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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말랑두부 Jul 17. 2024

당연하게 부모가 되었습니다.

프롤로그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문제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나요?


  과거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이 성인으로서 당연한 과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출산이 사회문제인 이 시대에, 왜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하는지를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어떠한 부모가 될 것인지, 어떠한 아이로 키울 것인지 등에 대한 책은 많지만 왜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책은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아이를 낳아서 키우자는 입장입니다. 부모가 되지 않기로 결심한 이들은 부모됨으로 인한 손실을 따져보았을 테지만, 부모가 되기로 마음 먹은 이들은 부모됨의 이득을 따져보고 결정한 것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자의로 부모됨을 결정한 이들은 부모 역할이 분명 힘은 들테지만 마땅히 거쳐야 하는 과업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와 남편의 경우도 결혼과 육아를 선택사항으로 두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부부에게는 결혼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 또한 이해득실을 따질 사안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아이를 갖기 전에 아이를 낳을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해야 했다면 매우 혼란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교류분석 상담이론을 바탕으로 부모교육을 연구한  Jean Illsley Clakre은 '부모는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성장한다'고 했습니다. 저와 남편의 경우에도 각자 성장하는 과정에서 채우지 못했던 결핍들을 아이로 인하여 마주할 수 있었고, 아이의 성장 과정을 함께 밟아가면서 재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아이를 키움으로써 저는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을 인식하고 나를 아끼는 법을 익히게 되었으며, 남편의 경우는 낯설고 예측 불가능한 일 앞에서도 용기있게 도전하는 자신감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아이 하나를 잘 키우기 위해 같은 목표로 협력하며 애써 육아를 한 결과 다시 성장할 수 있었던 부분은 자신의 결핍에 따라 각자 그 성과도 달랐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이전의 저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사랑을 나누는 것에서 삶의 기쁨을 느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 또한 그 연장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육아 하나는 자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아서 키우면서 그 반대를 경험했습니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기까지의 시간은 태아를 위해 내 몸을 돌보는 시간이었고, 신생아기의 아이를 돌보는 일은 누군가가 엄마인 나를 돕지 않으면 내가 아이를 돌보는 것이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나를 스스로 돌보고, 내가 신생아와 똑같이 돌봄 받는 시간을 보내면서 비로소 나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직장보다는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내가 되기로 결심했고, 국공립 어린이집의 원장이라는 관리직을 내려놓고,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잘 진행하는 교류분석 실천가가 되겠다는 새로운 장래희망도 세웠습니다.  

  아이를 하나 키우고 나니 마흔을 앞둔 시점에 사십춘기가 왔습니다. 성장을 위한 걸림돌 없이 한 단계 한 단계 발달 과업을 성취해 나가는 아이를 보면서 부모인 제가 깨닫고 자문한 것은 '나 또한 존재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야.', '새롭게 도전하고 행동해보자. 어떤 결과가 기다릴까?',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할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삶이지?' 였습니다. 구김살 없이 성장하는 아이가 부러웠고, 나 또한 지금이라도 구김살을 하나 하나 마주하고 반반하게 펴주어 자율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습니다.


  남편에게도 육아는 아이와 함께 아빠가 다시 성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무것이나 입에 넣어보고 두드려보는 아이를 보며 남편은 시시각각 걱정과 염려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체를 움직임으로써 자신의 몸과 세상을 알아가려는 아이의 성장에 대한 욕구는 옳은 것이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임을 알기에 남편은 자신의 불안을 다독이면서 아이의 행동을 수용했습니다. 그 결과 남편은 더욱 용감하고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다시 성장하였습니다.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유지하는 것을 원하던 남편은 낯설고 예측 불가능한 첫 경험에 대해 점차 익숙해져갔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예측불가능한 일 투성이지만 내가 다 해냈잖아? 뭐든 용기를 갖고 도전해 보자!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배울 수 있을 거야.’하고 말입니다. 평교사의 삶에 만족하던 남편은 교육대학원에 진학하여 교육철학을 공부하고, 부장교사를 도맡아 새로운 역할과 관계를 경험하며 자신의 능력과 정체성을 정립해 가는 중입니다.


  우리 부부의 이러한 변화는 아이의 발달 과업을 지원하면서 얻은 고소하고 달콤한 콩고물이었습니다. 아이를 갖기로 마음먹었을 때에는 그저 희생하는 부모가 좋은 부모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하나 키워 보니 육아는 희생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수지맞는 장사였습니다. 노력해도 고쳐지지 않던 우리의 단점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동시에 해결되었습니다.




   누구도 완벽하게 이상적인 부모 밑에서 발달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지못합니다. 교류분석 부모훈련을 배울  교수님께서는 이를 '우리는  누구도 신에 의해 키워지지 않았다.'라는 말로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나 있을  있는 채우지 못한 지난 과거의 결핍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상처일  밖에 없을까요? 다시 성장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 것일까요? 교류분석 부모교육에서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경험은 자녀의 성장과 함께 부모가 다시 성장할 기회를 준다고 말합니다.


  아이를 키웠을 뿐인데 내 삶의 걸림돌이 되던 습관과 태도가 개선되고, 모호하고 두렵던 세상이 명확하게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저희 부부가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아이의 모든 성장의 과정에서 부모인 우리의 재성장은 함께 일어났습니다.


  더 나은 자신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흥분하여 말합니다. “자기 계발서 백 권 읽는 것보다 아이 하나 키우는 게 더 효과적일지도 몰라!”하고요. 당장은 손해보는 일이 더 많아 보일 수 있습니다. 일, 자산, 건강, 관계 등 아이를 키움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기회비용만 계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아이를 키움으로 인해 얻는 수익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기회비용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지난 5년간 아이가 보여준 발달 단계 마다의 모습들을 사랑의 눈으로 관찰하고 언제나 든든한 지지자로 아이 곁에 있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아이의 호기심 뒤편에 항상 자리해 주었고, 아이는 우리의 예측을 능가하는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성공이 무엇인지 아무도 이 어린아이에게 가르쳐 준 적이 없지만, 아이는 마치 성공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거침없이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거침없이 성공 각본을 발행하는 삶의 멘토를 집 안에 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습니다. 아이를 한 번 키워 보세요. 보이지 않던 자기 자신이 보이기 시작하고, 희생이라고만 믿었던 육아가 자신의 성장을 이끄는 감사로 여겨질 것입니다. 분명 육아는 쉬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이라는 단어가 적힌 동전의 뒷면에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적혀있을도 모릅니다. 쉽게 살아가며 지금의 상태에 머무를 것인지, 조금 어려운 과제가 자꾸 주어지더라도 극복해 나가는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삶을 살 것인지 고민해 보세요. 지금 당장 나에게 있어 쉬운 것, 편안한 것, 안전한 것이 내 삶의 앞날에 가서도 여전히 쉽고 편안하고 안전한 것으로 머물러 줄 것인지 더 늦기 전에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나를 만나고 나를 사랑하게되는, 나 자신을 새롭게 성장시켜 나가는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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