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기묘한 동거
"누구,,, 세요?"
"락스타."
"네에?"
"좀 전에 네가 지어줬잖아, 내 이름."
"제.. 제가... 언.. 제.."
"락스타야 뭐야. 하지 않았나? 내 이름한다고, 그거."
"...!!..."
그제야 두개골을 쪼개듯 소름이 끼쳤다.
"우리 업계 방침이 좀 바뀌었어.
망자의 얼굴로 나타나기로. 일종의 배려랄까.
그래야 덜 놀랠 거 아니니.
세상에서 젤 익숙한 얼굴이니까."
이계의 그녀는 모르는 눈치다.
내 얼굴의 저승사자를 만나는 게 더 호러블 하다는 것을-
"오늘... 가나요? 저 아직 사직서도 못 냈고... 공과금도.."
"오늘은 아니야."
락스타는 침대에 벌렁 누워 웨스턴 부츠 신은 발목을 뱅뱅 돌렸다.
그러니까... 저 여인은 저승사자이고
내가 곧 어찌 된단 소리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맞아, 난 널 데리러 왔어. 너는 곧 어찌 되니까."
"...!!..."
내 속마음을 락스타가 따라 말하며 까르르 웃는다.
팔에 돋은 소름을 걷어내며 힐끗 락스타를 소심하게 노려봤다.
안 그래도 심란해. 제발 꺼져줘.
"안 그래도 심란해. 제발 꺼져줘? 그건 안 되겠는데?!"
능청과 뻔뻔의 말투로 한바탕 또 까르르 웃던 락스타는 나를 빤히 봤다.
"다 들린대도."
"저기요, 이게 꿈이면 베스트지만... 혹시 꿈이 아니라면 당일 날 와주세요. 네?"
"그래도 용하네? 다들 기절초풍 실신하던데, 자긴 보기보다 담력 센가 봐.
기록엔 심신미약증이랬는데."
"당일 배송해달라구요. 저.. 혼자 있고 싶어요. 정리할 것도 많고.."
"미안하지만 그쪽에겐 결정권이 없어."
기막힌 나는 소파 아래 주저앉아 몸을 최대한 웅크렸다.
꿈일 거야. 틀림없어.
"편하게 있지, 왜."
"어떻게 편히 있겠어요? 저승사자가 왔는데.."
"그럼, 계~에속 불편하게 있든가."
씨..
"씨.."
또 나를 따라 하는 락스타다.
"얼마 전엔 94세 할배 얼굴로 라이딩했거든? 아후, 이제야 좀 살 거 같네."
나는 대답 없이 웅크렸다.
"근데 넌 젊은 애가 왜 그렇게 구리니? 낼 쇼핑 좀 하자."
이 와중에 쇼핑은 무슨 쇼핑.
"마지막 쇼핑이니까."
마지막이라는 말에 난 또 무력하게 가슴이 베인다.
"쏴리. '마지막'이란 말은 딜리트."
내 생각이 그녀에게 속속들이 읽힌다. 그러니 제발 가달란 내 마음을 읽어주길 바래본다.
"그건 안된다고 글쎄."
테이블 아래 위스키병이 보였다.
정히 잠이 오지 않으면 한두 모금 마셔왔다.
나는 냅다 병을 주워 원샷해버렸다.
눈을 뜨면 이 끔찍한 악몽이 사라져 주길...
맥주 반 잔에도 바로 쓰러져 버리는 난
독한 위스키 덕에 금세 천정과 벽면의 왜곡현상을 보았다.
그리곤 지체 없는 블랙아웃.
어쩌면 이런 게 죽음의 맛.
다음날 나는 티테이블 아래서 눈을 떴다.
어질어질 몽롱한 눈으로 천정부터 주변부를 훑어봤다.
아무도 없다.
역시 악몽이었어... 그래 그런 일이 있을 수 없잖아.
그때 현관문을 뚫고 락스트가 들어왔다.
"꺅...!!"
"자기야, 앞 집 남자 알아? 와.. 현관문 잡아 다니는데 전완근이 완전 육포야."
비닐봉지 부스럭거리며 락스타가 들어왔다.
"악몽인데.. 왜 거기 있어요? 그냥 가요, 가라구요."
"자기야, 이제 좀 받아들여."
나는 두 팔로 욱신거리는 머리를 감쌌다.
"앞 집 남자 아냐고."
"..."
"아는구나?"
알다마다요. 내 이상형인걸요.. 하다가 고개를 흔들어댔다.
"오호, 이상형?"
그때, 락스타의 손에서 내 카드가 확대되어 보였다.
"내 카드 썼어요?"
"그래, 좀 썼다. 유한한 인생 주제에 물욕은..."
나는 벌떡 일어나 카드를 낚아채었다.
앞집 남자 얘기도 할 말 없고, 돈 한 푼 허투루 쓰는 걸 용납 못하는 나로서는
그런 락스타의 태도에 화가 났다.
신경질적으로 카드를 지갑에 쑤셔 박았다.
"인간계 출장 오신 분이 물욕은.."
물론 작고 소심한 말투였지만 내 마음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락스타는 또 까르르 웃었다.
"인간계 출장이래... 하하하."
"내 눈에만 보인다면서요. 다른 사람들 눈에도 보이는 거예요?"
"일시적으론 가능해."
"그 남자랑도 얘기했어요?"
"눈인사하더라. 넌 줄 알았겠지 뭐."
"그렇게 입고?"
"응."
락스타의 요란한 차림에 진땀이 났다.
"출근해야 돼요."
"같이 가줘?"
"그 얼굴로요?"
"쌍둥이라고 할게."
"있을 거면 여기 있던가, 아님 죽을 날 택일하고 오던가 해주세요."
"기록엔 분명 소심쟁이였는데 말이야.. 사람이 달라진 건가?"
밤새 써둔 사직서를 팀장 메일로 보내는 동안 락스타는 뒤에서 계속 떠들어댔다.
"괴롭히는 사람 있지? 앞장서, 내가 혼꾸녕 내줄테니까."
지금은 그쪽이 괴롭힘 원탑이네요. 아 또 나왔다, 속마음.
"뭐든 원탑이면 좋은 거지 뭐."
락스타가 씩 웃는다.
"속마음으로 따지면 전투력 괜찮은데?
괴롭히는 사람들한테도 그렇게 하라고.
질러!!!!
설마 나보다 걔들이 더 무서워? 쫀심 상하게."
"도대체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아는 거죠?"
"멍청하긴... 얼굴만 카피 됐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