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과 전혀 다른 사람과 결혼하다
이상형과 결혼에 골인한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보편적으로 결혼은 내 이상형과 먼 사람과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아니다'라고 부정하기 어렵다.
누구나 결혼하기 전에는 남녀 모두 각자 이상형이 있다.
딸에게 이상형은 아빠에 가깝다. 나 역시 이상형은 아빠가 모델이었다.
일단은 아빠만큼 키가 커야 했다. 아빠 키가 매우 큰 편은 아니지만 180cm 이하다. 엄마와 나란히 서 있으면 부러운 키 차이다. 몸집은 나보다 커야 했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배우자가 나보다 날씬한 게 싫었다. 음주는 적당히 하길 원했다. 술을 잘 못 마셨기에 술자리가 다소 불편했다. 그리고 아이를 사랑하고 부모에게 의지하는 것보다 스스로 뭔가 이룬 사람이 좋았다. 무엇보다 배우자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좋았다. 아빠와 엄마가 살아가는 모습에서 제일 부러웠던 점이 서로를 아끼며 사랑 표현했던 부분이었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내 이상형과 전혀 다르다.
그토록 원했던 키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키가 작은 남자다.(나보다는 키가 크지만) 그리고 몸집 또한 나보다 날씬하다. (지금도 나보다 날씬하다) 엄마는 '병아리'라고 불렀다. 엄마도 첫 사위 기준은 아빠 모델에 가까워 영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술을 너무 좋아했다. 어느 정도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술독에 빠질 만큼 좋아한다는 사실은 결혼 후에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외형상으로는 내가 바라던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많이 멀었다. 다만 누가 내 손금을 보더니 "잘생긴 사람이 배우자네."라는 말을 듣고 했는데, 희한하게 이 말은 사실이 되었다. (차은우만큼은 아니지만 다들 인물은 잘 생겼다고 늘 듣는다.) 외형적인 이상형에서는 한참 멀어졌지만 단 하나 내 이상형 기준에 맞는 부분이 있었다. 나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배울 부분이 있는 배우자를 원했다. 그래야 나 또한 배움에 대해 게을리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부모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뭔가를 해내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이상형과는 거리가 있는 그와 멀고 먼 결혼 생활은 시작되었다.
같은 나이지만 존중한다는 의미로 존댓말을 사용하기로 했다. 다투게 될 때 격한 말로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피하기 위해 정했다. 거리감이 느껴질지 모르지만 서로에게 조심할 수 있는 안전키 같은 장치였다.
둘 다 늦은 나이에 결혼 생활을 시작했고 각자 부모님으로 부토 독립하는 첫출발이었다.
모든 결혼생활이 그렇듯 내가 상상한 결혼 생활과는 달리 낯설고 어색한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