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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Sep 05. 2023

인생 바닥에 건강이라는 유리공 떨어뜨리지 않기

늦깎이 인생원칙 2

타고난 건강 체질로 평생을 살다 보니 '건강 관리'라는 개념 제대로 채워 넣지 못했다. 생이 주는 뚜렷한 명암효과이다. 어려서부터 허약 체질이었더라면 내 몸 아끼고 보살피는 재주에 도가 텄을 텐데 어찌해도 잘 굴러가는 짱짱한 하드웨어 덕에 몸 사리는 예민함은 내 것이 아니었다. 둔탱이 중 둔탱이인 기질도 한몫한다.

끙끙거리는 소리 한번 안 내고 참아내는 미련함까지 더해져 닳고 닳은 몸뚱이가 덜컹 거리는 요즘이다.


한 해 한번 찾아올까 말까 하던 감기 손님이 이번에는  진득하게 자리를 깔고 앉아 나가주질 않는다. 2주째 골골대고 있다. 낮에 쪽잠 한번 자본 적 없는 나에게 침대행이 일상이 되었다. 몇 년간 몸에 붙은 새벽 기상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반등하지 않는 컨디션을 끌어올려볼 요량으로 10년 만에 병원을 찾아가 수액도 맞았다. 플라시보 효과인지 좀 괜찮다 싶다가도 조금만 무리하면 옷을 찢고 등장하는 헐크처럼 빌빌대는 모습이 툭 튀어나온다. 낯설기 그지없다. 대체 넌 어디 숨어 있다 나온 거니? 지끈한 두통에 숨 쉬기만 좀 더 편해지면 좋겠는 바람을 품은 채, 초췌하게 둔갑한 초록 괴물은 새로 배치된 루틴을 맥없이 받아들인다. 다시 침대로. 하루 종일 멍하게 반쪽짜리 컨디션을 꾸역꾸역 나누어 쓴다. 최소한의 일상을 굴리기 위함이다.




우리는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여러 개의 공을 손에 쥐고 저글링 한다. 공의 개수, 무게, 재질은 저마다 다르다. 전적으로 공연자의 선택이다. 공중으로 띄운 공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타이밍 맞춰 적당한 힘으로 다시 튕겨주는 아슬아슬한 긴장감 역시 공연자의 몫이다.  인생에 주입된 당연한 텐션이라고나 할까. 모든 공이 균형을 잃지 않고 현란하게 공중제비를 도는 삶, 언제까지 가능할까?


인생의 단 한 가지에 집중하라고 설파하고 있는 <원씽>에서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삶의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 속에 모든 것이 균형 잡힌 멀티태스킹은 허상이라고.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는 것은 어느 하나도 손에 잡지 못하는 것과 같다. 한 번에 여러 가지를 망쳐버리는 함정이다.


균형 잡기에 신경 쓰기보다 중심 잡기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더하기가 아닌 빼기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무엇보다 건강을 떨어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떨어뜨리는 순간 깨져버려 산산 조각나는 유리공이 바로 건강이기 때문이다. 건강을 지켜내기 위해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번 감기를 극복하고 나면 이것 하나는 꼭 사수할 것이다.


건. 강.


느지막하게 인생에 다채로운 의미를 칠해가는 늦깎이 인생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잠깐 잃어보니 절실하다. 당연했던 작은 일상조차 불가능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너무나 소중하다. 박웅현의 인생 키워드 <여덟 단어>에도 없다. 김종원의 스무 가지 생각 키워드 <생각공부의 힘>에도 없다. 하지만 나의 인생 키워드에는 꼭 끼워 넣는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건강, 아끼며 살뜰히 챙기는 것이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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