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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구하는회계사 Jan 05. 2024

부자되는 방법

쉽지만 아무도 관심없어하는 방법

아무래도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너무나 많지만 독자들이 가장 관심있는건 부자가 되는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누누히 강조하는 것은 돈 문제는 단순한 돈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debt-free 로 가는 길, 부자가 되는 길에는 정말 인생 전체적인 부분이 연결되어 있을수 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간단하게 돈문제만 얘기한다면 이렇게 이런저런 디테일을 나누면서 글을 시리즈로 쓸 필요없고, 그냥 3-4개의 글이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재정적인 실수 연발로 net worth (순자산: 자산에서 부채를 뺀 액수)가 마이너스라면, debt-free 에 솔깃하는건 당연할 것이다. Debt-free 가 되는 것은 단순하다. 돈을 최대한 많이 벌고, 쓰는 것은 최소한으로 해서 남는 것으로 갚으면 된다. 근데 말처럼 쉬운게 아닌게 문제이다. Debt-free 가 되는 긴 여정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은 무엇인가. 우선 내 개인의 생각 정리를 위해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점들을 리스트해보려고 한다. 


1. Debt-free 가 되려고 하는 동기 그렇게 되고자 하는 마음이 얼만큼 강렬한가

2.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빚진 인생이 되었는가

3. Debt-free 가 된 후의 삶을 상상

4. 돈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5. 포기하고 그냥 대충 살기로 한다면 나중엔 어떤 모습인가


방법에 대해 얘기하자면 나는 Dave Ramsey 아저씨가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을 따라서 했다. 그건 책 읽으면 되고, 아무 search browser 에 "Dave Ramsey's 7 Baby Steps" 라고 치면 쉽게 찾을수 있다. 대신에 이 방법이 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으면 The Total Money Makeover 을 읽으면 된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가 혼자 특별한 프로그램없이 그냥 debt-free 를 원하는 마음과,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 아무런 진전이 없는게 보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해서 접한 후 그리고 다른 사람들 스토리를 수십개 읽은 후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리고 차근차근 프로그램대로 따라갔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했던 이유는 내 두 딸들 때문이다. 포기해서 나 혼자 나중에 힘든거라면 포기에 대한 유혹도 생기지만 ("지금 고생하고 나중에 즐길바에, 그냥 나중에 고생하게 되도 지금 즐길래”라는 식의 유혹인데 이건 자녀들이 없는 경우엔 자기 자신을 설득하기에 충분한 힘이 있다.) 내가 포기하면 두 딸들이 힘들어질걸 생각하면 유혹이고 뭐고 없다. 그게 나의 이유였고 motivation 이었다. 


Debt 이 많이 쌓여서 빚 갚는데에 monthly payment 가 많이 나가는 상황에 놓인 분들한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제시하기 전에 미리 big picture 를 보기를 권하고 싶다. 큰 그림 없이 그냥 방법만 보고 가다보면 중간에 헤이해지기 쉬울것 같아서이다. 정기적으로 받는 월급으로 다음 월급날까지 버티며 살아가고, 만에라도 한번의 월급이 없어지게 되면 큰 문제가 되어버리는 삶을 "living paycheck to paycheck" 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런 paycheck-to-paycheck 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매달 남는 돈으로 이것저것 할수 있는 옵션이 많아진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상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남을 돕고 싶은데 도울 돈이 없다. 그 사람은 돈이 생기면 남을 더 돕는다. 또 어떤 사람은 육신적인 쾌락을 너무 좋아하는데 돈이 없어서 유흥에 쓸 돈이 없다. 그 사람은 돈 생기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스케일로 먹고 논다. Dave Ramsey 아저씨가 자주 하는 말중에 이런 말이 있다. 돈은 magnifier 라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magnify 시킨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에게 돈이 주어지면 더 큰 스케일로 좋은 일을 하고, 나쁜 사람에게 돈이 주어지면 그만큼 더 크게 나쁜일을 한다. 독자 중에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부자 되는 법은 간단하다. 돈을 많이 벌면 된다. 근데 돈을 많이 벌면서도 부자가 안되는 방법도 간단하다. 돈을 버는 만큼 쓰면 된다. 유치원생들도 알만한 이야기를 왜 하냐 싶을수 있겠지만 많은 경우에 이 단순한 원리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 큰 불만과 그 외에 많은 부정적인 것들의 시작이 되는 것 같다.  


많은 경우 우리가 "부자"를 떠올릴때 생각나는 사람들은 특정 소수이다. 연예인이라든지 아니면 Jeff Bezos 나 Mark Zuckerburg 같은 비즈니스맨, 혹은 YouTube 나 Tik Tok에서 보는 유명 influencer 를 떠올리지만, 우리가 모델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고 그 정도 수준의 부는 일상생활에 굳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런 사람들처럼 되려면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많은 운이 따라야 한다. 그렇게 되는 것이 성공이고 그 이외는 모두 실패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아마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는 힘들거라 간주해도 무난하다. 꿈을 높게 같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꿈은 높은게 좋지만,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어야 하고, 이루어지지 않아도 부자는 될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부자가 되기 전까진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것처럼 불행한 생각도 없다.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들 중에서도 우리가 볼 때 "부자"라고 판단되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다들 주위에 여럿 있을 것이다. 그 중에 그들의 현재 자산, 부채, 연봉 등의 액수를 모르는 경우에 그렇게 판단하도록 만든건 딱 한가지이다. 그들의 "지출"이다. 얼마짜리 집에 살더라, 얼마짜리 차를 타더라, 얼마짜리 옷이 몇벌이나 있더라, 외식을 이런 곳에서 하더라 등등. 생각해보면 그들이 돈을 쓰지 않고서는 우리가 그런 판단을 내릴 근거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유명인 부류가 아닌 경우라면 일반인의 income 은 높아봤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돈을 정말 잘 번다 하더라도 쓰고 싶은대로 펑펑 다 쓰면 없어지는건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심지어 그건 미국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bankruptcy (파산) 스토리들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럼 다시 말해서 버는 액수가 다 고만고만, 거기서 거기라면, 그 돈을 펑펑 쓰는 사람이 부자일까 그 돈을 하나도 안 쓰는 사람이 부자일까. 또 하나 다른 질문을 던지고 싶다. 부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은건가 아니면 부자처럼 보이지 않는 부자가 되고 싶은건가. 여기에서 한국 사람들만의 특성이 아주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필요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성이다. 


“부자”의 정의는 상대적인 것이고, “돈을 많이 번다”했을때 “많이 (much)”도 100% 상대적인 것이다. 내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실제 그 스트레스의 foundation은 자기 자신이 만든, 또는 많은 경우에 부모님들이 만들어준 “기준” 곧 standard 에 있다. 

 

나는 예전에 이렇게 기도한 적이 많았었다. "언제까지 이런 (재정적인) 구렁텅이에서 구해주실 건가요?” 다시 말해서 "난 언제까지 이렇게 돈이 없을까요?” 였는데 그 기도를 할때 내가 이 “구렁텅이”에 있게 된건 하나님 탓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도 곁들여 있었다. 근데 그 "없다"는 것도 상대적이었다. 내 그때의 상황을 "구렁텅이"라고 판단한 것도 내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다. 태어나서 살아오면서 두 눈으로 관찰하면서 주위의 standard 를 받아들이거나 나 자신만의 standard 를 만들어온 것이다. 


“이 정도 집에서 살면 average 인 것이고, 이 정도 차를 타면 약간 below average 인 것이고, 한달에 외식에 이 정도의 돈을 쓰면 정말 절약하는 것이야” 등은 다 내가 만들어 온 스탠다드에 맞춰본 후 나온 conclusion 이라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이 정도”는 미리 정해진 절대적인 액수가 아니다. 나는 지금 정말 어쩌다 보니까 좋은 상황이 이어져서 깨끗하고 살기 좋기로 알려진 도시에 살게 되었지만, 30분만 운전해서 가면 정말 오래되고 (상대적), 허름한 (또 상대적) 집들이 대부분이고 차 없이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도 은근히 많다. 근데 난 24년동안 항상 멀쩡하고 잘 굴러가는 차만 타고 다녔고, 충분히 깨끗한 아파트에만 살았었고, 심지어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이 쓰는 똑같은 모델의 전화기 (iPhone) 를 벌써 15년째 쓰면서 “아이폰 없이는 못 살지”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돈이 없어서 힘들고 답답한 적이 많았는데 그건 첫째, 내가 좀 더 벌지 못했기 때문이고, 둘째 내가 정해놓은 standard 의 삶을 살기 위해 번 돈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그걸 깨달은 후로는 “돈”에 연관된 기도는 할 염치가 없어지게 되었다.  내가 그 당시 있었던 그 자리는 나의 지난 30여년이 모아져서 나온 결과물이었기 때문에 누구를 탓하기도, 주위 환경을 원망하기도 참 힘든 것이었다. 


Personal Finance에는 2개의 무기가 있다. 돈을 버는 것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돈을 아껴 쓰는 것이다. Wealth (부)는 돈을 버는 것으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고, 버는 돈에서 쓴 돈을 뺀 "남은 돈"으로 좌우된다.  연봉이 20만불인 사람이 한 해동안 19만 5천불을 써버렸다면 결국 한 해 동안 모은 돈은 5천불에 불과하다. 또 다른 한 사람이 5만불을 벌어서 4만불을 쓰고 만불을 저축/투자 했다면, 5만불 버는 사람이 더 빠른 속도로 부를 축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으로 판단하면 전자인 20만불 버는 사람이 더 부자로 보일 것이 분명하다. 


난 학생일 때 돈을 잘 벌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졸업후부터 몇년전까지 십년이상 동안 돈을 잘 벌어본적이 없었다. (물론 상대적이긴 하지만.) 그리고 우리 부부가 빚을 청산하고 재정상태가 수중 위로 올라온 것은 내가 35살이었을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60이 되기 전에 은퇴할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평균 은퇴나이가 65정도인걸 생각하면 굉장히 만족스러운 계획이다. 내가 현재 알고 있는 것들을 25살에 알았더라면 50이 되기 전에 은퇴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참고로 여기서 언급한 "은퇴"라는 개념은 보통 흔히 생각하는 그런 모습의 은퇴가 아니라 "financial freedom (재정적 자유)"를 의미한다. 돈 때문에 일을 꼭 해야 해서 하는 삶에서 돈에 관계없이 일이 좋아서 일을 하는 삶으로의 전환이라고 보는게 좋겠다. 


35세까지 빚만 있을뿐 wealth 는 하나도 축적하지 못했고 심지어 39세였을 때도 4만불도 못 미치는 연봉으로 살고 있던 내가 60세 전에 은퇴하는 계획을 가질 수 있다면,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방법일 수 밖에 없다. 20대후반이나 30대 초반에 정신을 차릴 수 있다면 앞으로 정말 시원시원한 길이 창창하게 열려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내가 말하려는 "부자되는 방법"은 돈을 버는 쪽에서의 얘기가 아니다. 대신에 돈을 적게 벌고, 또한 깊은 마이너스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많이 않은 돈으로 잘 사는 방법에 대해서 더 많이 공부하고 체험할 수 있었고, "생각의 전환"에 많은 비밀이 있다는 것을 나누고 싶다. 


Photo by Alice Pasqua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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