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이에게는 본능적으로
'보따리촉'이라는 게 있다.
가벼이 얼굴 보는 자리에도
한 짐 가방 싼다.
뭐, 별건 없다.
막디 좋아하는 장아찌 조금.
한 철 나오는 生명이.
간 슴슴하게 담가 둔 것.
아부지 드릴 팥앙금 쑥떡 몇 개.
내로라하는 명인이 만들었다는
호두 정과 두 통.
담다 보니 묵직하다.
그럼에도,
빵순이 빵돌이 조카들
그 초롱한 눈빛에
맏이본능이 질주한다.
꼬마 마들렌, 부세, 먹물식빵, 피자식빵, 밤식빵, 모카식빵. 종류별로 다 담았네.
천상 뚜벅이.
신호등 앞 벤치에 몸부린 친 본능을
올려놓고 잠시 쉰다.
누가 앉기나 할까 싶던 저 벤치가 이토록 고맙다니.
양손 무겁고 마음 가볍게 식구 만나러,
아니 소풍 가는 길.
열여섯 생애 첫 돈벌이.
그 푼돈 손에 쥐고 겁순이 둘째, 먹돌이 막디 앞장 세워
'천 원짜리' 돈가스집 어깨 펴고 들어 갔다.
삼십 년도 더 된 그날,
그 기름 냄새. 양배추 사라다...
사람이 어째 본능대로만 사요.
누부도 이제 누부 인생 사소.
제 집 꾸려 올망졸망 딸기 같은 딸이 셋.
막디 말 한마디에 컥 목이 멕힌다
삼 남매 따로, 또 같이.
언제 만나도 반갑고 알스런 마음.
고마움 무장한 맏이 본능으로 지켜 내리라.
세상 모든 맏잽이들! 토닥토닥 ♥
막디 : 막둥이, 막내 | 알스런 : 안쓰러운 | 맏잽이 : 맏이
세상 모든 맏잽이들.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