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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말랑두부 4시간전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했구나-

18개월에서 36개월_ 첫 번째 이야기



18개월에서 36개월 :
나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워도 괜찮은 걸까?


  '이 시기는 행동하고 탐색하며 갖춘 신체적 능력을 바탕으로 부모로부터 신체적으로 독립하고자 하는 시기입니다. 무엇이든 스스로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떼를 씁니다. 이는 부모로부터 분리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변화에 대해 염려하기보다는 드디어 우리 아이에게도 생각하는 능력이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믿고 기뻐해 주세요.'


▮ “네가 너에게 무엇이 좋은지 생각하게 되어 우리는 너무 기쁘단다."

 

  돌 반이 될 무렵부터 육아 난이도가 무섭게 올라갑니다. 빵긋빵긋 웃으며 얌전하게 부모에게 의존하던 아이가 이제는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며 울음을 좀처럼 그치지 않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어린이집에 첫 등원을 하는 시기와 겹치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유순했던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부터 친구들의 나쁜 행동을 보고 배워 갑자기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는 문제가 생겼다고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혹은 아이는 떼를 쓰고 부모는 화를 내면서 하루 종일 서로 부정적인 영향만 주고받는 것 같아 이제는 어린이집에 보내야겠다며 찾아오시는 부모님들도 종종 있습니다.  

  이편이든 저편이든 이 시기는 원래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는 발달 단계라고 설명드립니다. 아이가 시기적절하게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어 가는 것이고 유치원에 가기 전까지 부모님께서 적절한 지원과 지도를 해주시면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는 행동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러면 '그럼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네요?' 라며 마음을 놓으십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드디어 생각이라는 걸 시작했어!"하고 새로운 과업을 향해 성장한 것을 충분히 축하하며 "미운 세 살"이 아닌 "멋진 세 살"이라고 불러주라고 말씀드립니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좋아하는 것'이 많아집니다. 좋아하는 장난감, 좋아하는 간식, 좋아하는 옷, 좋아하는 사람- 모든 면에서 선호가 생깁니다. 어른의 경우도 선호가 분명한 사람은 곁에서 맞춰 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건 이래서 별로고, 저건 저래서 별로고, 그건 자신이 딱 싫어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합니다. 이 시기 아이도 그와 유사하나 문제는 언어가 유창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선호가 만족되지 않을 때나 거부당했을 때에 울고 떼를 쓰며 바닥에 드러눕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합니다.


  이때의 울음과 떼쓰기는   청소년이나 어른이 보이는 문제행동과는 근원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드디어 선호하는 것이 생겼고 주관이 생겼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능력이 미숙한 데서 오는 결과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어가 유창해지면, 그리고 사고능력이 점차 발달해지면 없어질 행동이라고 믿고  시기의 난리법석을  보아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시기의 행동을 발달 과업으로 여기고 적절하게 지원해 준다면 다음 단계로 성장하여 떼쓰는 행동이 사라지겠지만,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는 행동을 버릇이라 생각하고 무시하거나 면박을 준다면 여든까지 가져갈 나쁜 습관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마트에 있는 장난감은 모조리 갖고 싶고, 신발도 양말도 짝짝이로 신고 싶은 꼬마-


  저희 아이는 이 시기에 양말을 짝짝이로 신으려고 했고, 어린이집에 등원할 때에는 신발도 짝짝이로 신고 가려했습니다. 부모인 우리 눈에는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어린이집 선생님들께서 어떻게 보실까 걱정되고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가는 날에는 제가 신발 한 짝을 더 등 뒤에 숨기고 가서 아이가 교실로 들어가고 나면 신발장에 제대로 바꿔놓고 돌아갔습니다.


  이 단계를 지나서도 종종 짝짝이 신발을 신고 가려고 했었는데, 그때에는 말을 유창하게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엄마, 오늘 친구 생일이니까 내가 짝짝이를 신고 가야겠어. 친구가 웃을 거야."라고 목적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사이 그저 자신의 선호에 따른 고집이 아닌, 친구를 위한 기획으로 행동의 목적이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아이가 무엇을 배웠고 어떠한 성장이 일어났는지는 시간이 훌쩍 지난 후에 관찰가능한 행동과 말 등으로 드러납니다. 종종 뒤늦게 성장의 결과를 마주할 때면 우리 부부는 '힘들었지만, 우리가 애썼다. 잘 키웠어!'하고 서로를 칭찬합니다. 아이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고집할 때에는 성장을 이끄는 강력한 힘이 나옵니다. 그것을 거스르거나 꺾기는 매우 힘이 듭니다. 그러니 자유롭게 실험하고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세요. 아이가 표현하는 성장의 욕구 앞에서는 부모가 지는 것이 이기는 것입니다!





▮ “넌 생각할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어."


  아이가 떼를 쓰고 바닥에 드러누워 울어대는 순간 부모는 아이의 생각하는 능력을 깎아내리게 됩니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도 얼른 정리하려고 합니다. '어서 일어나! 어디서 이런 행동을 하니!'하고 나무라거나 '울지 마, 울지 마, 엄마가 사줄게~'하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쉽게 들어주기도 합니다. 어떻게든 부모는 아이의 문제 행동을 빠르게 정리 정돈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깨끗이 지워내길 원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잘 들여다보면 느끼는 것은 아이가 하는 일이고 생각하는 것은 부모가 하는 일로 분담이 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아이의 생각하는 능력을 무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에게 느끼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모두 할 수 있다는 격려를 해주어야 합니다.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눈 녹듯 녹아 사라지는 것이고, 행동은 생각을 바탕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떼를 쓰고 난리를 치는 아이의 감정을 수용해 주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한다고 느끼고, 감정 표현을 멈춥니다. 상대방의 마음에 가 닿았음을 확인했으니 더 이상 눈물과 고성으로 자신의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지요. 그 대신 생각을 시작합니다. '그럼 내가 여기서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는 플랜 B는 무엇인가?', '어차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으니 오늘은 그만 포기하자.' 등의 생각으로 현재 벌이고 있는 문제가 되는 행동을 거두어들입니다.


  천둥 번개가 치는 날을 떠올려보세요. 우르르 쾅쾅하는 소리보다 번쩍! 하는 빛이 천둥 번개가 치고 있음을 먼저 알려줍니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반짝하는 빛이라는 감정이 생겨나고 아이는 이것을 있는 그대로 우르르 쾅쾅하고 소리 내어 감정을 표현합니다. 어느새 눈물이 장대비처럼 쏟아지며 부모의 옷을 적십니다. 부모는 그것이 불편하여 비를 그치게 해 보려 온갖 애를 쓰지만 아이의 마음속에서 반짝하고 생겨났던 그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해주지 않는 이상 비는 그칠 줄을 모릅니다.

  아이가 긴장하고 움츠러들어있는 환경에서는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없습니다. 생각을 하게 하려면 감정을 먼저 잠재워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잘 느끼고 잘 표현하는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에서도 빨리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이다음 발달단계를 거치고 있을 무렵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우리 부부는 퇴근 후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거실바닥에 긴장을 풀고 앉았을 때였습니다. 아이가 난대 없이 당장 마트에 장난감을 사러 가고 싶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계획도 없이 갑자기 마트에 장난감을 사러 갈 수는 없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었지만, 아이는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40분 정도 울었던 것 같습니다. 그 40분 동안 저는 아이의 감정을 받아줄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했습니다. 물 달라해서 물을 주면 물에 얼음이 없다고 소리 지르며 울었고, 얼음을 넣어 주자 자기를 안으라고 난리를 쳤습니다. 안아서 토닥여주니 이번에는 자기를 만지지 말고 바닥에 내려놓으라고 소리를 칩니다. 물, 얼름, 부채질, 안아주기, 내려주기를 40분 동안 무한 반복을 했습니다. 남편은 그 꼴을 보아내기가 힘들어 작은 방으로 대피를 갔습니다. 저는 끝까지 친절했고, 마트에는 데리고 가지 않았습니다.


  울만큼 울었는지 아이는 멀쩡하게 일어나 아빠가 들어간 방으로 가서는 "아빠! 나 세 번밖에 안 울었어. 엄마 말 엄청 잘 듣지?"하고 똑똑하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감정을 조절한 아이에게 저는 마트에 갈 계획을 함께 세워보자고 했고, 아이는 약속한 날까지 장난감 사는 일을 잘 기다렸습니다.


  만약 제가 "그만 울어, 신발 신어 그럼! 장난감 사러 가게!"하고 아이의 감정에 휘말려 행동을 통제하지 못했다면 아이의 떼쓰기는 날로 그 기술이 개발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행동은 통제하되 감정은 수용한다는 목표로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는데 많은 애를 썼습니다. 그 결과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처리하는 방식을 익혔고, 아무리 떼를 써도 안 되는 것은 안된다는 단단한 구조도 배웠습니다. 격렬하게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는 아이를 부모는 계속해서 안아주고, 사랑하고, 안전하게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와 기싸움을 하느라 행동의 한계를 가르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너는 생각할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어."라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감정을 수용하고 처리하는 능력과 생각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게 도와주세요.


  아이의 떼가 심하고, 끝도 없이 보상을 원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부모가 아이에게 행동의 한계를 잘 가르치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감정을 받아주는 것이 힘들어 행동을 내어주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행동의 경계를 가르친다고 아이가 부모를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을 함께 해 낼 수 있듯이, 부모 또한 사랑을 주는 것과 규칙을 가르치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믿어보세요. 감정은 수용하고 행동은 통제하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과 규칙을 가르치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어."


  나이가 먹고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생각하는 능력이 발달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는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아이가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충분한 '상호작용', '시간', '공간'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상호작용'과 '시간', '공간'을 분명한 언어로 요구한다면 우리는 그 요구를 받아들이고 지원해 주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 아이는 아직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한지, 어디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지 등을 세세하게 알지 못합니다. 그저 만족스럽지 못함을 울음이나 떼쓰기로 표현합니다. 그것은 아이가 버릇이 나쁘고 성품이 나빠서가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정확하게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한 언어표현능력과 사고능력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부모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데 필요한 자원(상호작용, 시간, 공간)을 지원해야 합니다.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안해 보겠습니다. 첫째는 놀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며, 둘째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볼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1) 놀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상호작용)


  이 시기 아이의 놀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어떠한 주제에 흥미를 갖는지를 잘 관찰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저희 아이는 소방차와 비, 무지개 등을 매우 흥미로워하였습니다. 지금도 비옷은 무지개무늬를 입고 다니며, 무지개 패턴의 티셔츠도 가장 좋아하는 옷 중의 하나입니다. 아이의 흥미를 확인 한 다음 제가 한 일은 종이에 크레파스로 불과 물, 물방울, 무지개 등을 그리고 오려서 아이와 함께 놀이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곳에 그림들을 붙이고 아이가 상상하고 계획하는 대로 놀이를 즐겼습니다. 아빠 옷에 불을 붙이고 자신의 손 등에 물줄기를 붙여 아빠를 위해 불을 꺼주는 놀이도 했었고, 집 안에 있는 식물에게 빗물 방울을 붙여주어 물을 주는 놀이도 했습니다. 비를 붙인 다음 무지개도 걸어주어 아이의 상상과 환상을 실제 놀이로 연결시켜 주는 놀이 지원을 했습니다.

   


꼬마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이루어지게 종이와 크래파스로 열심히 지원했던 날들-

 

  관찰을 통해 아이가 흥미로워하는 주제를 찾고 그에 적절한 놀이 지원을 해주는 것이 놀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방법을 잘 적용하여 인과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놀이를 자주 해보세요. 원인과 결과를 경험함으로써 아이는 생각하는 능력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인과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놀이에는 역할놀이(사회극놀이)와 쌓기 놀이, 과학놀이, 요리활동 등이 있습니다. 역할놀이는 소꿉놀이와 병원놀이, 음식점놀이, 마트놀이, 소방서놀이, 경찰서놀이, 가족놀이, 동물원놀이 등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배가 고프다고 말하면 어서 음식을 만들어 주겠다고 응답을 하고, 다리가 다쳐 아파서 걸을 수가 없다고 말하면 다리에 붕대를 감아주며, 불이 났다고 신고하면 소방차가 출동하는 등 아이들의 역할놀이에는 무수한 원인과 결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와 역할 놀이를 하는 것은 인과 관계를 통해 사고하는 능력을 발달시키기에 너무나도 좋은 지도가 됩니다. 다양한 블록을 활용한 쌓기 놀이에도 물리적 지식이 포함되어 있고, 눈으로 변화 결과를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과학 활동을 통해서도 아이들은 원인과 결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쌀이 밥솥에서 익어 밥이 되고, 밥을 절구로 찧었더니 떡이 되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은 과학활동이기도 하고 동시에 재미있는 요리 활동이 되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배웁니다. 놀잇감이 학습도구이며 놀이가 학습입니다. 잘 노는 아이가 잘 배웁니다. 다양한 소품과 놀잇감을 활용해서 역할놀이와 쌓기 놀이를 함께 해주세요. 역할놀이가 사고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드리면 어떤 부모님께서는 "저는 역할놀이는 어려워서 못해주겠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라고 말씀하십니다. 유능하게 놀아줘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그저 또래 아이 수준으로 곁에서 함께 놀아주세요. 아직은 서로 역할을 나누고 역할에 걸맞는 대화를 유창하게 해나가는 수준의 극놀이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할 때마다 요리에 아이를 참여시켜 주세요. 감자를 으깨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쌀 씻는 것을 함께해 보세요. 딱딱한 국수를 만져보게 하고 잘 익은 말랑말랑한 국수를 차가운 물에 씻어보게 해 주세요.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아이는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리자면 이 시기에는 아이에게 간단한 지시 따르기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만해.', '이리 와.', '그대로 있어.', '저리로 가.' 등과 같은 간단한 지시는 아이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가르치고자 하면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으므로 예방적 교육 차원에서 놀이로 가르쳐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소방서놀이나 경찰서놀이, 또는 선생님놀이 등을 통해 이러한 간단한 지시들을 극놀이로 경험해 보게 할 수 있습니다. 잘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사고력을 증진시키고 안전을 위한 지시 따르기를 익히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논리적인 사고가 되기 이전이므로 긴 설명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단순하고 명료하게 안전에 관한 지시를 내리세요.


  저의 경우는 놀이와 관련해서는 아이의 요구를 제한 없이 들어주고, 안전에 관해서는 단호하게 제한을 두는 것을 이 시기 육아의 국룰로 삼았습니다 :) 그렇다 보니 아이와 실랑이를 벌일 일이 줄어들었고, 아이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과 규칙을 학습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습니다.


2)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볼 시간공간 제공하기


  저희 아이는 이 무렵 선인장을 좋아했습니다. 휴대폰으로 만화영화를 보면서 선인장 화분을 자기 앞에 두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선인장 화분이 쏟아지면 어떡하지?"라고 물었고, 아이는 "괜찮아. 안 넘어져~~"라고 대답했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자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 화분이 넘어져 흙이 쏟아졌습니다. 제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아이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방으로 가서는 조그마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흙이 쏟아진 자리에 앉아서 잠시 고민을 하더니 큰 돌은 손으로 집어서 화분에 올려놓고 남은 흙을 빗자루로 쓸어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빗자루와 걸레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엄마가 개입하여 서둘러 문제를 대신 해결하지 않았던 탓에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기다림과 준비된 환경이 아이를 주도적으로 행동하게 만듭니다.


화분을 쏟은 후 스스로 빗자루를 가지고 와서 정리하는 꼬마-


  이 전 단계에서 아이는 행동 능력을 충분히 연습하고 갖추었기 때문에 무엇이든 스스로 해내고자 합니다. 몬테소리 교육철학에서 배운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제가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말입니다. 여기서의 도움은 준비된 환경을 말합니다. 아이들은 뭐든 스스로 하기를 원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 낼 수 있도록 아이에게 필요한 준비들과 공간, 그리고 믿음으로 기다려 주는 따뜻한 분위기의 시간을 주세요. 그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아이는 생각하는 법을 배울 것입니다. 





■  부모의 재성장을 돕는 조언

 

  저는 보통 합리적인 판단과 종합적인 사고를 해내는 사람이지만 종종 사고 능력이 없는 사람처럼 굴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부탁을 해 올 때 거절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한 순간에는 저의 사고 능력이 '삐-'하는 경고음과 함께 마비가 됨을 느낍니다. 생각 없이 "예." 또는 "아니오."를 말하고, "싫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종종 타인이 제 자신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곤 합니다. 거절을 못하는 덕분에 얻은 성과도 많습니다. 하지만 타율적으로 진행된 노력에 대한 성과가 그리 달콤하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떼를 쓰고 바닥에 누워 울어 댈 때면 저는 마음속으로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래, 인생은 저렇게 살아야 살맛 나지! 나도 저렇게 시원하게 거부하고 거절하면서 살아보고 싶다.' 하는 속마음을 제 자신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는 기회만 오면 거절을 해보겠다 다짐했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거절할 결심을 다지며 타인의 욕구보다 나 자신의 욕구를 우선해 보고자 애썼습니다.

  저의 경우는 사람들이 만나자고 연락을 해오면 거절하지 못하고 선뜻 약속을 잡지만 결국은 가족의 일이나 육아로 인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일 퇴근 후에는 피곤해서 약속을 잡을 수 없어요.'라든지, '아이를 돌봐야 해서 모임에 나가는 것이 부담이 됩니다.'라는 정중한 거절을 할 줄을 몰랐습니다. 이제는 적절하게 거절을 하거나 나의 상황에 맞추어 약속을 잡는 등 나 자신을 아끼고 보살피는 능력이 향상되었음을 느낍니다.

  

'단호하게 선을 긋는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자기 자신을 사랑할 용기를 내는 것이다.' -브레네 브라운-


    이 시기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당당하게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는 아이를 바라보며 부모 자신 또한 자신을 위한 결정과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보기를 권합니다. 'No List'를 만들어서 실천해 보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싫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타인을 만족시키는 일 보다 중요하고 우선되는 일임을 기억하세요.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이유 1]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교류분석 이론은 인간 발달단계를 총 아홉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하며,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이유 1]에서는 그중 인생초기 다섯 단계인 0단계~4단계를 다룹니다. 이 브런치북은 교류분석을 공부하는 어린이집 원장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한 것을 발달단계와 긍정적 지지어를 기준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긍정적 지지어란 발달 단계에 수행해야 할 발달 과업을 지원하는 메시지를 뜻합니다.


  다음 주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0단계 - 태내기 (되어가기) 2~3화
1단계 - 출생~6개월 (존재하기) 4화
2단계 - 6~18개월 (행동하기) 5화
3단계 - 18~36개월 (생각하기) 6~8화
4단계 - 3~6세 (정체성과 힘) 9~11화
5단계 - 6~12세 (구조화)
6단계 - 12~19세 (정체성과 성 정체성, 분리)
7단계 - 성인기 (상호의존)
8단계 - 노년기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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