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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사이로 Oct 26. 2023

좋아하면 울리는

요리 성수기를 기대하며


요리에 관한 제 마음은 언제나 극과 극입니다. 요리욕이 마구 차 올라서 제철채소를 탐구하고, 매 끼니를 직접 해 먹으려 애쓰는 시즌이 있고요. 요리가 권태로워져 배달 앱만 쉴 새 없이 들락거리는 시즌이 있어요. 일명 요태기인데요. 이게 벌써 몇 달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시즌의 냉장고는 좀 무섭죠.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블랙홀 같은 거예요. 수풀집에서 키워서 수확해 온 작물들, 온라인 장보기로 배달된 식재료, 배달해 먹고 남은 음식을 모두 품고 있거든요. 냉장고를 여닫을 때마다 죄책감이 흘러나와요. 그래서 아예 냉장고를 열지 않고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일의 반복이죠.


이런 블랙홀 같은 냉장고를 드.디.어. 정리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참나물, 브로콜리, 감자, 쌈다시마 같이 좋아하는 식재료를 채워 넣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를 지웠어요.


배달앱을 다시 설치하고 있을 제 모습이 벌써 보이는 것 같지만, 적어도 냉장고를 열기 싫어서 배달음식을 찾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참나물에 시판 참소스 두 바퀴 두르고 고춧가루만 뿌려도 너무 맛있습니다. tmi 하고 싶어서 근질근질...




끝까지 바라보기


어딘가에 부딪히고, 물건을 떨어뜨리는 일이 잦습니다. 예전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에요. 저는 원래 조심성이 많고, 여러 번 확인하는 성격이라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보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쪽이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제가 그래요. 계속 넘어지고, 다치고, 물건을 놓치거나 망가뜨려요.


얼마 전에 물건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기는 단순한 작업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제가 오른쪽 물건을 집을 때는 왼쪽을 보고, 왼쪽 물건을 집을 때는 오른쪽을 바라보더라고요. 계속 행동하는 쪽의 반대 방향을 바라보니 물건을 제대로 집지도 못하고, 계속 놓치고 떨어뜨리죠. 의식적으로 작업하는 방향을 계속 바라보려고 애써 봤어요. 그랬는데도 몸보다 시선이 빨리 다음 방향을 보더라고요. 


순간, 알았습니다. 아, 이거 습관이구나. 항상 지금에 집중하지 않고 훌쩍 다음으로 가버리는 습관. 급한 마음이 이렇게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요즘 저는 혼자서 소소한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캠페인의 이름은, "끝까지 바라보기"입니다.





좋아하면 울리는


천계영 작가의 웹툰 중에 <좋아하면 울리는>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몇 미터 안으로 들어오면 알람으로 알려주는 어플이 생긴다는 설정이죠. 요즘 제 세상에는 이 어플이 생긴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들 가까이 가면 제 마음이 지잉지잉 울리거든요.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사람이었구나.' 놀라고 있어요.


퇴사원 주간보고도 그렇습니다.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글로 떠벌거리는 일을 좋아하네요, 제가. 저는 다음 주 월요일의 주간보고로 다시 찾아올게요.




+) 기발행된 콘텐츠(브런치 매거진)를 연재 브런치북으로 옮기는 작업 중입니다.

+) 해당 글이 실제 쓰인 일자는 2023년 2월 13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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