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동 Dec 27. 2023

유정란이야.

포장이 변변치 않아.


잊히지 않을 만큼만 

소식 없이 뜸하다, 

오랜만에 소식 전하는 반가운 이. 

우리 두목님. 


대뜸. 


경주 직송 유정란이야. 

포장이 변변치 않아. 

뚜껑은 없어. 

조심조심 들고 가야 해. 


올말졸망 솟은 계란 한 판을 물끄러미. 


앗! 너 이놈 뚜벅이지. 기다려봐. 

어디 끄네끼 있을 거야. 

"뚜껑도 없어요." 

뚜껑? 뚜껑은...


두목님 차 트렁크가 활짝 열리고 

수건 쪼가리 사이, 귀한 유정 30알. 

다닥다닥 자리 잡았다. 


뚜벅이 유정란에 뚜껑 내어 주고 

빨강 끄네끼까지 돌돌 감아 묶어 준다.

 끄네끼 : 끈 [경상도(대구)사투리]


저 뚜껑에 담겨 있던 우리 두목님 유정들은 트렁크 속 수건 사이사이 자리 잡고 오르막 오를 때 '오, 안돼' 내리막 내릴 때 '오, 안돼' 오로지, 내어주기 위해서 그랬네. 그랬어



두목님 유정들은, 수건 쪼가리 사이에서 조심 조오심. 


오르막. 안돼애. 

내리막. 오. 안돼애. 


계란 한 판 집에 데려가기까지 

두목님 가슴은 살얼음판 위 새가슴 되겠네. 


-삘씅-


평생 공부와 함께 '나'라는 자존 키워준 강의. 바른 자세로 서고 말할 수 있도록 키워 주신 우리 두목님을 생각하며...
이전 09화 져도 꽃은 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