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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Sep 16. 2024

술을 좋아하는 그와 술을 싫어하는 그녀

지나친 음주는 위험합니다

탁!

퇴근하고 집으로 와 샤워한 후 냉장고로 향한다.

시원한 맥주와 소주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자태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차디찬 맥주 캔 하나 꺼내어 따본다.

칼칼칼 답답했던 목구멍으로 흘러들어오는 알코올은 그렇게 그를 피로로부터 탈출시켰다.


"캬~ 이 맛이지! 천국이 따로 없다니깐."

시원한 알코올로 목을 축인 그는 살인미소로 그녀를 바라본다.


'또 시작이군. 오늘은 이걸로 끝내면 좋으련만......'

그녀는 백 프로 그의 마음을 알지 못하지만 지친 일을 마치고 돌아와 피로를 술로 푸는 그를 이해했다.

그렇기 때문에 술로 자유를 만끽하는 그를 터치하지 않았다.

술 한잔으로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푼다는데 어떤 이유로 막겠는가.

그녀 또한 스트레스가 너무 쌓이면 달달한 커피든, 쓴 커피든 한 잔을 마시고 나면 기분이 좋아짐을 알기에 관여하지 않았다.

문제는 한 캔이 두 캔이 되더니 소주로 갈아타면서 한 병이 되고 두 병이 되는 게 탈이었다.

그나마 평일에는 괜찮았다. 언젠가부터 회사에서 음주측정을 실시한 후로는 지난 날 보다 평일에는 술을 과하게 마시지 않았다. 대신 주말은 그야말로 술파티로 시작되고 끝을 냈다.


결혼하기 전 그녀는 그가 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 정도로 술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술은 기분 좋게 마시면 좋지만 지나친 음주는 위험하다는 걸 알기에 주말마다 술통에 빠져있는 그가 미울 뿐이었다. 


주말마다 일찍 일어나는 어린아이처럼 그는 주말에는 더 일찍 일어난다.

시간이 아깝다면서 그 시간을 술과 사이좋게 지낸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평소와 다른 모습을 그녀는 목격했다. 경악했다. 치워버리고 싶었다. 협박도 해보고 달래도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는 그를 포기했다. 술을 마시면 본심이 드러난다고 했던가. 평소에 그녀에게 가졌던 불만을 술에 의지한 채 술술 불었다. 그녀는 기가 찼다. 그의 본심을 알고 난 후 그와 있는 시간이 지옥이었다.


주말이 다가오거나 빨간 날이 있는 날이 다가오면 그녀는 불안하기 시작했다.

살이 있는 지옥에서 견뎌야 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두려웠다. 피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의 주사 중 하나가 지나친 음주 후 전화를 시시때때로 하는 것이었다. 차라리 못 들은 척, 못 본 척 잠을 청하는 외에 방법이 없었다. 헤어질까 수많은 생각을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문제가 두려웠다. 


지나친 음주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에 너무 힘들었다.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던 그는 아버지 소원으로 결혼을 서둘렀다. 어쩔 수 없이 '가장'이라는 지위 때문에 회사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부정부패에 이를 악 물고 견뎠다. 그녀에게도 부담주기가 싫어 선택한 방법이 술이었다. 그도 안다. 줄이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그도 괴로웠다. 마음 같아서는 다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퇴근 후 "아빠~"하며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니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자기 나름대로 한 잔이라도 줄이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알까? 그가 노력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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