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동안일 때 더 어려 보이는 건 누구?
그녀 집안은 나이에 맞지 않게 동안이었다.
그렇다고 많이 어려 보이는 건 아니지만 또래보다 앳된 얼굴이었다. 몸과 얼굴에 뭘 바르고 걸치는 걸 싫어해 기본적인 건만 바르고 걸쳤다. 꾸미지 않아도 예뻤고 어려 보였기 때문에 어딜 가나 나이를 묻고 했다.
보이는 나이보다 진짜 나이를 알게 되면 주변에서는 늘 놀랬다. 은근히 그녀는 그걸 즐겼다.
남동생이 대학 다닐 때 팔짱을 끼고 다니다 남동생 여자 친구로부터 오해받은 적도 있다.
남동생에게 다른 여자 친구가 생겼냐며 싸운 적이 있었다며 웃으며 말하는 남동생은 학교나 친구들 있을 때 팔짱 끼지 말라고 당부했다.
동인이라 좋은 점도 있었지만 웃지 못할 일도 많았다.
성인임에도 클럽 갈 때 신분증을 제출해야 했고 청불영화 볼 때도 신분증 검사는 필수였다.
때론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노는 데 제약도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어려 보이는 게 마냥 좋았다.
젊어진다는 기분이랄까. 집에서는 첫째라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책임 무게로 우울했다면 밖에서는 어려 보여 오히려 애교 부리고 다녔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밝아진 모습은 낯설면서도 또 다른 그녀 얼굴이었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 혹은 주변에 결혼한 사람을 보면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동갑내기가 결혼을 하면 여자보다 남자가 훨씬 더 어려 보인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결혼으로 남자는 자유로워지고 여자는 억압된 듯한 분위기가 풍긴다.
그래서일까? 그녀 주변에는 동갑보다는 나이 차이가 한 두 살이라도 나는 남자를 선택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자기보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많거나 아니면 아예 어린 나이의 배우자를 만났다.
남자에게 의지하며 편안해 보이는 그녀 친구들을 보면서 그녀는 다짐한다.
'만약 내가 결혼을 한다면 내가 기댈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
입이 귀에 걸려 다물지 못한 그녀 옆에는 "야~ 뭐야. 언제 미남을 만난 거야." 하며 부러운 눈으로 환호하는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아는 동생은 '언니, 혹시 연하야?' 하며 그녀 귓속을 간질거렸다.
아니라고 부정하는 그녀를 장난기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던 동생을 그가 보고 들었다.
은근히 자기가 더 동안이라며 자랑했다.
동안인 그녀와 더 동안인 그가 결혼했다.
주변에서는 연하와 결혼했느냐, 연상이랑 결혼했느냐 하면 그녀 속을 조금씩 긁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고 지친 육아를 하면서 자신을 돌보지 못한 그녀는 우울증이 왔다.
반면 더 동안인 그는 더 핸섬해지고 자신감이 차며 날아다녔다.
그런 그가 그녀는 밉도록 미웠다. 같이 아이를 낳았는데 왜 그녀만 늙어가는 기분이 드는지 속이 탔다.
그녀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자신이 동안이라는 점을 치켜세우며 오늘도 자랑이다.
"여보, 내가 엘리베이터 탔는데, 아 글쎄 나보고 몇 호 총각이냐며 잘생겼다고 하는 거야."
'또 시작이군.'그녀는 그가 자랑하는 말을 건성으로 들었다.
"그래서 나, 총각 아니고 아이가 둘인 40대이라고 했더니, 총각이라도 해도 믿겠다면서 웃으셨어."
'그래서 어쩌라고! 니 아나 봐라. 좀!'
철없이 말하는 그의 말에 그녀는 울화통이 터졌다.
가수 이승환만큼 유전자를 타고나지는 않았지만 그의 아버지 역시 연세에 비해 어려 보였다.
아버지 유전을 받아서 그런지 동안은 동안이었다. 여기에 잘생김까지 받았으니 오죽하겠는가.
사실, 아이들이 볼 때는 그와 그녀 모두 자신의 나이대로 보지 않는다.
아이들 역시 그와 그녀의 동안을 인정했다.
가끔 그녀는 헷갈릴 때가 있다.
그의 친구들을 보고 그를 보게 되면 같은 친구가 맞는지 순간 혼동이 온다.
'그래. 네가 젊어 보이는 건 맞네. 좋겠다.' 하며 그녀는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자신이 앳돼 보이고 잘생긴 걸 안다.
남들보다 젊어 보인다는 것은 축복이기도 하나 사회생활할 때는 불편할 때가 있다.
어려 보이다 보니 서열이 그가 위임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민증을 보여주고 계급을 알려줘야 수긍하고, 술 마시러 가는 날에는 괜히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시비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사회생활 할 때 그는 빈틈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이 맡은 일만큼은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성격이 까칠하고 예민했다. 스스로가 성질 더럽다고 할 만큼 쿨한 성격은 아니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젊어 보이고 싶고 더 건강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리게 보이려고 돈을 처벌처벌 바르는 사람도 많다. 그런 노력에 비해 타고난 유전으로 동안이라면 복이다. 하지만 동안도 나이가 들어간다. 그건 자연의 섭리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노화가 온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그르렁 그르렁 코를 굴며 자는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녀는 그의 하얀 머리카락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