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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헤어짐은 늘 아쉽다

별을 보자

by 하이브라운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기 마련.

늘 헤어짐은 아련한 옛 일처럼 잊고 지내지만,

마치 갑자스런 강풍이 휘몰아쳐 나뭇잎을 모두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기는 것처럼, 헤어짐은 어느 순간 찾아와 마음을 세차게 흔들고 떠나간다.

앙상한 나무에 새 잎이 돋듯, 새로운 만남이 설레게 할 것이고, 그것에 집중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미련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조금 더 관계가 지속되었더라면,

조금 더 그 시간을 집중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들이 남는다.

그렇지만 이것들이 오래가지 않는 것은 새로운 만남과 시작은 늘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독서와 글쓰기에 많은 영감을 주었던 한 소설가의 신문 칼럼이 어제를 끝으로 연재를 마친다는 소식과 감사 인사가 지면에 실렸다. 작년부터 신문을 통해 읽고 있었지만 작가의 칼럼은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칼럼의 제목이 '429주'였다.

조금 더 일찍 작가를 알았다면,

조금 더 칼럼이 지속되었다면,

조금 더 칼럼 속 내용들을 삶에 적용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른 작가들이나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글이 새롭게 실리겠지만, 여러 인사이트를 주겠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이 아쉬움을 간직하고 싶다.


작가의 마지막 글은 '별을 보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별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최소 450개 이상의 별을 한꺼번에 봐야 하는데, 우리의 눈이 도시의 빛에 오염됐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면, 점점 더 선명한 빛들이 너울대며 춤추기 시작한다.


늘 오염된 눈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며 판단하고 정죄하는 삶을 살았던 것에 대한 반성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휘황찬란한 빛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자극적인 빛들만 최고인 것처럼 세상과 사람을 구분 짓고 살았던 것 같다. 희미한 별 빛들이 무수히 날 향했음에도 스쳐 지났던 지난 순간들이 아쉽고, 다른 한 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다.

다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지난 시절 어려웠던 순간들, 한없이 바닥까지 갔었던 경험들이 이제는 조금 어둠에 익숙한 눈을 가지게 했다. 나도 별을 볼 수 있을까? 그 별을 찾는다면 놓치지 않고 붙들고 싶은데.

언젠가는 알래스카 밤하늘을 물들이는 오로라가 내게도 일어나길 소망한다.


* 소설가 백영옥 작가님께 이 공간을 빌려 감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세상과 사람을 보는 시각을 1년 동안 너무도 많이 배웠습니다. 따뜻한 마음 잘 간직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8년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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