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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동 Dec 20. 2023

져도 꽃은 꽃

서운암 금낭화를 보내며


통도사 공양간에서

나물밥으로 든든하게 배 채우고

초롱초롱하게 달린 방울꽃에 홀딱 반해 해마다 초팔일

꼭 걸음 하자 약속했건만

무심하고도 무시무시한 전염병 창궐에

해도 놓치고

때도 놓치고

한 여름 같이 쏟아진 비에 꽃이 졌다


에헤이... 졌네. 졌어. 다 져버렸어.


그래도 그래도

져도 꽃은 꽃이다

이쁘다

사랑시럽기 그지없다

내년 초팔일에 오자

비 와도 오자

비가 와도 기다려 주고 맞이해 주는

고마운 꽃들


서운함 금낭화여!




2023년 초여름 통도사 서운암 금낭화
양갈래 머리를 땋아 올린 어여쁜 아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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