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의무기록지를 들고 B병원으로 갔다. 내가 봐도 어이없는 의무기록지를 보는 의사 B의 생각은 어땠을까? 의사 B는 그래도 꼼꼼하게 의무기록지를 읽었다. 그리곤 말했다.
“A 병원에서 양극성 정동장애와 공황장애로 진단받으셨다는 거죠?”
“네.”
“근데 그 병이 그렇게 ‘쉽게’ 진단할 수 있는 병이 아니거든요. 저는 좀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2차로 짜증이 몰려왔다.
내가 고통스럽다니까……. 조울 조울 하다니까! 그럼 원인이라도 알려주던가!
의사 선생님은 진료를 끝내고 약을 처방해주었다.
그리곤 나는 죽을 뻔했다. 바뀐 약을 먹고 일주일 동안 출근을 못했고, 약 복용 시 환각이 너무 강하고 깨어있을 땐 감각이 너무 강해 도저히 일상적인 생활은커녕 깨어있는 것도 불가능했다. 난리가 났다. 잠에서 못 깨고 대부분의 시간을 자고 무기력과 압박감, 몸에 힘이 안 들어가 출근을 할 수 없었다.
약은 처방받았던 날 밤부터 계속 먹었었다. 처음 먹었을 땐 환각이 너무 생생하고 심해 비몽사몽중에 동생을 찾고 헛소리를 하고 그랬다.
그 뒤로 약을 복용했을 때에도 환각이 너무 감쪽같이 생각으로 뒤 바뀌어있었다. 예를 들자면 전쟁이 발발했다는 뉴스가 났다거나 하는 전혀 있지도 않은 일이 자연스럽게 있었던 것처럼 생각이 난다던가.
일요일에 약을 먹고 자면 출근할 수 없을 것 같아 먹지 않고 잠에 들었지만, 결국 나는 다음날 월요일에 출근을 못했다.
잠에 취해있어서 깨어있는 시간은 얼마 안 됐다. 감각이 너무 강렬했다. 촉각은 무겁고 소리는 신경을 긁고 빛은 시신경을 뚫어버릴 듯했다. 누가 머리를 자근자근 밟고 있는 것 같은,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느낌이라 괴로웠다.
공황발작이 오면 늘 그랬던 감각. 조금이라도 피곤해지거나 예민해지면 느꼈던 감각이 깨어있는 시간 내내 지속되었다. 결국 잠으로 도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잠도 편하지는 않았다. 자는 내내 진땀을 흘리며 악몽에 시달리고 가위에 눌렸다. 푹 자지도 못했다.
아, 죽고 싶다.
그 생각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