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토닥이며 나를 위로하는 동료들에 그저 고맙기만 했다. 입안이 깔깔하고 간간이 나오는 기침에 물만 들이켰다.
“비도 부슬부슬 오는데 칼국수 한 그릇 할까요?”
자갈이 깔린 넓은 마당 앞 아담한 흙집 하나가 있었다. 정겹게 실내 식물이 놓여 있고 열대어 몇 마리가 여유롭게 헤엄치는 어항이 입구에 자리하고 있었다.
좌식 테이블이 멋스러운 나무 탁자로 쭉 붙어 있었다.
빨갛게 버무린 겉절이 김치가 맛깔스럽게 나왔다.
주문한 옹심이칼국수가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났다.들깻가루에 걸쭉한 국물 속 참기름의 고소함이 확 퍼졌다.
“감사합니다.”
국수 한 그릇 앞에 두고 인사부터 했다.
퀭한 모습 안쓰러워 뭐라도 먹이려는 그 마음이 진정 고마워서였다.
맛이 좋았다. 걸쭉한 국물은 차가운 속을 뜨끈하게 데워 주었고 빈 속에 들어와 넉넉히 자리했다. 쫄깃한 국수에 김치 한점 올려 후루룩 먹었다.
따듯한 분들의 마음을 위해서라도 먹어내야 했다.
고마움이 더해져 속이 든든해졌다.
너른 창문 밖 햇살이 길게 들어오고 있었다.
먹는데열중하다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앞 테이블에서 누군가 국수를 먹고 있었다. 작은 앉은키는 등이 굽어 있었다. 허옇게 센 머리는 드문 드문 검은 머리와 흰머리가 섞여 있었다. 양 미간잔뜩 찌푸린 얼굴.
뜨거운 국수 김을 후후 불며 맛있게 먹었다.
꼬리뼈 끝자락부터 뜨끈한 기운이 쭉쭉 타고 올라왔다.뒤통수를 치고 이마빡에서 눈 언저리까지 내려왔다. 결국 터져 나온 뜨거움에 고개를 숙였다. 젓가락으로 계속 국수를 집어 입으로 가져가고 있지만 목구멍이 막혀 넘어가지 않았다. 뜨거운 기운 때문에 목구멍이 자꾸 턱턱 막혔다.
“에휴, 웬수. 못 산다. 정말…!”
선배가 휴지 석장 뽑아주고 숟가락을 다시 쥐어 주었다.
고맙게도 앞에 앉은 내 동료들은 각자 그릇 속 옹심이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고개만 들면 보이는 그 허연 머리와 찌푸린 미간을 견딜 재간이 없었다. 펄펄 김 나는 칼국수 국물만큼 뜨겁게 울었다.
한동안 시장을 못 갔다.
드문드문 흰머리 검은 머리가 섞인 짧은 파마머리들 때문에 두 걸음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길거리에서도 툭툭 터지는 눈물에 장사하는 분들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