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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Jun 13. 2021

About a Boy

두 소년의 만남

 요즘 세대들은 2002년 월드컵을 교과서에서 지나간 역사로 배우지 않을까요. 이 영화는 그 해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200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였던 휴 그랜트와 영국 드라마 스킨스를 통해 아역 배우 티를 확 벗고 갑자기 어른이 되어 나타난 니콜라스 홀트 투톱의 어마어마한 작품이죠.


 아내가 이 영화를 아직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이번 주말 우리 집 상영작은 이 영화로 골랐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었고요. 뭔가 살짝 풀려있는 느낌이지만, 여성들로 하여금 보듬어주고 싶은 매력이 있다는 (왕년의) 로맨틱 코미디의 왕자 휴 그랜트의 젊은 모습이 오랜만에 궁금하기도 했고, 20대 초반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면서 지금의 심란한 2021년은 잠시 잊고 20년 전으로 돌아가 보고 싶었습니다.


 인생이란 섬에서 사는 것과 같다고 믿고 사는 아직 내면이 자라지 않은 어른과, 자신의 아픔은 꾹꾹 눌러 담더라도 엄마는 먼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속은 다 자라 버린 아이가 서로에게 의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제 또래라고 하면 이 영화를 보시지는 않았더라도 아마 다 한 번씩 이야기는 들어보지 않으셨을까요.


 스마트폰도 없고, 틴더와 같은 데이트 어플도 없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휴대폰은 있더군요. 주인공 휴 그랜트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겨주신 저작권 덕분에 별도의 일을 하지 않더라도 혼자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는 화려한 싱글입니다. 아우디 스포츠카를 몰고, 필요한 것들은 사고, 하고 싶은 일들은 하고, 하고 싶은 일들은 안 하죠. 하고 싶은 일들만 해도 이렇게 하루가 바쁜데 어떻게 사람들은 시간을 내서 일을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이야기하는 남자입니다. 단, 남녀를 막론하고 진지하게 오래도록 누군가와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쌓아본 적이 없죠.


 어린아이 니콜라스 홀트는 우울증과 자살시도 이력이 있는 편모 아래에서 하루하루 버텨나가고 있는 소년으로 등장합니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할지언정 그것은 당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어떻게는 엄마를 행복하게 해 주어야 본인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연찮게 만난 두 남자는 그렇게 원하든, 원치 않든 유대를 쌓아갑니다.


 영국식 코드일까요. 2002년 당시 기억을 떠올려보아도 이렇게 직접적이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은 전개가 좋았었습니다. 뭔가 엉뚱하고 웃긴 장면인데 대 놓고 웃기려고 코미디를 하지 않는 느낌, 엄청 가족적이고 감동 넘치는 부분인데 억지로 눈물 짜내게 연출하지 않은 시크함. 그런 게 지금 보아도 참 좋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가볍게 볼 수 있는 우리 영화 중에 흥행했던 작품들이 '엽기적인 그녀', '가문의 영광' 등이었던 것을 보면, 당시 우리 영화의 코드는 코믹은 코믹대로, 감동은 감동대로 한 영화에서 극단적으로 끌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이었죠. 지하철에서 차태현에게 실례를 하던 전지현이 마지막에는 '견우야 미안해'를 외치고 그랬으니까요.


  20 가까이된 이야기지만 이야기 자체는 지금 보아도 당장 일어날   이야기 같습니다. 관계로 인한 불편함을 피하는 것과, 관계의 상실로 인한 불안함의 갈등은 어쩌면 수천  전부터 계속되어오던 정답이 없는 문제일  있으니까요. 적지 않은 수의 영화나 도서들이 10~20 지나서 보면  다른 감정을 전해주곤 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20 만에 보았는데도 크게 다른 느낌이 없습니다. 2030년대에도 한번 찾아서 다시 보고 싶습니다.


 영화 내용과 관계없이 이 영화가 벌써 20년 정도가 된 옛날 영화라는 점도 놀라웠습니다. 아우디 TT 쿠페, 폴더형 핸드폰, 유선 전화기, CD 플레이어, HD 방송이 나오지 않는 브라운 TV 까지. 한 때 열광했던 것들이 이제는 추억으로 흘러나오니, 시간이 흐르긴 흘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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