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타처럼 죽고 싶어 17/18

관찰일지

by 햇빛투게더

17부 _선도부의 [두 존재의 관찰일지]


선도부? 뭐야, 그 연식 나오는 용어는.

내가 빌런 같아? 나는 내 일을 할 뿐이다.


우리 업계에도 극소수의 불량품이 존재한다. ‘불량’이라 함은 우리 시스템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요원을 말한다. 가령 2389976호 같은.


요원은 신물질로 빚어진다. 주로 기계적으로 할 일을 하지. 허나 몇몇에는 과거 인간이었던 자의 소울을 차용했다. 불량품 그들에겐 미세하게나마 인격과 기억이 남아있고 태고 적엔 그 능력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고 한 때는 일괄 소멸을 단행했다. 그러나 불량품 중에 또 몇몇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나는 본부에 보고 했고 인간베이스 저승사자의 완전소멸을 요청해 둔 상태다.


나는 가장 유력한 2389976호를 지목하고 특별관리 중이다. 2389976호는 예비망자의 일에 관여했다. 전 회차의 백인 노인의 경우에는 유산배분에 가담해 유언장을 바꾸게 했고, 전전회차 망자의 경우에는 억울함을 풀어줬다. 그 결과 예정에 없던 망자가 발생했다.

몇 번의 처벌이 있었음에도 2389976호는 계속 물의를 일으켰다. 세탁머신에 들어간 후에도 유독 불량품들은 기억의 조각들을 머금고 있었다. 이래서 인간베이스 저승사자가 싫다. 도대체가 관리가 안된다. 제멋대로.

보통의 요원은 세탁머신에 돌려지면 과거의 기억이 모두 소멸되면서 순백의 젤리재질로 리셋되어야 정상이다. 허나 불량품들은 미세한 실버빛이 돈다. 특히 2389976호는 몇 차례 나의 공격이 마킹효과를 낸 모양이다. 몸체 어딘가에 흠집이 남아있기 때문일까. 공항에서의 총격이라든가, 내게 당한 공격 혹은 인간사에 개입한 정황, 가령 예비 망자의 사생활에 깊숙이 관계한다든지...


물론 당장에 소멸시켜 버릴 수도 있지만 풀어두고 관찰하는 이유는 극소수 인간베이스의 멸절을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게 혹시 오늘 아닐까.. 골칫덩어리 2389976호의 완. 전. 소. 멸.

내가 지금 대단한 건수를 잡았거든.


“락스타아!!!!!!!!!!!”


당신들도 들리지? 이소리. 락스타...?!!!!

저승사자 주제에 이름도 있네. (이런 게 문제라는 거다. 저승사자는 아이덴티티가 부여되면 안 된다. 우리 룰이 그렇다.)


이곳은 예비망자의 꿈 속이다.

내 예상이 딱 맞았군. 2389976호는 예비망자와 머리칼을 맞댄 채 누워있고 그 광경을 내려다보는 또 하나의 예비망자. 이러니 2389976호가 눈에 띄지 않았던 모양이군.

잘하는 짓이다. 이번에는 예비망자가 겪어야 할 고통을 지가 빨아먹고 있네. 저놈의 오지랖이 결국엔 예비망자를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할 것이다.

긴 말 할 것 없고, 넌 이제 끝이야.

예비망자의 소울은 바닥에 누워있는 2389976호와 지 몸뚱이를 내려다보며 소리치고 있다.


[락스타, 나 왜..... 안 아파.]


“왜겠어.”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는 예비망자는 사색이 되어 나를 바라봤다.


“누... 누구세요....?!!!!!”

“잘 생각해 봐. 니 꿈속까지 들어올 수 있는 능력자가 누군지.”


나는 2389976호를 잡아당겨 강제로 일으키려 하는데 감히 예비망자가 나를 막아선다. 그리곤 나를 빤히 본다. 이런 제길.. 그 눈동자엔 공포가 없었다.


“그러니까... 여긴 내 꿈이고, 넌 공항에서 날 밀치고 락스타에게 총을 쏜 놈이라는 거네? 아, 그전엔 락스타를 피떡이 되도록 팼던 놈. 그치?”

“비켜, 난 내 일을 할 뿐이야.”

“내 꿈이라며. 그럼 여긴 내 공간 아닌가?”


이런 씨,.. 입김 한 번에 날아갈 것처럼 삐쩍 마른 계집애가 감히 나를 또 노려본다.


“넌 잠이나 더 처자. 남은 날들을 즐기시라고. 2389976호는 내가 접수해.”


다시금 2389976호를 잡으려는데 순식간에 예미방자가 내 뺨을 쳤다.


“이건 공항에서 날 밀친 것에 대한 복수고.”


또다시 내 뺨을 쳤다. 이런 미친.


“이건 락스타에게 한 짓에 대한 복수야.”

“야, 예비망자! 너 디지고 싶어?”


쪽팔림이 분노를 이겼다. 이런.. 씨앙. 나 지금 멈칫한 거 실화인가.


“저승의 일에 나서면 너도 무사치 못해!!!!!!!!!!”

“꿈이라며. 내가 깨버리면 그뿐이야. 당장 꺼져, 두 번 다시 그 면상 내밀지 말라고!!”


저 둘의 연대가 공포를 이겼다. 이런... 씨앙. 나 지금 멈칫한 거 실화냐고.


“락스타, 일어나. 락스타아...!!!”


이런!! 이 예비망자가 꿈에서 깨고 있어. 이봐, 잠깐!




18부 이율이의 [락스타 관찰일지]


“락스타아!!!!!!!!!!!”


나는 소리치며 눈을 번쩍 떴다. 송기후가 놀라 달려왔다.


“율이 씨, 괜찮아요? 나쁜 꿈 꿨어요?”

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새벽녘까지 나는 잠들지 못했다. 하루 종일 장거리 운전을 한 송기후는 피곤한지 곯아떨어졌다. 속에서 천불이 난 나는 집 앞을 서성였다.


“나와!”


잠시 후 머쓱한 얼굴로 락스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 나 몰래 무슨 짓 해?! 도대체 왜...!! 왜에!!!”

“송기후 깨. 조용히 해. 안 그래도 명 짧은 여친때문에 힘들 텐데 너 허공에 대고 말하면 귀신 붙었다 뒤로 자빠져.”

“대답이나 똑바로 하라고.”


선글라스 없는 락스타는 시선이 허둥지둥 한 걸보니 영락없는 이율이었다.


“그래서 감시당하는 거지, 너...! 나 때문에 너...! 하면 안 되는 일 해서, 나 때문에 너!!!”

“아, 뭐래.”

“내가 다 봤어!!!”

“개 꿈꿨냐. 뭘 봤길래 이 난리야.”

“나 왜 안 아프냐고 물었잖아. 너 때문이지. 너 때문에 나... 안 아픈 거지?!!”

“뭔 소리냐고!!!”

“그 선도부 놈 만났어. 인간사 개입금지, 저승의 룰, 니가 위반 한 거지? 그래서 끌려간 거지?”


선도부라는 말에 락스타는 분명 멈칫했다. 그러나 지지않을 표정으로 바꿨다. 거짓말을 결심한 것처럼.


“외계어 쓰냐, 하나도 못 알아먹겠네.”

“도대체 왜... 내가 뭐라고 왜... 왜 그랬어, 왜에!!!”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해? 너무 멍청하잖아.”

“니가 얼마 전 사라졌을 때 난 지옥 같은 고통을 느꼈어.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겪었을 그 통증. 근데 너만 나타나면 아프지 않아. 이게 우연이야?”

“....”

“저승사자가 해서는 안될 일을 해서 본부의 제재를 받은 거잖아. 그 결과 감시를 당하고.”

“내가 미쳤냐, 아픈 걸 얼마나 싫어하는데. 너 같으면 그럴 수 있어?”

“........”

“거봐, 니가 못하겠는 건 남도 못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그럼 내가 본 건 뭔데?”

“자다 봤으면 개꿈이고, 멍 때리다 봤으면 망상이야.”

“아냐!!”


꽥소리를 지르자 하늘이 핑 돌아 털썩 주저앉았다. 락스타는 성난 얼굴이 되어 눈동자를 맞췄다.


[아주 그냥 동네방네 떠들어대라. 그 정도로 들리겠냐? 선도부 놈 귀에?]

...!!....


또 들렸다, 락스타의 속마음..

저 멀리 송기후가 ‘율이 씨!!!’하며 뛰쳐나오자 락스타는 휙 사라졌다.


“율이 씨, 누구랑 얘기해요? 통화한 건가?”


락스타는 내게도 모습을 감추었고 나는 난감한 얼굴로 송기후를 돌아봤다.


“깼어요? 답답해서 나왔어.”

“나 없이 혼자 나옴 어떡해?”

“응....”

“불침번도 서야겠네, 이제.”

“아니에요. 이제 혼자 안 나올게. 걱정하게 해서 미안.”


개꿈이거나 망상. 그래, 차라리 그거면 좋겠어. 그간의 행복에 락스타의 희생이 있었다면 나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으니까. 허나 너무도 생생한 그 장면을 나는 어찌 받아들여야 하나. 특히나 선도부 그 녀석 면상.

송기후도 잠을 설쳤는지 바로 눕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만 해. 난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송기후는 속상해하는 나를 바라보며 더 속상한 얼굴이 됐다. 설명할 수 없으니...


“왜 아니겠어. 심란하지 당연히. 그니까 나 배려한다고 애쓰지 마요. 힘들면 힘들자, 슬프면 슬프자. 설명할 수 없으면 대답스킵. 율이 씨 혼자 있고 싶으면 그렇다고 하자. 나도 그럴게. 응?”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응..’이라는 한 글자도 소리 낼 수 없었으니까. 송기후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이불을 살갑게 덮어주고 방에서 나갔다. 락스타도 이곳에 있겠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나 또한 그 애를 부르지 않았다.


그게 꿈이라도 나는 잠들 수 없었다. 꿈에서 깨니 어쩐지 무섭고 다시 만날까 두렵기도 했다. 나는 더 견디지 못하고 마루로 나갔다. 송기후는 헤드폰을 쓰고 건반에 앉아있었다. 몰입하는 송기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인디언텐트에 들어가 누웠다. 칠흑 같던 밤의 가장자리가 점점 밝아왔다.






나와 송기후는 인디언텐트에서 눈을 떴다. 누군가 우리 둘 사이에 앉아 코밑에 손가락을 대고 있었다. 놀라보니 고모다.


“고모, 놀랬잖아.”

“해가 중천이여.”


송기후도 머쓱해 일어났다.


“엇... 고모님.”

“밥해준다미.”

“세수하고 바로 준비할게요.”


송기후가 허둥지둥 수돗가로 갔다.


“좀 전에.... 설마 숨 쉬나 확인한 거야? 못살아 증말.”


고모는 난감한 듯 웃었다.


“나는 그렇다 치고 기후 씨 코 밑엔 왜 손가락을 대.”

“쟤가 너 많이 애끼니께. 혹시나 혔어. 혹시나... ”

“고모, 내가 할 수 없는 건 남도 못해. 아니, 안 해.”


가만... 이거 어디서 들었던 말인데 내가 하고 앉았네.


“긍게 아침에 빨딱빨딱 일어나. 고모 매일 니 콧구녕 확인 할 거여. 그 꼴 보기 싫으믄 고모 아침에 오기 전에 일어나 있어, 내 새끼.”

“미안해 고모. 나 여기 괜히 온 건가.. 고모까지 심란하게 했나 봐.”

“그런 말 말어. 해준 것도 없는디 집이라고 여까지 와줘서 고마워. 알제?”


고모는 거칠어진 손마디로 내 손을 어루었다.


“외삼촌 그 냥반 여 다녀간 건 알제?”

“응... 들었어.”

“니 에미랑 많이 닮았더라고.”

“고모도 아빠랑 많이 닮았어.”

“니 애빈 귀공자였는디 뭔 소리여.”

“고모도 이뻐.”

“다 늙어빠진 아지매가 이쁘긴 뭐가 이뻐.”


고모는 아빠랑 닮았다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지셨나 보다.





송기후의 새우 바질페스토 파스타는 대성공이었다. 고모는 신기해하며 뚝딱 다 드셨다.


“오, 우리 고모 잘 드시네?”

“입맛에 맞으세요?”

“없어서 못 묵지. 아휴... 총각이 신통방통하네.”


고모는 접시에 남은 소스에 빵까지 적셔드시며 송기후를 추켜올렸다.


“장날 서면 보쌈해 드릴게요.”

“아이쿠우... 총각. 그런 것도 할 줄 아능겨?”

“몇 번 해봤어요.”

“오늘이 장날인디.”

“그럼 장 봐오자. 바람도 쐬고,”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온 시골 장터는 생기 가득한 에너지로 가득했다. ‘도넛’이 아니라 ‘도나스’가 튀겨지고 한걸음 옮길 때마다 꽈배기, 통닭, 떡볶이들이 날 잡아 잡수.. 하며 나래비 섰다. 송기후가 정육점에서 보쌈고기를 끊는 동안 고모와 나는 아이스케키를 먹었다.


“고모.”

“그려, 내 새끼.”

“부탁드릴 게 있어요.”

“먼디.”

“울 아빠 내줘.”

“응?”

“엄마랑 아빠랑 나랑 같이 있게. 마지막 소원이야.”


고모는 고개 돌려 눈물을 훔치고는 아닌 척 다시 나를 보았다.


“왜 자꾸 약한 소릴 하능 겨어.”

“언제가 됐든... 응? 엄마 모신 추모공원에 가족부스 예약해 놨어. 엄마랑 아빠가 왜 떨어져 있어야 하냐고.”

“그려, 내 새끼.. 저승 가면 엄니랑 쇼부볼팅게 넌 아무 걱정 말어. 뭐가 문제여. 세 식구 같이 있겠다는디.”


나는 하나 둘 미션 클리어 하고 있다. 어쩌면 가장 큰 일인 아빠의 이장문제까지도..

이승의 일이 끝나가면 저승의 일도 내게 현실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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