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vs 복습 학습... 아이들 선택은?
아이가 생기면 자랑하는 범위가 달라진다.
내 아이가 누구보다 잘나기를 바라기에 어쨌든 남보다 잘하기를 바란다.
이왕이면 꼴찌보다 1등을 선호한다. 예전에는 하나만 잘하면 된다는 의식이 높았다면 요즘은 다방면으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아이를 힘들게 한다.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신조어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옆집 아이, 또래의 아이들과 비교하며 내 아이가 남들보다 앞서길 바란다.
며칠 전 tvn 드라마 < 엄마 친구 아들 >를 봤다.
여자 주인공 석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엄친딸이다. 공부며 일이며 최고라고 불리는 곳에서 해냈다.
한마디로 엄마와 아빠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석류는 외국인 회사에서 버티기 위해 했던 일이 다른 팀원에게 호구가 되었다. 또한 혼자 독자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오너 말에 지쳐갔다. 낯선 땅에서 의지할 곳이라곤 약혼자뿐이었지만 그가 바람피우는 걸 목격하고 모든 걸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한 달 뒤면 국제변화사와 결혼할 거라는 기쁜 소식에 들뜬 엄마는 동창들에게 청첩장을 미리 돌리며 침이 마르도록 딸 자랑으로 보낸다. 그런 딸이 모든 걸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자, 억장이 무너지는 걸을 느끼며 돌아가라고 딸의 귀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시 돌아가라며 짐을 싸는 엄마에게 석류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난 엄마의 포장지가 아냐."
그래도 엄마라면 딸이 왜 돌아왔는지 물어보며 최고가 아니어도 받아주는 게 아니냐며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고였다. 부모의 기대가 너무 크면 자식이 느끼는 부담감은 큰 돌덩이가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차지하며 효도라는 단어로 압박당한다.
부모는 자식이 잘 되길 바란다. 그래서 내가 못 입고 못 먹어도 내 자식만큼은 나보다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잘하기를 바란다. 그녀는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부담감을 주기 싫었다.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몸으로 체험하며 뛰어놀기를 바랐다. 그가 모든 교육 권한을 그녀에게 넘겼기 때문에 그녀는 그녀만의 방법으로 초등학생 때까지는 남들이 하는 국영수 학원은 관심 갖지 않았다.
앉아서 하는 공부보다는 야외에서 뛰어놀며 박물관이나 지역 축제 혹은 공공기관을 다니며 눈으로 보며 익히길 바랐다. 다만 책 읽기는 하루에 한 권이라도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주변에서 너무 방심하는 거 아니냐는 조언도 있었지만 어릴 때 마음껏 놀지 못하면 못 논다는 생각으로 풀어주었다.
사실 학원을 보내지 않으니 놀 친구가 없었다. 다들 학원에 다니다 보니 친구와 놀 수가 없어 피아노 학원을 가고 싶어 해서 보냈다.
그는 모든 교육권한을 그녀에게 넘겼다.
그는 어릴 적 '천재'는 아니지만 꽤 영리하다고 소문났다. 학교에서는 늘 놀았지만 성적은 늘 상위권이라 학교 선생님도 어리둥절해서 네 점수가 맞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또한 심한 장난도 쳤기 때문에 교무실에서 벌을 서, 우등생이라고는 전혀 믿지 않은 선생님들이 많았다. 그래서 재시험을 친 적도 있었다.
그는 집에서 선행학습을 했다. 돈을 아끼는 엄마로 학원은 생각도 못했다. 참고서를 사서 몇 번이나 풀었다. 동생한테 참고서를 물려줘야 했기 때문에 깨끗하게 봐야 하는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반항하면 엄마한테 혼났기 때문에 무서워서 하라는 대로 했다. 책도 백과사전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덕분에 지금 나이가 들어도 상식은 꽉 잡고 있다. 사자성어부터 어릴 적 유명했던 문학 책 그리고 속담과 중1 수학까지는 지금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그녀라면 아이 교육을 꽉 잡고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한편으로는 교육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싶지 않아서 그녀에게 맡겼다. 아이 교육이 잘못되면 그녀를 다그치면 되니깐.
그녀는 스파르타식 교육이 싫어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공부를 맡겼다.
물론 초등학생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코치를 했지만 한 살씩 나이 들어가면서 그녀 공부 잔소리는 소 귀에 경읽기가 되었다. 무리하게 시켰나 생각도 했지만, 이미 홈스쿨하는 아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좀 무리해도 해내길 바랐다. 초등학생 때 사자성어나 한자어, 속담을 알고 있으면 중학생, 고등학생 때 조금 편해지기에 잘 따라와 주길 바랐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스스로 뭔가를 하라고 해놓곤 관여 안 한 것이 잘못된 것인 건가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한다.
그는 어릴 적 선행학습 덕분에 성적이 잘 나왔기 때문에 아이가 선행학습을 꼭 하길 바랐다.
그녀는 선행학습도 중요하지만 그날 배운 걸 복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복습을 하길 바랐다.
그와 그녀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은 벼락치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교육관이 잘못되었다며 아댠치기 시작했다. 잔소리하는 선생님처럼 하나하나 따지면서 구석으로 몰았다. 그녀는 그의 잔소리를 계속 들으면서 참고 또 참았다. 그러다 폭발했다.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신이 이제 교육 맡아라. 당신이 주말에 아이들 학습 봐주면 되겠네."
그러자 그가 흥분하며 말했다.
"만약 내가 그렇게 한다면 술 마시는 거 일체 관여 안 할 자신 있냐?"
그녀는 기가 막혔다. 무슨 논리인지 어이없어 그를 째려봤다.
그렇게 교육관이 달랐던 그와 그.
아이들 선택은 자기가 하는 걸 좀 참고 기다려달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뭔가 스스로 하려고 하고 싶은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지켜보고 있다.
하다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학원을 이야기했고, 제발 자라고 할 정도로 늦게까지 공부하는 큰 아이를 보며 괜히 마음이 아팠다. 아직 중학생인 작은 아이는 뭔가 하는 것 같은데 공부보다는 쉬는 시간이 더 많은 걸 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지켜볼 뿐이다.
그와 그녀는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공부하길 바란다. 공부 잘하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SNS보다는 책을 가까이하길 바랄 뿐이다.
그와 그녀는 안다. 책이 살아가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기에 책 읽으라는 잔소리는 아이들 눈치 보며 한다.
결국 공부는 부모가 아닌 아이 스스로 해야 한다.
뭐가 중요한지 알면서도 주변의 유혹이 많다는 사실도 안다.
다만 아이가 올바르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좋은 교육이 아닐까 생각하며 아이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