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북미의 경우, 10월 마지막 날인 할로윈을 기점으로 11월의 추수 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과 블랙 프라이 데이(추수 감사절 바로 다음 날), 12월의 크리스마스, 1월의 새해맞이 등 줄줄이 이어지는 행사와 페스티벌 분위기로 채워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시즌 그리팅(Season's greetings)이라는 연말연시 인사말은붕 떠있는 행복 바이브를더욱끌어올려주기도 합니다.
여기서시즌 그리팅이란추수감사절을 시작점으로크리스마스, 새해를 잇는 한 해의 마지막 시기동안서로에게 건네는 기대와 축복의 인사를 뜻합니다. 요즘 MZ세대들은 '시그'라는줄임말로 아이돌이 출시하는연말연시의한정판 굿즈 제품을 일컫는 마케팅 용어로도사용하고 있지요.인사말이든 특별판이든 '시그'는 연중 딱 한 철에만 유통되는분위기의 들썩임과 특별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가 결합된 크리스마스는 부활절과 함께 가장 큰 기독교 절기 중의 하나로 X-mas(그리스도의 그리스어인 크리스토스 첫 글자), 혹은 성탄절(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며 예배하는 날)이라고도 불립니다.현대의성탄절은비단 기독교인들만 기념하는 날이 아닌듯합니다. 즐겁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축제의 개념으로 많은 이들이 'Merry Christmas!'라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사랑을 나누는 날로 확장되어왔습니다.많은 사람들에게 건넬 수 있는 축복의 말과 선행의 기회에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탄생일이 12월 25일이 아니었다는 설이 있지요.정말성경에는 성탄절의 정확한 날짜가 명기되어 있지 않은 걸까요?
복음서에서 기록하는 성탄의 현장
마가복음을 제외하고신약의 모든 복음서(마태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는예수님의 탄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누가복음과 마태복음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고 경배하는 내용이잘 나타나 있는데요,태어난시기(헤롯왕 때), 태어난 곳(베들레헴), 현장의 분위기 등은기록되어 있지만정확한 날짜를 특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헤롯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시매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말하되 (마 2:1)
오늘날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 (눅 2:11)
성경에서 기록된 날짜가 없는데 어떻게 12월 25일이 성탄절이 되었을까요?다양한 의견들이 있는데요,<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기독교를 로마 제국에 널리 퍼지게 할 목적으로 당대의 이방 절기를 차용한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고 합니다.12월 25일을 보편적인 절기로 지키게 된 4세기 로마에서는 태양신 미트라가 탄생한 날을 사투르 날리아 축제(풍작 기원)로 기념하고 있었습니다.초대 기독교 지도자들의 뜻에 따라 로마 주교 율리오 1세는 생명의 근원이자 세상의 참빛 되신 예수님을 대신 기념하도록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정하게 되었다고합니다.즉, 로마인들의 풍습을 억누르는 동시에 그들을 기독교로 동화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이지요.
성탄절에 이방 문화가 흡수된 흔적은 날짜에만 국한되지않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 그리고 산타클로스가 대표적인데요, 거리 곳곳이나 가정에서 성탄 전후의 기쁨과 즐거움을 연출해 내는 크리스마스트리의 경우, 기독교가 서유럽으로 전파되면서 동지 무렵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 상록수에 등불 조명을 달았던 관습이섞인 것이라고 합니다.산타클로스 역시 가난한 어린이들을 도왔던 성 니콜라스의 선행과 미담을 기리기 위해 프랑스 수녀들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었던 전통에서 유래되었습니다.결국, 오늘날의 성탄절은 오랜 시간이방 문화들을 선별 흡수하여 나름의독자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지요.
성탄의 참의미: 참예하는 기쁨
엄밀히 따져보면, 성탄절은 예수님의 탄신일이 아닙니다. 오히려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탄신 기념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따라서 크리스마스를 바라볼 때, 날짜의정확성보다는 기념일이 담고 있는 정신에 방점을 찍어야 하지 않을까싶어요. 우선, 만연한 이방 문화 속에서 방향과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릴 수 있는 이들에게 분명하고 올바른 가치를 갈음해 준 날입니다.태양신이 아닌, 예수님을 중심에 두는 명확한 기준점을 제시해 준 것이니까요.그 중심에 인간을 사랑하여 생명을 내어 놓기 위해 기꺼이 이 땅에 내려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흐르고있습니다.
세계 3대 축제인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일본의 삿포로 눈축제, 브라질의 삼바 축제는 그 지역을 직접 방문해야만 즐길 수 있는 뚜렷한 지역색과 민속성을 띕니다. 이에 비해 성탄절은 전 세계 어디서나 기념할 수 있는 보편성을지니지요. 단, 흥청망청의 축제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예수님의 사랑에 감사하고, 또 그 사랑을 나누는베풂의 미덕이 필요합니다. 성탄의 기쁨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이에 참예하지 못하는 이들도많기 때문입니다. 그 사각지대를 돌보는 것역시 성탄이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결국, 성탄의 참의미는 예수님의 탄생에 기쁘게 참예하되 그 깊이와 폭을 넓히는 것입니다.구원자 예수님이 오신 것을 기뻐하며 감사하는 것, 그리고 나만이 아닌 '너도'의 사랑으로 따뜻한 행복이 내게만 머물지 말고널리 퍼져가는 뜻깊은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랍니다. 모두에게 미리 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