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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Sep 10. 2021

북한 여행

Unterwegs in Nordkorea

 우리나라와 유일하게 경계선을 마주 보고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이 이런저런 문제로 가볼 수 없는 곳입니다. 같은(비슷한?) 말을 쓰고 아주 오래 전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념적으로,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외교적으로, 사실상 모든 면에서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곳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쪽에 서서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 전문가들은 제대로 저 건너편을 다녀온 적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그 경험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반면 외국인들은 오히려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다양한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북한을 가 볼 수 있다는 점이죠. 이 부분이 꽤나 흥미롭습니다. 우리는 북한에서 발행하는 노동신문을 별도의 번역 없이 읽을 수 있지만 그곳에 가 보거나 사람들을 만나볼 수는 없고, 정작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말과 글을 바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가 볼 수는 있기 때문이죠. 우리네 전문가들은 마치 라디오를 들으면서 연구를 하고 있는 것 같고, 외국의 전문가들은 스피커 없는 화면으로 무성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달까요.


 그래서인지 외국인들의 북한 경험을 다룬 책이 국내에 발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지 않은 책들이 원 저자가 의도를 담지 못하고 애매한 제목으로 발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평양에서 영어교사를 하면서 만난 어린이들과의 기억을 담은 책이 떠오릅니다. 항상 '국가, 조직, 집단, 단체'를 위해서 '개인'이 없는 사회 속에서 '우리'라는 말을 '나'라는 말보다 몇 배는 더 많이 하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며 지은 제목 'Without you, There is no us'를 '평양의 영어 선생님'이라는 일차원적이고 단순한, 이상한 제목으로 바꾸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책은 아주 적절한 제목과 훌륭한 번역으로 저자의 의도를 잘 담고 있었습니다. 원서의 제목 Unterwegs in Nordkorea - 영어로 하면 아마 Traveling in North Korea 정도가 되겠죠 - 를 '북한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정확하게 담고 있습니다. 저자 뤼디거 프랑크는 사회주의 국가였던 동독에서 태어나서 부모님을 따라 어린 시절을 소련에서 보내고, 젊은 날에는 김일성 종합대학교에서 유학을 했으며, 수십 년 간 북한 여행을 반복했습니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여행을 하기도 헀다고 하니 그가 북한 자체만큼이나 '북한 여행'에 있어서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이 책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여행을 할 수 있는 외국인들을 위해 작성된 여행정보서입니다. Lonely Planet - North Korea 정도 될 수 있겠죠. 단순한 정보뿐만이 아니라 30년의 경험이 담긴 북한 사회의 변화와 각종 팁 들도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이 책을 들고 북한을 여행해 볼 일은 없겠지만, 간접경험 차원에서도 아주 훌륭한 책입니다. 짧은 며칠, 몇 주, 몇 달의 제한된 경험만으로도 책 한 권씩 나오는 게 북한이라는 감추어진 나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30년이 담겨 있는 만큼 그 세월의 묵직함이 느껴집니다. 


 저자 뤼디커 프랑크는 이 책 이외에도 다른 북한 관련 서적을 낸 적이 있습니다. 그 책들도 찾아봐야겠습니다.




 12. 대부분의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오히려 북한에 접근하기가 더 쉽다는 것이 한반도 상황이 지니 부자연스러운 특수성의 하나이다. 수십 년 동안의 분단, 피로 물든 한국전, 서로 주고받은 수많은 상처, 위협, 욕설 등을 통해 날카로운 유리조각들이 잔뜩 박힌 상호불신의 장벽이 높이 세워져서, 군사분계선 양쪽의 한국인들은 상대방에 대한 날카로운 선전과 극단적인 모습들 말고 다른 것은 알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거짓과 기만에 희생되지 않으려면, 상대방에 대해 사실에 기반을 둔 견고한 진짜 지식이 매우 중요하다.


14. 나의 책 <북한: 전체주의 국가의 내부 관점>에서 이미 논의했듯이, 독일과 한국의 직접 비교는 별로 의미가 없다. 독일의 경험에서 한국을 위한 교훈을 끌어내려는 것은 많은 점에서 오히려 잘못이며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논쟁의 여지가 없이 동일하다. 상대방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현실적인 그림을 그리기가, 그리고 오해와 잘못된 기대를 피하기가 더욱 쉽다는 사실이다.


28. 몇 번이나 다녀온 토스카나 휴가에 대해 떠드는 지루한 소리를 슬쩍 끊으면서, 지나가는 말투로 "그렇군, 난 지난달에 북한에 갔었는데"라는 말로 즉석에서 대번에 좌중의 주목을 끄는 것은 몹시 기분 좋은 일이다.


34. 북한에 진짜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차피 현장검증을 거치지 않는 길이란 없다. 가보지도 않고 그 나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별로 믿음직하지가 않다.


37.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체포된 사람들이 거의 예외 없이 미국인 또는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이다.


47. 이런 이유에서 나는 혼자 여행하기보다는 단체 여행을 추천한다. 북한 첫 방문은 1주일 이상으로 잡지 말 것을 권고한다. 보통 유럽인들은 4~5일이 지나면 천천히 한계에 도달한다.


57. 영어 한 마디 못하면서 런던에 1주일씩 몇 번 머문 게 고작인데, 영국에서 브렉시트의 매우 복잡한 국내 정치적 영향에 대해 지껄여대는 전문가를 상상해보라. 기본지식조차 없는 사람에게, 남의 손을 통해 얻은 지식의 되풀이 말고 얼마나 많은 통찰을 기대할 수 있을지 누구나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59. 마식령 리조트에서 스키 타기라는 명백한 즐거움을 빼면 북한의 겨울은 혹독하다. 늦어도 12월부터 3월 초까지 보통 기온이 영하권이고, 1월에는 영하 10도 아래 머문다. 


90. 최근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의 이동전화 사용자가 300만 명 이상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이는 2,500만 인구의 12퍼센트에 이르는 수치다. 이 숫자는 성장하는 중산층에 대한 흥미로운 추론을 허용한다. (중략) 오라스콤에 따르면 서비스 연결지역이 90퍼센트 이상이라고 한다. (중략) 개성의 언덕에 위치한 지도자들의 동상 앞에서 서양 핸드폰은 남한의 이동통신사 KT, SK텔레콤 등의 네트워크와 연결된다.


94. 무엇보다 외국인과 허가 없이 대화를 했다가 화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북한 사람들의 두려움이 결정적이다.


97. 북한 여성들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자의식이 매우 강하다.


118. 공공시설의 화장실에는 이런 목적으로 벽에 타일 수조가 부착된 경우가 있다. 여기서도 사회주의 경제의 총체적 부조리가 눈앞에 나타나는 수가 있다. 펌프질 할 전기와 물 부족으로 인해 만들어진 수조는, 이 두 가지가 풍족해지면 그대로 흘러넘친다. 수도꼭지가 늘 열려있는데 아무도 잠그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121. 북한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헐벗은 산등성이가 눈에 들어왔다면, 북한 사람들이 빤히 보이는 산사태의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가 바로 에너지 부족임을 알 수 있다.


131. (룡강온탕원) 하지만 조심할 것. 약 55도의 뜨거운 온천수는 방사능을 조금 포함한다. 특히 라돈과 브롬이 들어있다. 마셔서는 안 되고 탕 안에 15분 이상 몸을 담가서도 안 된다. 


140. 과체중인 사람들은 주로 평양의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데, 평양에서는 그 사람이 피트니스센터 등 잉여사회의 지표들이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었다. 영양 면에서도 수도와 나머지 지역이 첨예하게 나뉜다.


156. 관광객은 별로 없고, 주로 내국인이 찾는 식당들이 대박이다. 한국인들은 힘들게 번 돈을 그냥 창밖으로 내던지는 일은 하지 않으니까. 평양에는 좋은 식당들이 상당수 있다. 맨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이탈리아 피자집이다. (중략) 공식 명칭은 이탈리아 특산물 식당이다. (중략) 하지만 나로서는 메뉴판의 훨씬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한국음식 목록을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160. 다만 고양이가 집을 나서면 쥐들이 탁자 위에서 춤춘다는 말만은 해야겠다. (중략) 주인이 매일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동안에는 모든 거이 아주 잘 돌아간다. 하지만 주인이 반년쯤 집을 비우고 가게 운영을 믿을 만한 지역 인력에게 맡기면, 서비스의 질과 기업가정신은 재빨리 다루기 힘든 힘과 사회주의 게으름에 자리를 내주고, 이따금 뭔가 없어지기도 한다.


165. 호텔 숍에서 대동강 한 병은 1유로 이하이고, 생맥주 500밀리리터는 2유로를 넘지 않는다. 맛은 상당히 좋다. (중략) 맥주에 관한 한 북한은 경쟁에서 남한을 가볍게 물리치고 있다. 남한의 가벼운 상표 하이트와 오비라거는 감칠맛이 도는 대동강맥주에 미치지 못한다.


172. 과거에는 특히 밤이면 심각한 안전문제까지 있었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비싼 전조등을 혹사시키지 않으려고 운전자들은 심지어 터널에서도 이따금씩만 불을 켜곤 했다.


184. 앞서 말했다시피 한국 여성과는 시비 붙지 않는 편이 좋다. (중략) 세계의 다른 어떤 나라에서 단거리 지하철 탑승을 관광일정에 끼워서 판단 말인가?


200. 나는 언젠가 평양에서 동쪽의 원산까지 170킬로미터를 가는 데 밤새 걸린 적도 있다.


205. 상품 가격을 일일이 모든 외환으로 써 붙이는 수고를 피하려고, 또 환율에 따라 가격도 단기간에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어떤 방법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가상화폐를 도입한 것이다. 이것은 다양한 외국환들을 상호 계산할 때 매우 쓸모가 있다. (중략) 이따금 가격표에 분명하게 외화원, 즉 외환 체계를 위한 원이라고 표시되기도 한다. (중략) 외국인들이 이런 체계를 항상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208. 그러니까 북한에는 국내용 화폐가 있고, 그와 나란히 외국환과 교환되는, 그 가치가 가상 외화원으로 표시되는 병행 화폐가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해두자.


234. 중국에서는 30년 전에 덩샤오핑이 '각자 다른 속도 이론'으로 이를 정당화하려고 애썼다. 장차 모두가 도달하게 될 목표에 사회의 한 부분이 더 빨리 도달한다는 이론인데, 이것은 어느 정도 아메리칸드림을 연상시킨다.


236. 평양에는 엘리트층이 산다. 보기 수준은 다른 지역보다 여러 배나 높다. 그것은 구매력을 뜻하고 따라서 소비가 피어난다. 국가는 이런 경향을 장려한다. 충성스러운 지지자들이 필요하니 국가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오락과 교육과 쇼핑의 기회를 제공한다.


248.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에서 미국인, 특히 미국 원자폭탄의 역할에 대해서는 대개 침묵한다. 이것은 북한의 선전이 지닌 딜레마를 보여준다. (중락) 하지만 그랬다가는 일본에 대한 승리도 미국의 덕으로 돌려야 할 판인데, 이것만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250. 모란봉공원은 다른 이점들도 가지고 있다. 이곳은 외국인이, 자기가 지금 보통 사람들 사이에 있으며 연출된 광경을 마주하는 것이 아님을 느끼는 드문 장소이다.


273. 북한은 가혹한 나라이고, 옛날 소련과 비슷하게 군사교리를 보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조국 방어의 절대적 과업 앞에 개별 병사들의 목숨은 그리 중히 여기지 않는다.


283.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이 궁전 앞에서 우리 여행단은 사람 없는 주차장을 200미터 정도까지 돌아다닐 수 있었다. (중략) 이곳 내부에서는 마치 인간 동물원처럼 여러 방에서 어린이들이 음악, 비단 자수, 서예, 춤 등을 연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90. 이 사람들에게 김일성은 나라의 해방자이자 수호자이며,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스탈린 방식의 독재자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라. (중략) 이 장소에서는 흔히들 귓속말로 속닥거리는데, 그의 책상 위에 열린 채로 있어서 애플로고가 잘 보이는 맥북 컴퓨터 때문이다.


301. 1981년 올림픽위원회는 서울을 올림픽 개최지로 완전히 비정치적이지만은 않은 결정을 내렸는데, 김일성은 공동개최를 희망했다. 아주 비현실적인 일만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것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들이 열렸다 북한의 과도한 요구가 나오자 1987년에 공동개최가 무산되리라는 게 분명해졌다 이는 다른 일들과 함께, 남한 여객기에 대한 테러 공격으로 이어졌다.


318. 북한은 동독과는 달리 통일이라는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일련의 기본원칙들에 근거해 김일성이 구상한 계획이 있다. (중략) 3대 원칙이란 다음과 같다. 첫째, 평화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군사적 통일 모델의 포기를 뜻하는 것으로, 군사통일을 시도하지 말고 따라서 군사작전을 중단하자는 약속이자 주로 남측을 향한 요구이다. 둘째 , 통일은 자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미국이나 중국 같은 외세의 그 어떤 개입도 거부한다는 뜻이다. 셋째로, 통일은 민족대단결이라는 뜻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김일성의 이 말은 반일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삼을 것과 모든 조선인, 따라서 외국에 거주하는 조선인까지 포함할 것을 뜻한다.


340. (신의주) 강 건나 중국 쪽에 눈길을 던지면, 밤이면 밝은 조명이 새어 나오는 고층건물들의 빛나는 유리창과 분주한 거리가 강에 반사되고, 북한 쪽은 고요함과 상대적인 어둠이 지배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곳 주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355. (신천박물관) 박물관의 여성 안내원은 박물관의 메시지를 이렇게 요약한다. "미국인은 인디언 학살 위에 자기 나라를 세웠다. 그들은 본성이 잔인하다." 현재와 관련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위험이지만 우리는 각오가 되어 있다." 살짝 화해의 뉘앙스도 따른다. "우리는 잊지는 않겠지만 이런 끔찍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평화조약을 체결할 준비가 되어 있다."


357. 그런데 이제 새 박물관에서 친미 한국인도 가해자로 낙인찍고 있다는 것은 남한과의 악화된 관계를 암시한다. 심지어 여기서 통일이라는 주제에서 패러다임 변화를 읽어낼 수 있을 정도다. 이런 해석에 따르면 남한은 억압받은 형제에서 적으로 바뀌었고, 이는 분명 악화된 관계의 책임을 2008년 이후 취임한 극우 대통령인 이명박과 박근혜 탓으로 돌리는 일이다. 


359. 지금 북한에서도 수도에 살 수 있다는 것은 큰 특권이며, 수도를 떠나야 한다면 이는 고약한 형벌이기 때문이다.


363. (개성) 남북한 협조의 생생한 예이며, 더 많은 상호 이해를 위한 한걸음이자 남북한이 힘을 모으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를 알려주는 일인가? 아니면 두 나라의 현실과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이 한쪽의 돈 욕심과 다른 쪽의 단순함이 반영된, 과욕의 정치가들이 만들어낸 인공적 세상, 디즈니랜드인가? 심지어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중요한 재정적 원천인가?


377. 그것 말고는 원산은 전형적인 항구도시다. 물론 북한의 분위기를 지닌 항구도시다.


380. 하지만 탈북자들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혼란스럽다던 1990년대 말에 북한에 마약문제가 있었다. 굶주림의 시기에 질병은 느는데 약품이 부족했다. 사람들은 얼음이라고 불리는 크리스털 물질, 즉 우리가 크리스털 메스(필로폰)라고 불리는 물질의 도움으로 겨우 견뎠다.


385. (함흥) 이 도시의 특수성 한 가지는 1954~1962년에 동독의 상당한 도움으로 재건되었다는 점이다. (중략) 많은 건물의 벽에 쓰인 노란 타일이 동일한 시기에 건설된 베를린의 스탈린대로, 오늘날의 프랑크푸르트대로에도 사용된 자재를 연상시키는 것이 우연은 아니다.


390. 조선 동북부는 거칠고 수도와는 여러 면에서 다른다. 이곳 사람들은 매우 독특한 사투리를 쓰고, 중국에 있는 수많은 친척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반체제 인사들이 이곳으로 귀양을 왔다. 그래서 이 지역 주민들은 고집 세고 반항적이라고 여겨진다. 1990년대 중반에 식량이 귀해지자 이 지역이 특별히 타격을 입었다. 멀고 먼 수도에 있는 권력자들에게서 가장 관심을 못 받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남한에 사는 3만 명 정도의 탈북자들이 대부분 이 지역 출신이다.


396. 백두산은 일종의 북한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다. 길고 힘든 순례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것이다.


410. (칠보산) 가을이면 송이버섯이라 불리는 식용버섯이 여기서 난다. 생으로도 먹을 수 있으며, 중국에서는 산지와 크기에 따라 수백 유로까지 터무니없는 가격이 형성된다. 이 버섯은 정말로 맛이 좋다. (중략) 여러 식품으로도 가공되는데 그중에서도 매우 추천할만한 것이 송이버섯 술이다.


416. (나선)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북쪽 바닷가에 홍콩 투자가들이 세운 황제 호텔이 홀로 서 있는데, 진짜 서양식 5성급 호텔 수준이어서 이 지역과는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자국 내 이런 외국 영토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는 그곳에 딸린 카지노다. 여기서는 대개 중국 고객들이 도박을 한다. (중략) 이 장소는 북한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듯하다.


419. 옆에 붙어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내가 경험한 최고봉은 '위성술'이다. 그것은 은하 3호 로켓 모양을 충실하게 재현한 병에 담겨 있다.


421. 밝혀진 바에 따르면 러시아 차르는 19세기에 알래스카를 헐값으로 미국에 넘겨준 용서하기 힘든 잘못을 범한 다음에 바로 이 자리에서 갑자기 똑똑해졌다. 당시 국내 문제에 몰두해 있던 정치적, 경제적으로 허약해진 청 왕조에게서 오늘날 중국과 태평양을 갈라놓는 이 해안지역을 사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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