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곳의 병원과 한 곳의 상담실 3

by 진이령

자, 의무기록지를 들고 B병원으로 갔다. 내가 봐도 어이없는 의무기록지를 보는 의사 B의 생각은 어땠을까? 의사 B는 그래도 꼼꼼하게 의무기록지를 읽었다. 그리곤 말했다.


“A 병원에서 양극성 정동장애와 공황장애로 진단받으셨다는 거죠?”


“네.”


“근데 그 병이 그렇게 ‘쉽게’ 진단할 수 있는 병이 아니거든요. 저는 좀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2차로 짜증이 몰려왔다.


내가 고통스럽다니까……. 조울 조울 하다니까! 그럼 원인이라도 알려주던가!


의사 선생님은 진료를 끝내고 약을 처방해주었다.


그리곤 나는 죽을 뻔했다. 바뀐 약을 먹고 일주일 동안 출근을 못했고, 약 복용 시 환각이 너무 강하고 깨어있을 땐 감각이 너무 강해 도저히 일상적인 생활은커녕 깨어있는 것도 불가능했다. 난리가 났다. 잠에서 못 깨고 대부분의 시간을 자고 무기력과 압박감, 몸에 힘이 안 들어가 출근을 할 수 없었다.


약은 처방받았던 날 밤부터 계속 먹었었다. 처음 먹었을 땐 환각이 너무 생생하고 심해 비몽사몽중에 동생을 찾고 헛소리를 하고 그랬다.


그 뒤로 약을 복용했을 때에도 환각이 너무 감쪽같이 생각으로 뒤 바뀌어있었다. 예를 들자면 전쟁이 발발했다는 뉴스가 났다거나 하는 전혀 있지도 않은 일이 자연스럽게 있었던 것처럼 생각이 난다던가.


일요일에 약을 먹고 자면 출근할 수 없을 것 같아 먹지 않고 잠에 들었지만, 결국 나는 다음날 월요일에 출근을 못했다.


잠에 취해있어서 깨어있는 시간은 얼마 안 됐다. 감각이 너무 강렬했다. 촉각은 무겁고 소리는 신경을 긁고 빛은 시신경을 뚫어버릴 듯했다. 누가 머리를 자근자근 밟고 있는 것 같은,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느낌이라 괴로웠다.


공황발작이 오면 늘 그랬던 감각. 조금이라도 피곤해지거나 예민해지면 느꼈던 감각이 깨어있는 시간 내내 지속되었다. 결국 잠으로 도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잠도 편하지는 않았다. 자는 내내 진땀을 흘리며 악몽에 시달리고 가위에 눌렸다. 푹 자지도 못했다.


아, 죽고 싶다.


그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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