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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동 Jan 03. 2024

맏이본능

보따리촉


맏이에게는 본능적으로 

'보따리촉'이라는 게 있다. 

가벼이 얼굴 보는 자리에도 

한 짐 가방 싼다. 


뭐, 별건 없다.

막디 좋아하는 장아찌 조금. 

한 철 나오는 生명이. 

간 슴슴하게 담가 둔 것. 

아부지 드릴 팥앙금 쑥떡 몇 개. 

내로라하는 명인이 만들었다는 

호두 정과 두 통. 


담다 보니 묵직하다.


그럼에도, 

빵순이 빵돌이 조카들 

그 초롱한 눈빛에 

맏이본능이 질주한다.


꼬마 마들렌, 부세, 먹물식빵, 피자식빵, 밤식빵, 모카식빵. 종류별로 다 담았네.


천상 뚜벅이. 

신호등 앞 벤치에 몸부린 친 본능을 

올려놓고 잠시 쉰다.

누가 앉기나 할까 싶던 저 벤치가 이토록 고맙다니.


양손 무겁고 마음 가볍게 식구 만나러, 

아니 소풍 가는 길. 


열여섯 생애 첫 돈벌이. 

그 푼돈 손에 쥐고 겁순이 둘째, 먹돌이 막디 앞장 세워 

'천 원짜리' 돈가스집 어깨 펴고 들어 갔다. 

삼십 년도 더 된 그날, 

그 기름 냄새. 양배추 사라다...



사람이 어째 본능대로만 사요.
누부도 이제 누부 인생 사소.



제 집 꾸려 올망졸망 딸기 같은 딸이 셋. 

막디 말 한마디에 컥 목이 멕힌다 

삼 남매 따로, 또 같이. 

언제 만나도 반갑고 알스런 마음. 

고마움 무장한 맏이 본능으로 지켜 내리라. 


세상 모든 맏잽이들! 토닥토닥 ♥


막디 : 막둥이, 막내 | 알스런 : 안쓰러운 | 맏잽이 : 맏이



세상 모든 맏잽이들.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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