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책미인 앨리 Aug 19. 2024

그를 닮게 해 주세요!

저주받은 하체비만 유전자는 사양합니다

아이를 가지면 많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고, 좋은 것만 보고 먹기를 바란다.

이왕이면 엄마 아빠 강점만 물려받기를 기원한다. 외적인 부분에서 내적인 부분까지.

완벽한 아이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더 나은 우월 유전자를 타고나길 기대한다.


통통한 그녀에게는 강력한 콤플렉스가 있다.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 가족 모두가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다. 유전자의 위력이라고나 할까. 유독 하체가 튼실하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면 하체가 건강하면 좋다고 하지만 건강과는 별개로 하체가 굵으면 핏이 예쁜 옷을 입지 못한다. 옷을 입을 때 늘 허벅지에서 고배를 맛본다.

되도록이면 하체살을 가리기 위해 통 넓은 바지만 입거나 운동복 바지만 선호한다.

때론 평소와 다르게 멋진 나를 변신하고 싶어도 허벅지로 인해 불편해서 '그럼 그렇지'하며 포기한다.


통통한 그녀와는 달리 날씬한 그는 몸 자체가 예쁘다.

여자들이 선호하는 몸이다. 배 안에 있는 아이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무조건 통통한 그녀보다는 날씬한 그의 몸을 닮기를 원했다. 다른 산모들은 예쁘고 멋진 연예인 사실을 걸어서 매일 본다지만, 그녀는 길이가 길고 날씬한 연예인 사진을 보며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그녀 못지않게 그녀 동생 역시 외가 쪽 하체비만은 절대 물려받지 않기를 바랐다.

그녀 옆에 있을 때마다 부풀어 오른 그녀 배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우리 이쁜이~ 날씬하게 태어나고 자라렴. 절대 엄마 하체 닮으면 안 된다. 물론 이모 하체 닮아도, 삼촌 하체 닮아도 안 돼. 무조건 날씬한 아빠 몸 닮아야 해."


산달이 가까워지면서 숨이 가빠진 그녀는 병원으로 향했다.

살을 찢는 고통이 하루가 넘어가면서 친정엄마가 생각나 눈물을 흘렸다.

이를 꽉 물면 안 된다는 설명에 어디에 의지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산고 끝에 낳은 아이.

품에 안으니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빨간 피부에 머리털이 없는 아이. 어떻게 내가 아는 아이와 이렇게 다르지 하면서도 신기하기만 했다. 산후조리가 끝나고 백일이 지나면서 아이는 사람 모습에 가까워졌다.

마사지가 좋다는 정보에 시간 나면 열심히 다리 마사지를 그녀 동생은 했다.

"쑥쑥 건강하게 자라렴. 허벅지는 아빠차럼!" 흥얼거리는 건지 주문을 외우는 건지 속삭이듯 말하면 마사지했다. 그도 시간 날 때마다 아이에게 온몸 마사지를 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빛은 그녀보다는 그를 닮았으면 하는 눈과 표정으로 마사지했다.


간절한 바람 덕분일까, 아니면 열심히 마사지한 덕분일까.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그녀를 닮지 않고 그를 닮아 날씬한 몸매로 자라고 있다.

그녀가 겪었던 고통을 사랑스러운 딸에게 물려주기는 싫었다.

비록 집안에서 혼자 통통한 몸을 가진 그녀였지만 그를 닮아 날씬한 아이를 보며 미소 짓는다.

'그래. 잘 자라고 있다. 앞으로도 쭉 하체만큼은 아빠를 닮아야 한다.'



이전 03화 그녀보다 더 동안인 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