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말했다. 내 아픔과 스트레스에 대해 누군가에게 터놓고 싶었던 것 같다.


상담 선생님은 경청해주셨다. 섣불리 조언하지도 첨언하지도 않고 나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내 주셨다. 상담을 받으면서 왜 발병했는지 근원을 하나하나 고려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당시 증세는 하도 옛날이라 세세 하겐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똑똑히 기억하는 건 강박증이었다.


그때 나는 제대로 돌았어서 집 밖에서 무언가를 마시는 것에 심한 공포를 느꼈었다. 그래서 항상 집에서 준비한 물을 가지고 다니며 마셨는데 그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는지 상담 선생님께서 의아해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령님은 꼭 물을 가져오시네요? 상담실에 정수기도 있는데.”


그 말이 왜 아직도 기억이 나는 걸까?

생각해봤는데, 서운하게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서운할 일도 아니었는데. 구구절절 내 이야기를 했고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분이라 여겼는데 나의 강박증을 몰라줬다고 서운한 마음을 느꼈던 것 같다.


정신병을 앓게 되면서부터 감정과 생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성적인 사고가 어렵고 부정적인 감정이 앞선다. 부정적 감정이 나를 짓누르고 저 혼자 치달아 저만치 가버리면 나는 뒷수습을 하느라 애를 쓰던 나날이었다. 누구도 날 해하려 하지 않는다. 이 자명한 사실에 의구심이 들고 그런 자신이 어이없고 말 그대로 ‘미칠 것’ 같았다.


무료로 진행되었던 10회기의 상담이 끝난 후 나는 한 번에 10만 원인 상담을 지속할 수 없어서 죄송한 마음으로 상담 치료를 마쳤다. 상담 선생님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큰 결정 내려주셨던 것이리라.


아직도 상담 선생님께 진 빚을 갚지 못해 마음이 좋지 않다. 브런치 북이 나오면 제일 먼저 빚을 갚고 싶은 분 중 한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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