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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구하는회계사 Jan 12. 2024

운동과 재정관리

재정관리는 운동과 비슷한 점이 너무 많다. 건강하지 못한 몸에 불만을 가져서, 혹은 더 건강한 몸, 보기에 좋은 몸으로 살아가고 싶어서 운동을 결심하고 어느정도 운동하는 삶을 유지해 봤다면 많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1. 쉽지 않다. 

세상에서 가치 있는 것 치고 댓가 없이 얻어지는 건 그리 많이 없다. 건강한 몸을 가지는 것이 그렇고 부자가 되는 것도 그렇다. 정말 움직이기 싫고 소파에 누워서 넷플릭스나 주구장창 보고 싶을 때, 억지로라도 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운동을 하러 나가야 한다. 몸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입안을 즐겁게 하는 음식들을 모두 먹으면서 몸짱이 될순 없다. 머리속으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 알고 있는데 순간의 쾌감, 순간의 편안함이 가장 큰 적이 된다. 몸짱이 되는 것이 쉬웠다면 주위에 몸짱이 아닌 사람이 한 명도 없어야 정상이다. 


2. 아무도 모르는 비밀은 없다.

물론 운동하는데에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 모르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고, 또 틀린 방법도 있는건 사실이지만, 기본 틀은 비밀이 아니다. 몸에 좋은 음식을 골고루 적당량 먹고, 자주 움직이고, 근육운동과 cardio 운동을 꾸준히 하고, 스트레칭 골고루 자주 하면 몸이 안 건강해 질 수가 없다. 부자가 되는 것에도 마찬가지로 효과적인 방법이 따로 있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기본 틀은 상식이다. 버는 것보다 적게 쓰고 꾸준히 모으고 투자하면 된다. 기존보다 조금 더 벌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존보다 조금 더 아껴서 더 많이 모을 수 있다면 거의 게임오바라고 볼 수 있다. 


3. 혼자서 할 수도 있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하고 어느 정도 해야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빠삭한 사람한테도 트레이너가 있으면 효과는 월등히 달라진다. 일평생 운동만 해 온 운동선수들에게조차 트레이너가 필요한 것이 이해가 안 갈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엔 그건 knowledge 보단 motivation 의 문제가 더 크다. 근육운동을 할 때나 달리기를 할 때 얼만큼을 할 것인지, 어느 순간에 그만 할 것인지, 정말 몸이 힘들다고 생각할 때 몇개나 더 들어올릴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운동하는 당사자의 몫이라면 동시에 두군데로 에너지가 분산되어 소모되는 것이다. 실제로 운동하는 몸으로 가는 육체적인 에너지 못지 않게 내 의지를 조절하는 self-control 에 엄청난 정신적인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여기에 트레이너/코치가 있다면 몸은 더 힘들겠지만 "여기까지 할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오늘은 일이 좀 피곤했으니까 평소때보다 조금 쉽게 가자"라는 생각을 할 필요도 틈도 없어진다. 그냥 시키는 대로 딱 그만큼만 하면 된다. 같은 맥락에서, self-control 능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운동이든 재정이든) 혼자서도 꽤 효과적인 결과를 이룰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트레이너/코치를 추천한다. (여기에선 본인을 아는 self-awareness 가 굉장히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메타인지"라고 표현하는 걸 자주 들었다.)


4. 미래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릴 수 있어야 효과적이다.

운동을 할 때도 원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운동을 하는게 정상이다. "이렇게 계속 운동하면 몸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괜찮은 모습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운동에 임하는게 아니라 "난 내년 이맘때는 누구누구 같은 몸을 갖게 될거야" 혹은 "몸무게 __에 체지방은 __%까지 도달할거야"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효과적이고 동기부여가 된다. 재정적인것도 같다. 막연하게 계획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미래의 모습을 그려야 한다. 정확한 액수의 목표 (예: 10년내에 $500,000 의 자산에 도달하겠다)가 될 수도 있지만, 나같은 경우는 좀 더 궁극적인 목표를 정한다. 그 중 한가지를 예로 들자면 매년 적어도 한번씩은 NBA 경기 보러 가기인데 지금도 마음 먹으면 못 가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1년에 한번씩 온 가족이 가도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 안해도 살 수 있다. 하지만 먼저 댓가를 지불하고 나중에 누리는게 지금 편하고 나중에 댓가를 치르는 것보다 백배 낫다. 

건강해져서 건강한 몸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사는 삶과 몸을 관리하지 않아 건강을 헤쳐서 무거워지거나 허약해진 몸으로 쉽게 다치고 아파서 고생하면서 사는 삶을 비교하면 어느쪽이 나은지는 물어 볼 필요도 없다. 댓가를 먼저 지불하는 쪽이 더 적은 댓가를 치루는 것일테고 더 많이 누리는 쪽인 것이다. 재정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이 순간 바짝 노력하는 것이 10년 후에 노력하는 것보다 100배 효과적일 것이다. 둘다 힘든 이유중에 하나는 지금 열심히 하지 않아도 그 결과가 눈에 띄게 바로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미루고 미루고 하다 보면 어느새 후회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지금 이 글이 4화째가 되어가는데 이제 앞으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조금씩 얘기하겠지만 나를 코치라고 여기고 따라올 수 있다면 몇년 후에는 확실히 다른 질의 삶을 살 수 있을거라고 확신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독자마다 처해진 상황과 능력도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코칭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돈을 주고 받는 코칭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해도 손해보는게 없기 때문에 잘 따라올 motivation 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자주 되새기는 사실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과거의 "나"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이고, 미래의 "나"는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한테 지금 즐거움을 주는 것들이 4-5년 후에도 즐거움을 줄거라고 당연하게 추정해 버리는 건 위험하다. 심지어 결혼할 때 "나는 이 사람과 함께라면 평생 행복할거 같아"라고 생각하는게 올바른 생각이고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지만, 배우자를 향한 사랑이 feeling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면 나중에 그 feeling 이 흔들렸을 때 결혼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 대신에 "앞으로 살면서 정말 꼴보기 싫고 사랑하는 것이 너무 힘들 때가 많이 찾아오겠지만 마음이 안 가더라도 의지적으로 사랑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거야"라는 다짐이 건강한 부부관계를 지키는 것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의 "나"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이고, 미래의 "나"는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다.


미래를 얘기하고 은퇴를 얘기하다보면 쉽게 듣는 얘기가 있다. "난 일찍 은퇴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일하는게 재밌는데?" 물론 일을 즐거워하고 은퇴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건 축복이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긴 원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 때의 나이가 되면 나의 몸은 지금의 몸과 다를 것이고, 에너지 레벨도 완전히 다를 것이다. 물론 더 에너지가 넘쳐나게 될 수도 있지만 내가 말하려는 것은 그 미래의 순간의 내가 어떤 삶을 원할지는 지금의 내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freedom" 이다. 은퇴를 해도 되고 은퇴를 안하고 계속 일을 해도 되는 상황을 말한다. 이걸 선택할 수도 있고 저걸 선택할 수도 있는 freedom 이다. (왠지 모르게 "자유"라는 단어는 약간 잘 어울리지 않아 그냥 영어로 썼다.) 젊었을 때부터 은퇴를 위해 돈을 잘 모았으면 은퇴 적정 나이가 되기 한참 전에도 그 freedom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돈 관리를 못했다면 은퇴할 나이가 지나도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어진다.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때 내 선택으로 하는 일과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하는 일은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미래의 "나"를 모른다는 이 사실을 가장 쉽게 체험하는 건 먼 미래도 아니고 다음 날 아침인 경우가 많다. 나는 새벽에 일찍 나가서 농구 슛 연습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걸 좋아하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려면 늦어도 10시엔 잠자리에 들어야 무리없이 일어날 수 있다. 근데 종종 뭔가를 하다가 11시, 12시까지 못잘 때가 있는데 그럴 때도 이렇게 생각할 때가 있다. "힘들어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지. 내가 농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근데 새벽에 알람이 울리면 정말 일어나기 힘들고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속에 들어온다. "어제 너무 늦게 자서 지금 가면 오늘 하루종일 일하는데 비효율적일 거야. 오늘같은 날은 안 가는게 맞아." 새벽에 뭔가 내 자신을 설득하려고 하면 벌써 늦었다. 그 순간에는 내가 올바른 판단을 하기엔 몸이 안 따라주는 상태인 것이다. 분명 어제 잠들 때는 농구가 잠보다 백배 좋은 사람이었는데 몇시간 지나고 나니까 농구만큼이나 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변한 것이다. 지금 해도 되고 나중에 해도 되는 것이 무언가 있으면 그 "나중"이 되었을 때도 내 머리속의 논리가 지금과 똑같을 것이라고 짐작하면 오산이다. 그런걸 방지하기 위해서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 있다. 아침에 운동가는 것을 예로 들었을 때, 우선 옷, 양말, 등등 모든 것을 다 준비해서 꺼내놓는다. 그리고 미리 내 자신한테 얘기한다. "새벽에 일어났을 때는 정말 가기 싫어서 이런 저런 이유를 막 찾으려 할것이야. 일어났을 때는 난 로보트가 되었다고 가정을 하는 거야." 생각은 없고 그냥 protocol 만 있을 뿐이다. Step 1: 알람이 울리면 10초내로 화장실로 가서 불을 켜기. Step 2: 불을 켜자 마자 치솔에 치약을 얹고 이빨 닦기. Step 3: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옷 입고 물 챙기기.  아무 생각없이 이 정도 step 까지만 가면 다시 잠자리에 들어가는 일은 없게 된다. 


부자가 되는 길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자꾸 생각이 많아지고 순간순간 판단을 하면서 가려면 쓸데없는 에너지가 낭비된다. 머리속이 말끔한 상태에서 신중하게 계획하고 나면 그냥 로보트가 되어서 계획한대로 한 스텝 한 스텝 밟아 가는게 효과적이다. 


위에서 운동과 재정관리의 공통점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야기 했는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결정적인 틀린 점이 하나 있다. 건강한 몸은 쌓는 것도 오래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도 나름 오래 걸린다. 그리고 몇 일, 혹은 몇 주 아무 관리 안하고 막 살았다고 해서 한 순간 완전 되돌릴 수 없는 상태의 몸으로 변해버리지는 않는다. 재정관리는 그런 면에서 보면 전혀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더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잘못된 판단 몇개만 쌓여도 수십년 노력한게 날라갈 수도 있다. 돈을 투자하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할 때 "risk"에 대해서 얘기하겠지만, 적은 노력으로 아니면 짧은 시간에 큰 부를 이루려고 했다가는 오히려 출발점보다 더 뒤로 돌아가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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