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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 펄 Apr 11. 2023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부러워하는 것이 부러울 때도 있는 법이다.

3년 전쯤의 일이다.

친한 작가 언니가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우수상과 상금 2,000만 원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언니는 내게 전화를 해서 그 소식을 전했다.

'이런 일이 내 가까운 데서도 일어나는구나' 싶어  신기했다.

정말 내가 상을 받은 것처럼 기뻤기 때문에 축하를 해주었는데,  그 언니는  놀라워도 하고, 오히려 고마워도 하는 것이었다.

왜냐면,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을 때의 반응이 시큰둥했기 때문이다.

기쁜 일임에도 사람들의 반응이 저러하니 그 언니도 적지 않게 당황이 되었던 모양이다.

내가 너무 자기 일처럼 좋아하니까 고맙기도 하고 위로도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이런 일이 우리 삶에 얼마나 일어나겠어.

 내 주변에서 생겼다는 게 믿기지 않아."

그럼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나도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생각해 보면 나도 살면서 그런 인간들이 내 주변에 꽤 있었다.

내가 정말 열심히 해서 이룬 성과에 대해 그게 자신들의 불행이라도 되는 것처럼 인상이 좋지 않았던 이들 말이다.

그때 진짜 친구를 구분하는 법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나의 좋은 일을 나보다 더 좋아해 주는 친구가 과연 얼마나 될까?  

당연히 기쁜 일에 같이 기뻐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가 싶지만 살다 보니 그렇지가 않더란 말이다.


그들은 그렇게 자기 살을 깎아먹는 짓을 하고 있다고.

물론 자신은 그 언니보다  글을 더 잘 쓰고, 그 언니보다 더 오랫동안 글을 써왔는데, 아직 결과물에 대해 아무런 성과가 없으니, 속상했겠지만.

그걸 또 티 나게 그렇게 미성숙한 표현을 쓰다니.

 

내게 좋은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런 식으로 불행처럼 느껴진다면 함부로 좋은 소식을 전할 수도 없는 사회가 되었다.

누군가 불행해야지만 그나마 자신은 그런 불행을 당하지 않아서 더 큰 안도감을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자신의 기쁜 소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 잘 되는 것이 왜 흉이 되고, 누군가에게 불행처럼 여겨지는 걸까?

 애당초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행복도 불행도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그 부분을 기분 나빠하거나 같이 기뻐해 주는 친구들이 존재할 뿐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몇 년 전에 들었을 때는 이 말이 신선했다.

사실  난 내심 이겼다고 생각했다.

왜? 사실 부러운 게 없었으니까.

그러면 이긴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기고 지고도 이제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이겨도 기쁨은 그때뿐이었고, 져도 그렇게 억울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걸 가져서는 더더욱 아니다.

단지 지기는 더 싫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뿐이다.

어차피  좀 쉬고 싶었기 때문에 저 말에 잠시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는 이 말이 매우 편협된 말이라는 거부감이 들었다.

결국 누군가 잘 되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말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다.

누군가 잘되면 배가 아프니까. 그럼 내가 지는 것처럼 패배감을 맛봐야 되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렇지도 않다고 우격다짐하라는 것 같은.

 

어쩌면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말이라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기는 하다.

자신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나아간다면야.

그런데  부러워도 부러워하지 말고 ‘박수도 쳐주지 말라’처럼 들린다.

 

아니 좀 지면 어떻고 부러우면 어떠하리.

질 수도 있지 매번 이길 수도 없고 매번 나만 이기면 재미없지 않은가. 남에게 질 수도 있고 그 사람이 이기면 그 사람도 기쁠 것 아닌가.

그리고 부러워해야 발전이 있다. 아무것도 부러운 게 없다는 것은 욕심도 없고 재미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 그러니 그 마음을 위로해 주려고 저런 말들이 생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에 쓴 내 일기장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최근 한 달 동안,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죽을 뻔했다.’ 이것을 읽고 난 한참을 웃었다.

아마 그때 몹시 무기력했던 모양이다.

차라리 어떤 욕심 ‘먹는 욕심’, ‘돈 버는 욕심’, ‘뭘 배우고 싶거나’, ‘뭐가 되고 싶은 욕심’, 이라도 생기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욕심이 1도 안 생기는 그 시기가 내겐 너무 힘든 시간이었나 보다.

그렇게 뭐라도 부러운, 그 부러운 마음이라도 생기기를 바랄 정도로.

 

부러워하는 것을 부러워할 때도 있는 법이다. 부러워하는 마음이  없는 게 얼마간  평안할지라도 무기력한 상태에서는 그것조차 부러워할 때가 온다는 말이다.

인정할 것은 또 인정하면서 부러워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때론 뭔가를 부러워하는 것만으로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니까.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차라리 솔직히 인정하고 실컷 부러워하는 건 어떨까?

언젠가는  부러워하는 것이 부러울 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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