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아들은 교회 달란트 시장에서 먹거리와 학용품 등을 한 아름 사 왔습니다. 하반기에는 그동안 모은 달란트로 창신동 장난감 거리에 다녀왔고요. 주일 학교뿐만 아니라 사설 학원에서도아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달란트'는 보통 선물을 살 수 있는 쿠폰의개념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목표 행동을 했을 경우 보상받는 형식으로 발행되고, 아이들은 그 달란트를 열심히 모읍니다. 많이 모을수록 최종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의 값과 개수가 올라가게 되기 때문이지요.
[위키백과]에 따르면 달란트는 헬라어 '탈란톤'(talanton)의 번역으로, 질량과 화폐의 단위로 쓰였다고 합니다.원래는 무게 혹은 질량의 단위었지만 금, 은의 무게를 재다 보니 화폐의 의미로 확대되어쓰이게 된 것이지요.신약시대에 1 달란트는20kg~40kg 정도에 해당하는 금의 무게였다고 합니다.이때1 데나리온이라는 화폐단위가 함께 사용되었는데요, 그 가치는일반인의 하루 품삯 정도였다고 해요.1 달란트가 6천 데나리온에 해당되었다고 하니 데나리온에 비해 달란트는엄청나게 큰화폐 단위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당을 10만 원 정도의 요즘 가치로 환산해 보면1 달란트는 6억에 해당하는, 실로 어머어마한 금액입니다. 마태복음 18장에서이러한 달란트와 데나리온을 가늠해 볼 수 있는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마태복음 18장: 용서의 비유
예수님의 수제자인 베드로는 자신에게 죄를 범하는 사람이 있다면 몇번까지 용서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질문을 던집니다.베드로의 "일곱 번 까지 용서해야 합니까?"라는 물음에 예수님은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도 용서해야 한다." 라며 무한 용서와 베풂을 요구하시지요. 예수님을 통해죄의 빚을 탕감받은 우리는상대방을 끝없이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예화를 들어주시는데요, 이때 빚의 정도를 달란트와 데나리온으로설명해 주십니다.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에게 만 달란트를 빚진 종에게 주인이 몸, 아내, 자식들 등 모든 소유를 다 팔아 갚으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자 종은쩔쩔매며엎드려 조아리지요. 이를불쌍히 여긴 주인은만 달란트나 되는거대한빚을 탕감해주기로 마음을 바꿉니다. 대대손손 값더라도 상환이불가능한 금액을 한꺼번에 탕감받은 놀라운 큰 은혜를 받은것이지요. 그런데그런 값없는 용서를 받은종의 다음 행보가괘씸합니다.
종은 주인의과분한 긍휼과 자비를누리고서도자신의 돈을 빚진 동료를감옥에 가두는 냉정함을보입니다. 동료의 빚은 자신이 탕감받은 만 달란트에 비해한없이 적은 금액,백 대나리온에 불과했습니다. 그의 박한 인심을 알게 된 주인은 종을 불러다가 '악하다'라고 격노합니다. 결국, 종은 감옥에 갇히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지요.
주인이 그를 불러다가 말하되 악한 종아 네가 빌기에 내가 네 빚을 전부 탕감하여 주었거늘 내가 너를 불쌍히 여김과 같이 너도 네 동료를 불쌍히 여김이 마땅하지 아니하냐 하고 주인이 노하여 그 빚을 다 갚도록 그를 옥졸들에게 넘기니라 (마 18:32-34)
마태복음 25장: 재능이라는선물
달란트는 영어로 'talent', 즉 '재능', '능력'의 의미로도 사용되는데요, 이는 마태복음 25장에 등장하는 달란트 비유와관련 있습니다. 주인이 종에게 달란트를 맡겼을 때 이를 어떻게 관리했느냐에 따라 칭찬과 분노를 받는 내용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연재글 1화>에서 이미다루었습니다. 주인이 종들에게 준 다른 양의 달란트는 값어치(종류)는 다르지만 모두에게 동등하게 배분된 재능을의미합니다.
크든 작든 나에게 주신 재능을 잘 살려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누리며 살아가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얼마의 달란트를 받았든지 그 가치를 힘써 불려놓은 종들이 주인의 칭찬을 받게 되거든요. 받은 금액이 많으니 더 불려야 한다거나, 받은 금액이 적어서 덜 불려도 되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저 주인에게 받은분량의 범위 내에서 가지고 있는 달란트를 늘려가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지상에서 보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오른 건물도 높은 상공에서 내려다볼 때, 높낮이를 알 수 없는 블록 조각 하나 정도에 불과할 뿐입니다.
하나님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가진 재능은 높고 낮음이 없습니다. 그것을 어떤 마음으로 관리하고 누릴지 마음가짐과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큰 선물이든 작은 선물이든 주는 것을 상대가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선물의 의미와 건네는 이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처럼 말입니다.달란트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입니다.받은 것을 잘 사용하고 감사와 행복을 누리는 것이 베푸는 자의 기쁨일 것입니다.
넓게 펼쳐내기
두 개의 달란트 비유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넓게 펼쳐내기'라는 메시지를 건져봅니다.첫째, 용서를 하려면 나의 마음이 넓어져야 합니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를 부인하는 일이거든요. 용서는 상대의 행동과 나의 상처에 매몰되지 않는 의지적 결단입니다. 자기 연민이 기본값인 우리의 본성을 끊어내고 예수님께 용서받은 은혜를 흘려보내는 것이지요. 나를 한없이 묵상하다 보면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이유가 백 만개나 보입니다. 하지만, 나를 용서하신 예수님의 희생을 생각하면 못 덮을 죄가 없습니다. 내가 아닌, 예수님을 묵상하면 넓게 품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둘째, 재능이라는 선물을 내안에 품고만 있지 않고넓히는노력이 필요합니다.아직 만개하지 않은 꽃의 씨앗은 햇빛, 공기, 토양 등의 여러 환경들을 잘 만나면 아름답게 피어나게 됩니다. 나에게 분명히 존재하는 재능의 씨앗을 발견하는 것, 그 재능을 성실하게 키워나가는 것, 그리고 작은 달란트지만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나누는 것 등 하나님께 받은 소유를 펼쳐내는 과정은 달란트를 늘리는, 즉 더욱 넓어지는 나를 만나는 여정이 됩니다. 가만히 그냥 두면 썩게 될 씨앗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용서이든 재능이든 우리는 이미 다 받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셨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를 펼쳐내는 것, 바로 우리 손에 달린 것이지요. 내 안에 심긴 용서의 은혜와 달란트의 씨앗을 바라보세요. 심은 주체가 내가 아니기에, 반드시 존재하고 반드시 커갈 수 있음을 믿으세요. 그 믿음으로 세상에 넓게 펼쳐내는 삶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