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싫어요 vs 운동이 좋아요
"오늘도 헬스 가?"
"응."
"가도 티가 안 나는데 왜 가는지 모르겠네."
"......"
그녀는 운동하는 걸 좋아한다. 운동 중독은 아니지만 평소에 땀이 나지 않아 일부러 땀을 내러 간다. 흠뻑 땀으로 채워진 몸을 씻으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살 빼기 위해 시작했다. 하지만 습관이라는 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더 강도가 높아지길 원한다.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이라도 연장되면 좋으련만 딱 한 시간만 허락됐다. 운동은 한 시간이지만 이래저래 씻고 말리고 나면 두 시간은 훌쩍 넘어간다. 그래서 운동하는 날이면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 든다.
동네에 체육관이 생겼다. 우리 동네는 노인 인구가 많다. 그래서 헬스장 대부분 차지는 어르신들이다.
아침 일찍부터 와서 반나절이나 하루종일 계시는 분도 있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체육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듯하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건강해야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자식한테 의지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누가 어디 아프더라, 어제 누가 죽었다더라 하며 아프지 말자며 다짐하고 운동에 몰입한다.
그녀 역시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 강도가 높은 운동은 아니지만 한 시간 정도 인위적이라도 걷고 나면 답답했던 속이 풀린다. 걷는 동안에는 오로지 나한테 집중할 수 있다. 듣고 싶은 음악도 듣고, 보고 싶었던 영상을 보면서 잠시 그 속으로 몰입한다. 운이 좋으면 하는 일과 연관된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오르기도 한다.
그녀는 자기 전에 상상한다.
'내일은 새벽에 일어나 집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오픈 시간에 체육관 갔다 와서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하며 내일 일을 상상하며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잠이 많은 그녀에게 새벽 일찍 일어나는 건 무리였다.
평일에 운동하는 건 편안했다. 그녀 일정에 맞춰 시간 조절하면서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운동하는 걸 포기해야 했다. 늘 그가 운동가는 걸 못마땅했다. 함께 운동하면 좋겠는데, 그는 움직이는 자체를 싫어했다.
한 번은 주말에 운동하고 있는데 5분 간격으로 전화가 왔다.
항상 물음은 똑같았다. "언제 와? 몇 시쯤 마쳐?" 정말이지 그녀가 뭘 하는 걸 꼴값게 여겼다. 그는 자기 마음대로 나가면 나가고 들어오면 들어오면서 언제나 그녀한테는 엄격했다. 누군 남편이 아내를 많이 생각해서 그렇다고 농으로 말하지만 그녀는 아니라는 걸 알기에 기분이 나빴다. 그녀가 그의 일정에 대해 물으면 그것까지 말해야 하면서 역정을 내니 말이다.
그녀는 숨이 막혔다. '어째서 난 운동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말인가. 젠장!"
주말에 스트레스 풀려고 운동하러 나가는 걸 접어야 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안고 와야 했기에 평일에 세 번 이상 가는 걸로 만족했다. 틈나는 대로 운동하기가 그녀 목표가 됐다.
그는 운동하는 걸 싫어했다. 회사에서 에너지를 다 쏟고 나니 집에 오면 그저 쉬고 싶었다.
한때는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이 있었지만 그때뿐이었다. 이제는 일에 찌들고 사회생활에 찌들다 보니 그저 쉬는 게 최고였다. 그가 운동을 안 하는 건 아니었다.
그가 유일하게 하는 운동은 당구였다.
초록색 직사각형 판에 놓여있는 공을 당구대로 이리저리 넣는 재미가 좋았다. 머리를 써야 하는 운동이기에 더 좋았다. 그는 머리 쓰는 운동을 좋아했다. 한두 시간 동안 당구에 집중하고 나면 그가 좋아하는 술자리로 자리를 옮기니 더 좋았다. 열심히 일한 자 쉬라고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는 당구에 집중했던 노고를 술로 풀었다. 그는 대부분 종목의 운동을 잘했다. 다만 구기 종목은 마음대로 되지 않아 그 운동은 하지 않았다. 뭔가를 했다 하면 잘하고 싶은 욕심에 그가 스스로 생각할 때 못하는 분야가 있다면 처음부터 시도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운동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살을 빼는 목적이라면 실패한 운동이다. 그는 생각했다.
'저렇게 열심히 운동하면 살이 빠지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살은 안 빠지고 근육만 키우는 건 같은데, 왜 다니는 걸까?'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다만, 최근에 그는 깨달았다. 그녀보다 하체 힘이 약해졌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