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것은 습관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습관화되지 않은 글쓰기는 글'짓기'이지 글쓰기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저 혼자 쓰는 말일 수 있으니 여기서 더 설명을 해야겠지요. 글쓰기는 일상적인 글을 쓰는 행위를 말합니다. 글의 주제를 정하느라 진땀 빼지 않고 '그냥 써야 하니까 써지는 글'을 '써지니까 쓰는 것'이 글쓰기입니다. 하나의 주제를 만들어 놓고 그 주제에 맞게 글을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쓰는 것은 글을 짓는 것입니다. 털실 뭉치에서 실을 풀어서 길게 늘어뜨려 놓는 것이 글쓰기라면 그것으로 옷을 짓는 것은 글짓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을 짓는 것은 훨씬 집약적인 노동과 일종의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글을 쓰는 것은 솔직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세련된 감각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일종의 순환 논리입니다. 설명이라기에는 그냥 그 말이 그 말입니다. 어려운 말이 아니라 그냥 글을 쓰니까 글쓰기라고 부르고 글을 일정한 목적에 따라 노력을 들여 옷을 짓듯이 지으니까 글짓기라고 했습니다. 보통은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구분을 하지 않을 수도 있지요. 굳이 한번 더 설명을 하자면, 작가가 책으로 내는 작품은 글을 지은 것이고 똑같은 작가가 일상에 대해 팬 서비스 차원에서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글쓰기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글쓰기에 대해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흐릿하더라도 개요와 골격이 있는 그런 글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는 글 말입니다. 저는 그런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글쓰기를 글짓기 수준의 노력을 들이게 되면 절대 오래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헬스장에 다니기는 하지만 하루에 사십 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힘들어서 지칠 정도가 되면 저는 의지가 약해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나가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준비운동과 샤워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삼사십 분 정도만 하면 빼먹지 않고 매일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힘을 딱 주고 머릿속의 개요를 따라서 진행되는 소설 같은 글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글과 달리 글쓰기에는 힘을 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것은 많이 써 보고 자기의 글들 안에서도 비교를 해보고 바꾸는 시도도 해 보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일단 써 놓은 것이 많아야 합니다. 잘 쓴 글이 아니라는 것은 사람들 앞에 내놓았을 때에야 쓸 수 있는 말입니다. 그 사람이 나 하나라도 말입니다. 글이라는 형태로 내놓지 않고 잘 쓰지 못한다는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내놓지 않는 만큼 스스로 만족할 가능성이 커지고 말입니다. 인스타그램이나 각종 인터넷 매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열등감을 느끼게 한다는 부작용에 대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민감도에 따라 다를 뿐 스스로 어느 정도는 객관화가 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을 꽤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굳이 대회에 나가지 않고도 자신이 운동을 본격적으로 한다는 사람에 비해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남의 눈을 통해 물어보아야 했던 것을 수많은 표본이 눈앞에 있으니 스스로에게 솔직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지금 단계룰 넘어서서 무리해서 운동을 하려고 한다면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도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자만심을 내려놓게 해 준다는 측면에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읽을 수 있는 글이 수없이 있습니다. 내 글만 충분히 있으면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저도 제 글이 중간은 간다, 잘 쓴다, 못쓴다, 중에서 판단을 하라고 하면 그냥 중간은 간신히 가지 않을까요,라고 말을 하지, '내가 쓴 건 없지만 본격적으로 쓰려고 하면 잘 쓸 것 같다.'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비교할 표본이 많아야 스스로 객관화할 수 있는 근거도 늘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글쓰기가 습관이지, 글짓기가 습관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대해 이야기해 보아야겠습니다. 제게 글을 쓰는 것은 마치 영화 'The Holiday'에서 Amanda(Cameron Diaz 역)가 걸린 직업병과 비슷합니다. 그녀는 광고 카피라이터인데, 자신의 모든 상황에 대해 자동으로 광고 카피로 설명을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직업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경우가 제게는 한 작가의 소설을 오래 읽다 보면, 어떤 상황이 되었을 때 그 작가의 책에 나오는 화자의 말투, 또는 번역된 책의 경우에는 번역체의 말투로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문장을 떠올리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생각을 글로 풀어놓는 일이 반복되면 내가 글을 쓸 때의 말투로 상황을 다시 글로 쓰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 관문을 통과해야 생각이 가지를 치고 자라납니다. 그렇지 않고 막연히 쓰려고 하면 처음 쓰기 시작하려고 했던 그 순간의 생각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아직은 저도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나만의 문체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글쓰기는 개인적인 행위입니다. 수다를 떨듯이, 생각과 함께 나아가야 하는, 인간으로서의 개인적인 행위입니다. 글짓기는 약간 다르겠지요. 눈앞에 있는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런 개인적인 행위도 반복을 해야 필요할 때 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쁜 일이 있어 한 달 정도 아무와도 대화를 하지 않으면 말이 어눌해집니다. 상대방이 느끼지 못하더라도 내가 스스로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느낍니다. 말은 하다 보면 금방 괜찮아지지만 글쓰기에서 어색함은 금방 사라지지 않더군요. 수첩에 손으로 글을 썼을 때는 그런 상황이 되면 한 두 줄만 쓰고 끝나는, 그냥 메모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지금도 똑같겠지요. 쓰다 보면 길어지는 것은 생각보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쓰다 보면 길어지는 글을 매일 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어 보입니다.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글쓰기가 습관이 되어야지, 글짓기가 습관이 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기술적인 일이나 운동을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힘을 빼라'는 것이죠. 글쓰기를 매일 해서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남들도 이해하기 쉽게 변해가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은 즐겁습니다. 하지만 글짓기를 하려는 듯 억지로 계획을 하고, 개요를 짜고, 거기에 맞게 문단별로 스토리를 만들어서 어디에 가서는 방향을 트는, 그런 것을 매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글은 정말 중요한 순간에 짓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매일 억지로 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충고 같은 글이 되었지만, 사실 제가 누구에게 조언을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특히 글을 쓰는 데 있어서는 말 그대로 취미인 사람이라서 실제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 쓴 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저 자신에 대한 변명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네요. 제 이야기니까요. 글에서 힘을 빼려고 노력하고, 길거나 거창한 글은 아니지만 매일 쓰려고 노력하고, 하지만 잘 짜인 글을 매일 쓰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연재는 스스로도 남들과 어떤 약속을 할 만한 글을 쓴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무엇보다 약속이라는 게 압박이어서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그런 여러 가지에 대해 변명하는 글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