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열매(Forbidden Fruit)하면 떠오르는 과일이있나요? 선악과라는 이 열매는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게 하는 지혜의 과실입니다. 성경에서 선악과를 특정 과일로 지칭하고 있지 않음에도 신기하게 우리 머릿속엔 어떤 이미지 하나가 아른거리지요. 혹시 사과를 떠올리셨나요? 바로 문학의 힘입니다. 영국의 존 밀턴이 쓴 <실낙원(Paradise Lost)>에서 선악과를 '사과'로 형상화했기에 자연스레 '선악과=사과'라는 공식이 생겨나게 되었지요.
창세기 2장: 선악과
창세기 2장은인간창조 이후, 에덴동산을 창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가장 사랑하는 인간을 위한 공간이었기에 완벽하고 아름다운 환경이었을 거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아담은 강이 흐르고, 풍성한 과실 등으로먹고 마시는 데 전혀 부족함 없는 천국을 누리는 특권을 받았습니다. 혼자임을 안타깝게 여긴 하나님께서 하와라는 영혼의 짝꿍까지 창조해 주셨지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 그가 바로 아담이었습니다.
이처럼무결점한 에덴동산의한가운데에는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인 선악과가생명나무와함께 서있었습니다.하나님께서 아담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어요.
여호와 하나님이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창 2:16-17)
처음 성경을 읽을 때 개인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는 다 괜찮은데 왜 따먹으면 죽는 나무를, 그것도 하필 눈에 잘 띄게중앙에 떡 하니 심어 놓으셨을까? 괜한 호기심을 자극해서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고약한 장치라는불만이생겼습니다. 인간의 심리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가봐요. 하와의 마음을 타고 들어온 유사한 의심이 결국 금단의 열매를 베어 물게 까지 했으니까요.
<인간의 원죄>, 미켈란젤로
타락 천사의 상징인 뱀은 하나님께 복수를 하기 위해 선악과를 이용했습니다. 결국, 아담과 하와는 금단의 열매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추방을 당하게 되지요. 죄의 대가로남자는 일평생 일을 해야 했고, 여자는 출산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짐을 지게 되었습니다.
일상에 남겨진 선악과의 흔적
사과를 배어 문 이미지는실리콘 밸리의 대표적인 기업,애플사의 로고입니다.초기 로고가 뉴턴의 떨어지는 사과를 상징한 이후 여러 차례의 변천을 거듭했는데요,시대를 거쳐 변해온 로고의 숨은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한 해석역시 다양합니다. 그중에 선악과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설이 있습니다.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를 뚝 떼어먹은 이미지가 선악과와 중첩된다는 주장이지요. 과연엄청난 성경적 의미만큼이나애플 사는 스마트폰 시장의 생태계를 흔들어 놓았고 전 세계적으로 소통과 기술의패러다임에 거대변혁을 일으켰습니다.
<베어문 사과 이미지의 로고 변천사>
선악과를 어원으로 한 영어 단어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Adam's apple이 대표적인 예입니다.'결후','후골'이란 뜻의 이 단어는 아담이 선악과를 먹던 중, 한 조각이 목에 걸려 가운데가 볼록하게 튀어나오게 되었다는 기원설을 담고 있어요. 여성보다는 남성의 목 중간쯤에 툭 불거져 나온 후골은 인간이 지은 죄를 기억하게 하도록 남겨진 흔적이라고도 하지요.
선악과의 진짜 의미: 제약이 아닌 누림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이 원숭이를 잡는 과정은 원숭이의 욕심을 교묘히 이용한 사냥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큰 나무나 흙더미의 구멍 속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풍성하게 넣어두기만 하면끝입니다.원숭이에게 먹이만 털리는 게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냄새를 맡고 온 원숭이는 구멍에 손을 넣어 하나씩 다 빼먹지를 않거든요. 욕심껏 구멍 안의 먹이를 움켜쥐어 손이 빠지지 않는데도 놓질 못하고 끙끙대다가 어이없이 잡히게 됩니다.과도한 욕심이 부른 최후이지요.
어린아이에게 칼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자유를 박탈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이지요.아무리 떼를 써도 자녀를 사랑한다면 부모는 칼을아이의손에 쥐어주지 않습니다.어린 자녀와 동행하는 부모는 늘 조심스럽습니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것을 지켜보며다칠 세라 눈을 떼지못하고요, 여기저기 세상을 탐색하고 싶은 아이의 손을 꽉 붙들고 있게 됩니다. 어디든 가도 좋으니 '시선에서 벗어나지 말아라', '손을 꼭 붙잡고 있어라'와 같은당부는부모의 마땅한 요구일 수 있습니다.
선악과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상기시키는 징표입니다. 모든 것을 아낌없이 준 창조주를 기억하도록 하는 장치라고도 할 수 있지요. 허락되지 않은 딱 하나에 꽂혀 아쉬워하는 것은미련한 생의 허비입니다. 손에 쥔 아흔아홉 개를 마음껏 누리는 자족과 감사가 행복의 결정적 요소인 것이지요. 1:99는 제약이 아닌 누림의 비율입니다.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각자의 몫이 되겠지요.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입니다.선악과에는 로봇이 아닌, 인간의 자유 의지를 존중하셨던 창조주의 깊은 뜻이 서려 있습니다. 허락된 것을 만끽하고 이를 감사하는 것이 삶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이 아닌 99개를 찾고 누리는 하루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