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갈아 이랑을 두두룩히 만들어두고 읍내에 다녀왔습니다. 농약사에 들러 배추 모종을 두 줄 사고 무씨도 새로 샀습니다. 쪽파 종구도 한 줌 사고요. 올해 김장을 책임질 작물들입니다.
배추 모종과 씨앗은 그대로 심으면 되지만, 쪽파의 종구는 다듬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바스러지는 겉껍질을 제거하고, 여러 개가 붙어 있는 종구를 적당한 크기로 쪼갭니다. 긴 수염뿌리는 잘라내고 윗부분을 가위로 살짝 잘라 마무리합니다.
매년 쪽파 종구를 다듬을 때마다 궁금했습니다. 왜 쪽파의 윗부분을 잘라내는지 말이에요. 이미 초록빛 싹이 나 있는 종구도 있는데, 굳이 그것을 잘라내고 생채기를 내는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여쭈어보니 순이 고르고 풍성하면서도 빠르게 자라게 하기 위함이래요. 싹을 이미 올린 경우도 있지만, 보관하며 그 싹이 대부분 마른 상태래요. 그대로 심어도 자라긴 하겠지만, 성장이 더딘 것이지요. 그러니 쪽파에 부러 작은 생채기를 내고, 그것을 회복하는 힘을 내게 함으로써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거죠.
제 삶에도 이런 생채기들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부디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라지만- 지나고 보면 저를 훌쩍 성장하게 했던 아픔들이요. 손 끝에서 쪼개지고 잘리는 쪽파 종구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견디기 힘든 일이 찾아오면 문득 이 순간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고요. 푸르고 풍성한 줄기를 올리기 위해 작은 생채기를 감당하는 쪽파를 바라보던 순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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