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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구하는회계사 Jan 19. 2024

내가 돈을 사랑하는 이유

돈을 사랑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영어에는 "Changing family tree" 라는 표현이 있다. 세대가 거듭되면서 자녀는 부모의 삶과 비슷한 삶을 살고, 또 그들의 자녀는 그들과 비슷한 삶을 사는 것을 default 라고 볼 때, 어느 한 세대에서 대대적으로 내려오는 흐름을 끊는다던지, 혹은 파격적인 변화를 통해 그 집안의 혈통이 대대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한국은 1970년대를 시작으로 짧은 기간에 엄청난 변화를 겪어왔기 때문에 세대가 지나면서 lifestyle 이 과격하게 변하는게 정상이었지만, 경제성장이 안정이 된지 오래된 미국의 경우엔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부자집에서 자란 아이들이 커서 부자의 삶을 사는 동안,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또 비슷한 환경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우선 disclaimer 로 말해두자면,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내가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으로서 미국에서 살며 보고 생각한것들, 이곳 저곳에서 모아온 정보들, 이런 것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라고 하긴 어렵지만, 다른 각도에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에 도움을 줄수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글을 쓰기 시작해본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각각의 가정마다 situation 은 천차만별이지만 약간의 generalization 을 하면서 이야기 해보려 한다)


한국사회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게 당연한 사회였다. 일을 하기 힘든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자녀들에게 의존하게 된다. 자녀들의 교육에 정성을 쏟고 자녀들이 돈 잘버는 직업을 가지면 그동안 키우면서 쏟아 부은 것 어느 정도 노년엔 되돌려 받을거라는 것을 농담처럼 얘기하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본심이 담겨있다.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만해도 장남이 부모님을 모시는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제는 많이 바뀌어서 상황에 따라 차남이나, 혹은 딸들이 모시기도 하고, 물론 안 모시는 가족도 많다. 자녀들에게 의존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은퇴할 나이가 지나면 한창 돈 벌 때 만큼 벌기가 쉽지 않고, 건강상태에 따라 아예 일을 못할 수도 있다. 그건 한국인뿐만이 아니고 미국인들에게도 공통적이다. 다만 다른 것은 미국 사람들은 한창 돈을 벌때 retirement (은퇴)를 준비하는것이 당연한 것이고, 한국 사람들에게는 은퇴를 준비하는 것은 비교적 신개념이라는 것이다. 은퇴하고 나면 자녀들이 모시는게 당연했던 것이 불과 한 두 세대 전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자녀들을 위해 뼈가 빠지게 일하고,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 온전히 헌신하면서 자신의 retirement 는 차마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아니, "retirement 준비"라는 개념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미국에 이민오신 1세대인 경우 본인들이 가정을 이끌어가시면서 돈 문제에 계속 힘드셨을 것이다. 한달 한달 힘들게 버티시면서 자녀들 키워오신 것이다. 영어가 불편한 이민 1세대가 미국에서 돈을 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서 더더욱 그렇다. 버는 돈에서 일정액을 떼어서 먼 미래를 위해 아낀 다는 것은 사치에 가까운 얘기였을지도 모르겠다.


단순하게 선을 그어서 나누어 흑과 백으로 얘기해 본다면, 한 쪽은 은퇴할 나이까지 힘들게 버티는데 힘을 쏟아서 은퇴한 후에는 자식들을 믿고 살았다. 본인들도 젊고 돈 잘 벌때 본인들의 부모님을 모셨으니, 그렇게 바라는게 오히려 당연할 수 있다. 그리고 정말 힘들게 돈 벌면서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희생했으니 은퇴후 봉양을 받는 게 그리 무리한 바램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 자녀는 한창 돈을 잘 벌 때 부모님을 모심으로써 버는 것에 비해 돈을 많이 모으지는 못했고 은퇴를 준비할 여유까진 없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자녀들이 잘 크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한편, 태평양을 건너에 있는 어떤 미국인 가족은 할아버지가 언제나 아버지보다 재산이 많으셨다. 은퇴해서 좋은 집에서 이곳저곳 여행하시면서 사시다가 돌아가시면서 아버지에게 많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남은 재산을 물려주셨다. 그 아버지는 한창 돈을 벌 시기에 할아버지를 모시는데 돈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본인의 은퇴를 준비하며 돈을 모았고, 거기다가 플러스로 유산도 물려받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꾸준히 재산은 늘어갔고 특히 노년에는 돈이 부족해서 겪는 어려움 같은 건 없었다. 


이렇게 두 쪽이 다른 것은 싸이클의 문제다.  먼저 말한 쪽이 틀렸다고 말할수도 없는 것이다. 한쪽은 모자라는 싸이클이어서 그 싸이클이 돌고 도는 것이고, 한쪽은 남는 싸이클이어서 자연스럽게 남는게 이어지는 것이다. 또 다르게 말하면 active vs. passive / 능동적 vs. 수동적 문제라고 할수도 있다.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미래를 "기대"할 것인가의 차이이다.  


같은 노인아파트에 살아도 한 쪽은 다른 또래 노인들과 같이 어울려 사는게 좋아서 그 아파트를 선택한 것이고 그동안 자신이 모아온 retirement fund 로 재밌게 여유있는 시간을 즐기고 있을 수 있고, 다른 한 쪽은 매달 자녀들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어떤 곳에 살고 싶다 말하지도 못하고 일반 아파트보다 렌트가 저렴한 노인아파트에서 용돈을 주는 자녀들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참고로 자녀들의 눈치를 보면 오히려 더 괴로운건 그 자녀들일 수 있다.


내가 내 인생을 걸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우선 첫째가 “changing my family tree” 이다. 어느시점엔가 누군가가 결단하고 그 싸이클을 부수지 않으면 싸이클은 계속 굴러간다. 대학교 tuition (학자금) 문제도 똑같은 맥락이다. 부모가 자녀의 college fund 를 모아놓지 않았다면 자식은 loan을 받아서 학교를 다니고, 졸업 후 십수년동안 loan 을 갚는다. 다른 쪽의 자녀는 부모님이 tuition 을 내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모아온 college fund 로 학비가 해결되었다. 두 학생이 졸업후, 사회생활을 시작할때, school loan 이 없는 쪽은 한달에 수백불의 돈이 더 있는 것이다. 수백불이라는 돈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내가 앞서 나눴던 나의 경험이 그 확실한 예다. 내가 고등학생 때 아버지가 재정 상황이 살짝 좋아졌을 때 Audi 를 뽑는 대신 그 반 값의 차를 사고 그 돈을 내 학자금으로 준비해 놓았으면 어땠을까. 아니, 내 학자금이 아니었더라도 본인의 재산을 늘리기 위해 아끼고 투자했다면, 2007-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막 대학을 졸업한 아들에게 크레딧 카드를 빌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학자금을 준비하지 못했던 부모의 자식은 accounting 공부를 했지만,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회생활의 첫 단추를 뀌었고, 제대로 된 accounting firm 에 발을 들이기까진 무려 1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잠깐 산수를 덧붙혀보자. 어떤 학생이 그리 비싸지 않은 학교에 다녀서 school loan 이 $40,000 정도였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5% 이자율로 계산했을때 한달에 $320씩 15년을 갚으면 된다. 총 갚는 돈은 $57,600.  그래서 론을 가진 학생이 사회생활 첫 15년동안 매달 $320씩 갚는 동안, 론이 없던 다른 학생은 그만큼을 투자했다고 치자. U.S. total market index fund 의 이자율을 연평균 9%라고 봤을때 (충분히 가능한 이자율), 15년후에는 그 돈이 $112,746 가 된다. 22살에 졸업해서 37살에 $112,746 가 된 돈을 그냥 잊어버리고 (더 추가로 투자하지도 않고), 62살까지 내버려두면 $972,217 가 된다. 고작 4년제 대학 학자금 $40,000 마련해 주지 못한 것인데 실제로는 자녀의 retirement fund 거의 1 밀리언(백만달러)을 놓친 셈인 것이다. 


내가 돈을 사랑하는 이유


처음에는 “왜 돈을 많이 벌고 많이 모아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생각했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남의 인생까지는 알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걸 맞다고 강요할수 없으니까 그냥 내 입장에서 내가 돈을 사랑하는 이유를 나누는게 맞을거 같다. 


우선 첫째는 나의 세 딸들을 위해서이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자녀들이 더 바르게 자란다거나, 더 성공한다거나, 더 행복할거라고 믿지는 않는다. (성공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나에게 성공이란 단순히 돈 잘 버는 직업을 갖는 것과는 다르다) 주위를 봐도 충분히 알수 있다.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돈이면 다 된다는 사상으로 살아가기도 하고, 돈이 blessing 이 아닌 curse 가 되는 사례는 허다하다. 돈을 벌어다 주는 것으로 “자녀양육”을 replace 할수 있을거란 오산에서 나온 것 일지도 모르고, 자신의 삶을 돌아봤을때 돈이 없었다는 것이 자기를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믿어서 그러는 것일수도 있고,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난번에도 잠깐 얘기했지만, 돈은 magnifier 이다. 준비된 사람에게 들어가면 좋은것이 몇배 커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들에게 먼저 해야 할것이 돈을 올바로 아는 태도, “필요”와 “욕심”을 구분할수 있는 지혜, 돈이 중요한게 아니라 돈보다 가치있는 것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 돈이라는 것을 아는 것, 후하게 나누어 줄수 있는 마음 등등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건 돈이 있건 없건 먼저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게 없다면 돈을 벌고 모으는 것은 오히려 자녀들을 망치는 것일 수 있다.  


“세 딸들을 위해서” 라는 것은 정말 뜬구름 잡는 표현일 것이다. “돈”이 어떻게 “위해” 주는 것이 되는것인가. 돈은 opportunity 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돈은 option 을 제공해준다. (그 외에 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security인데 이건 따로 더 얘기하려 한다) 뭔가 새로운것에 도전해 보고 싶을때 어떤 사람은 돈이 있어서 가능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돈이 없어서 힘든 순간이 올 수 있다. 배가 고플때 돈이 있으면 싸고 몸에 나쁜 fast food 를 먹을수도 있고, 맛도 더 있고 건강에도 더 좋은 음식을 사 먹을수도 있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option 이 별로 없다. 그냥 싼거를 찾아 먹는 것이다. 그건 대학교를 선택할때도, 대학원을 갈까 말까 망설일때도, 심지어 job 을 선택할때도 똑같이 작용한다. 


미리 말했듯이 난 대학생때부터 항상 빚과 best friend 처럼 살아왔고 어른이 된 이후로 서른 중반이 될 때까지도 내가 가진 것이 빚진 것보다 많은 적이 한순간도 없었다. 2화에서 내가 변호사 사무실 몇군데를 거쳐 어떤 물류회사에 accounting 부서로 들어갔다는 이야기까지 나눴었다. 들어가 보니 accounting 업무가 아닌 말 그대로 잡일이었고, accounting 커리어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건 금방 알 수 있었다. 9개월정도 일 했을 때 화물 운송 회사에서 일하던 친구가 그 회사는 돈을 더 준다며 소개했을 때 크게 망설이지도 않았다. 여기나 저기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버는게 절실했기 때문이다. 또 그 곳에서 1년 4개월쯤 일했을 때 내가 2년 근무했던 변호사 사무실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돌아와서 일하지 않겠냐고.  이번에도 크게 망설이지 않았다. 나의 두뇌가 거의 필요없었던 화물 운송 회사보다는 머리를 쓰는 변호사 사무실이 나았고, 돈도 더 준다했고, 또 마찬가지로 이거나 저거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다시 변호사 사무실로 돌아갔던 때가 2012년 12월, 내가 대학을 졸업한지 6년반이 지난 순간이었는데 이 짧지 않은 기간에 내가 돈이 좀 넉넉하게 있었다면 어땠을까? 월급이 얼마인건 상관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커리어를 시작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동안 다른 방면으로 배운것도 많다. 돈을 쫓아 다니면서 굶지 않고 버텨왔다. 근데 그 와중에는 회사에 갈때마다, 회사에서 정신없이 일하다가 중간에 화장실 갈때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는거지?”라는 말을 거의 매일같이 했었다. 내 딸들은 나같은 상황이 되었을때 약간 더 많은 옵션중에서 고를수 있으면 좋겠다는게 내 바램이다. 


지난번에 언급했던 Total Money Makeover 라는 책을 접했던 2014년 3월, 그 책에서 알려주는 Debt-free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미친듯이 돈을 갚았다. 하나둘씩 페이먼트가 없어져서 나에게도 드디어 옵션이 생겼다. 사실 더 빨리 debt-free 가 되는 방법은 변호사 사무실에 계속 버티는 것이었는데, 여러가지 고민을 많이 한 끝에 part-time 좝을 선택하게 되었다. Start-up internet business 회사인데, 내가 큰 역할을 할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내가 잘 할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하루에 5시간 근무였고 (물론 월급도 반이 됐다), 집에서 훨씬 가까웠다. 하루에 3시간 덜 일하는 건데 출퇴근 시간을 계산하면 5시간 이상 남는거였다. 그 시간에 One Frame Media 일을 할수 있으니 좀 더 본격적으로 비즈니스에 열심을 다할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One Frame Media 는 내가 대학생때부터 시작해서 틈틈히 키워오던 비디오 비즈니스였다. 처음에는 주로 웨딩비디오 제작이었고, 서서히 영역을 늘려갔었다.) 

 

파트타임 일로 옮긴 후 너무 삶이 행복해졌었다. (내 자신이 행복해야 하는건 매우 중요하다. 자식들의 행복을 걱정하는 것만큼이나.) 원래 퇴근할때 1시간 반 운전하고 녹초가 되어서 7시반에나 들어왔었는데, 이제는 6시 반에 집에 올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아이들이 8시반쯤 잤던걸 생각하면 저녁시간에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2배로 늘어난 셈이다. 출근이 오후 1시까지였기 때문에 아침시간에도 같이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건 내가 행복한것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돈을 엄청나게 벌어오는 것보다 귀할수 있다. 특히 우리처럼 아이들이 어린 경우. 그래서 debt-free 프로그램에 약간 속도를 줄이고 그 때에 더 중요한걸 택했다. Debt-free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는 감히 상상도 할수 없는 변화였다. 다 갚진 않았지만 꽤 많이 갚았기 때문에 나에게도 옵션이라는 것이 정말 오랫만에 생겼던 것이다. 내 행복은 자녀들에게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며, 내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이 같은 경우, 돈으로 자녀와 보내는 시간, 나의 행복, 나의 건강을 산거나 마찬가지인셈이다. 


돈은 나에게 옵션을 가져다 주었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나의 현재와 나의 미래를 위해서 더 좋다고 판단한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이 당신에게 커브공을 던질때... 

When life throws you a curveball...


"Curveball" 은 야구에서 쓰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도 자주 사용된다. 사전에 의하면 something which is unexpected, surprising, or disruptive 라고 나오는데, 긍정적이기 보단 부정적인 의미가 포함되어있다. 


잘 생각해보면 curveball이 있기 때문에 인생이 인생다운 것이고 세상이 세상다운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그렇듯 커브공을 반가워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나같은 경우는 특히나 더 심한데, 내가 미리 계획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예상에 빗나갈때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산넘어 산인 인생. 산을 넘을 때는 "이번 산이 지나면 평지가 펼쳐 있겠지”라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견디며 넘었는데 넘고 보니까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근데 어쩌면 아무것도 없는 평지, 모든게 다 순조롭게 돌아가는 것도 우리가 진짜 원하는 삶이 아닐지도 모른다. 


교회안에서 너무나 흔하게 접하는 모습이 있다. 누군가의 삶에 심한 curveball 이 던져졌을때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돈”과 연관되어있음) 그는 그것으로 인해 곤경에 처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심한 근심이 쌓이게 되고, 우리는 흔히 “기도제목”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그 사람을 위해서 속한 소그룹이나 공동체에서 함께 기도를 하며, 결과가 좋은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근데 만약에 그 사람에게 넉넉한 emergency fund 가 있었다면 (3-6개월가량의 월급정도) 다른 얘기가 되지 않았을까? 모든 문제가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섯가지의 어려움이 닥쳤을때 어쩌면 그 중에 두가지 정도는 단순히 “넉넉한 여유돈”만 있었어도 “emergency(비상)"가 아니고 단순한 “inconvenience(불편함)”로 지나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돈을 모아야 되는 것을 강조할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이 “emergency fund”의 개념이다. 2014년 3월까지는 난 “어디로 나갈지 정해지지 않은” 여유돈이 은행에 $1,000 있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것은 아마 크레딧카드에 리밋이 있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해도 우리 가족은 paycheck to paycheck 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매달 들어오는 것은 그만큼 나갈 곳이 정해져있었고, 다음 paycheck 이 들어오기 직전에는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날들이 많았다. 커브공은 상대를 차별하지 않고 날라온다. 커브공이 날라오지 않아도 내 마음은 항상 살얼음을 걷는 심정과 비슷했다. 차를 타고 가는데 계기판에 안보이던 불이 들어오면 심장이 덜컹한다. 당장 차를 수리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매일 운전을 하는데 운전을 할때마다 신경이 곤두서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진짜로 커브공이 날라오기라도 하면 가까운 친구들한테 상황을 설명하고 몇백불 빌리는 일도 있었다. 


우리가 Baby step 2 를 하면서 빚을 갚아나가고 있을때 (Baby Step 1 은 $1,000 의 emergency fund를 모으는 것이다), 아내가 운전하다가 타이어가 완전히 빵꾸가 난 적이 있었다. 불과 몇달전이었으면 백몇불 되는 돈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을 상황이었지만, $1,000 의 emergency fund 가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은 emergency 가 아니고 단순히 inconvenience 였다. 타이어를 바꾸러 가야했고, 아까운 백몇불을 날리긴 했지만 말 그대로 “큰일”이 난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다. 차가 고장난다거나, 애들이 아파서 urgent care 에 가야 한다거나, 등등 몇십불 또는 몇백불이 나가야 되는 커브공이 와도 그게 괜찮다는 것이다. 다섯가지 종류의 커브공중에 두가지정도는 큰 타격없이 지나갈수 있다는 것이 사람 마음을 얼마나 차분하게 하는 것인지 몸으로 느낀다. 긴장감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삶의 모든 영역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크리스챤중에는 emergency fund 를 “lack of faith (믿음 부족)”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님이 때마다 필요를 채워주시는 것을 믿는 믿음으로 담대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말한다. 얼핏들으면 그럴싸해보이는 생각일수 있지만. 과연 그 사람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시간과 돈을 100% 지혜롭게 쓰면서 살았을까.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을 100% 활용해서 벌수 있는 최대한의 수입을 벌었을까. 그들은 어땠는지 몰라도 적어도 난 100%로 못하면서 살기 때문에 내가 지금 모자란 것, 내가 쎄이브해놓지 못한 것을 “나의 믿음”이라고 자랑스럽게 여길 염치는 없다. 게다가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매달 paycheck to paycheck 로 바둥바둥사는게 아니라 어느정도 emergency fund 는 있는게 부모로서의 최소한의 의무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돈은 여러가지 유형의 커브볼을 막아낼 수 있는 방패의 역할을 함으로써 마음에 불안함을 없애준다. 매사에 돈 때문에 아슬아슬한 삶을 살지 않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들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Photo by Eduardo Baldera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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