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vs NOW에 충실하란 말이야
"~ 라떼는 말이야......"
그는 혼자 과거 여행을 다시 시작했다.
그녀와 아이들은 한숨이 절로 나오기 시작하며 그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군. 시간아 빨리 지나가라~'
말은 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주문으로 텔레파시 통한 듯, 세 명의 여자들은 한 곳으로 눈동자가 마주했다.
어릴 적 그가 공부한 만큼 아이들이 하지 않자, 그녀부터 아이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반복되는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아니, 어떻게 교육했길래 아이들이 책 한 권 안 보냐고!"
"너희는 엄마가 그렇게 책 읽으라고 하는데 왜 안 읽니? 성적보다 책 읽는 게 얼마나 인생이 도움이 되는지 아니? 아빠는 말이야. 너희들만 할 때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 지식이 지금까지 고갈되지 않고 사용하는 걸 아니 모르니? 텔레비전 볼 때 나오는 문제들 너희보다 아빠가 훨씬 빨리 맞추는 거 알지? 도대체 왜 안 읽니?"
책 보다 휴대폰을 손에 놓지 않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 그에게 아이들 모습은 속에서 불이 날 정도였다.
그녀도 알았다. 아이들이 휴대폰에 집중할 때 그녀 또한 속에서 천불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얘기해 봤자 아이들 귀에는 들리지도 않는다. 소귀에 경 읽기다.
차라리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편이 훨씬 좋은데, 그건 싫단다. 어릴 적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질렸다고 한다.
절로 나오는 한숨으로 그녀는 그를 이해했다. 얼마나 읽었으면 초등학교 때 읽은 배경지식으로 자신 있게 말하는 그이기에. 네이버 지식인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그의 정확한 상식에 혀를 내두를 때가 많다.
그녀는 책을 읽지만 그만큼 기억한다고 보장하지 못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는 요즘 시대가 바라는 메타인지형에 가까운 인재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보다 과거를 좋아한다.
과거에 그는 언제나 잘 나갔다. 남들보다 인물도 잘났고 아는 것도 많았으며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전교 1,2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다들 그가 판사나, 의사, 검사가 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한참 공부해야 할 때 반항했다.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하면서 공부를 손에서 놓았다. 그리고 전혀 다른 인생길로 접어들었다.
주변에 그를 아는 사람들은 안타까워했다.
동창모임에 가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 듯, 그때의 그로 돌아가 목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못한 친구들이 훨씬 잘 살고 있다. 말은 하지 않지만 그 때문에 속상하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다. 자존심이 상한 그를 보면서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게 과거에 살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함을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걸 그는 알면서도 과거에 취했다.
과거에서 잘한 건 거울을 삼고, 잘못한 건 반성하며 현재에 집중하는 걸 그녀는 좋아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기에 현실에 충실하한다. 한때는 그녀 또한 과거에 하지 못했던 걸 후회하며 자기비판에 사무쳐 지냈다. 마치 깊은 우물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개구리처럼 허우적거렸다. 과거에 잘 못한 걸 집착하면 할수록 그녀 마음만 다쳤다. 늘 우울했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과거 잔재에 머물면 사람이 얼마큼 망가질 수 있는지를 알기에 과거에 집착하는 그가 안타깝기만 했다.
"이제 좀 과거에서 벗어나봐. 과거로 돌아갈 수 없잖아. 지금 자신을 봐. 어떤 모습인지. 과거보다는 현재가 중요해. 오늘 하루 내가 얼마나 충실하며 즐겁게 살았는지 생각해 보자. 아침에 눈을 뜨면 똑같은 하루가 아니라 또 다른 즐거운 일들이 기다릴 거라 생각해 보자."
그녀도 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더구나 신경질적이고 생각이 많으며 예민한 그에게는 전혀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임을.
그래도 그녀는 그를 과거에서 끄집어내려고 노력한다.
화를 내보기도 하고, 달래 보기도 하며 그녀만의 방식으로 시도한다.
그녀의 노력 덕분인지 결혼초기 때보다는 조바심이 강하고 부정적인 그가 조금 나아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갈길이 멀다.
Right Now!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기에 미래가 있다.
과거는 다시 붙잡을 수 없고, 현재에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내느냐에 따라 또 다른 과거가 되면서 미래를 향해 달려간다. 올가미처럼 내 목을 조르는 과거보다는 어떤 색으로 펼쳐질지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는 현재에 충실하는 게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