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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미 Jun 23. 2021

65년생, 나에게도 인스타 계정이 생겼다

나도 이제 ‘인싸’?


“엄마가 그린 그림 인스타에 올려줄까?”

“그게 뭔데?  

“엄마만의 그림 저장 창고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거야?”

젊은 애들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잘됐다. 그렇잖아도 그림 저장하려니까 공간이 부족하다고 나오던데.


“그런데 매일 그림 하나씩 꾸준히 올려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

( 나중에 알았다. 구속력이 있어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싶은 딸의 의도였다는 것을.)


살짝 부담이 되었지만 꼭 안 지켜도 된다는 말에 회원가입을 했다.

“엄마가 해봐~ 안 넘어가는 거 있음 알려줄게.”


딸은 뭣이든 나이 핑계 대지 말고 일단 부딪혀보라고 권유한다.

“책에서 봤는데 일상에서의 작은 습관들을 바꾸는 게 젊게 사는 비결이래.”


 그러고 싶지… 사실, 뭔가를 시도해보기에 나이는 그야말로 핑계일지도 모른다.

아날로그에 더 익숙한 세대라 종이 글씨보다는 전자 텍스트가 눈에 잘 안 들어오기도 하거니와 ,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에 신경을 써야 함이 귀찮아서.

적당히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이유들을 찾다가 보니 그중 만만한 나이 탓으로 둘러댄다.


아이디를 만들고, 비밀번호를 조합하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예전엔 숫자 만으로도 가능했던 것이 요즘은 대부분 영문. 숫자 혼용으로 조합을 해야 되기에, 그것도 사이트마다 요구하는 조건이 달라서 하나로 통일하기 쉽지가 않다.

처음 만들 때엔 분명 쉬운 걸 정했음에도 며칠 지나고 나면 기억이 가물가물해 뭐였더라..? 를 연발하며 ‘헬프 미’를 요청하게 된다.


자주 그런 일이 있다 보니 딸은 아예 내 이 메일 주소, 아이디, 비밀번호를 따로 적어뒀단다.

나도 적어두긴 했다. 어디에다 분명 잘 적어 뒀는데 그 마저 까먹어서 그렇지-.

그래서 요즘은 내가 자주 들춰보는 나태주 님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뒷장 여백에  빼곡히 적어두고는 식구들 한테 공개적으로 소문을 냈다.


한 번은 딸이 친구와 만나고 있는 중에 전화로 내 아이디를 물어보는데, 그 친구도 역시 엄마에게서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는 얘길 듣고는 한참 웃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안도하면서-.


절반은 딸의 도움으로 드디어 인스타 계정을 만들었다.

그림 올리는 방법과 기초적인 설명을 듣긴 했는데 귀에 잘 안 들와 대충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일단 덮어뒀다.  

다른 사람들이 올려놓은 그림들을 구경해보니, 와~ 기가 죽는다.  ‘다들 전문가 수준이네~’

보잘것없는 내  그림을 누군가는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창피하기도 하고 약간 부담도 되었다.


“편하게 생각해. 그림 평가받는 공간이 아니니까~.

그냥 취미생활을 공유한다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엄마가 누군지 아무도 신경 안 써. “  

딸의 말에 용기 내어 첫 그림을 올려 보기로 했다.


‘우선, 그림을 선택하고 - 다음으로 넘어가서 확인 버튼 누르고 - 글쓰기란에  짧은 글을 쓰면 된다고 했지?’

‘근데… 키보드가 왜 이렇게 작아?  분명 키보드가 크게 나왔었는데…’

손가락으로 찍자니 옆에 있는 글자를 건드려 자꾸 오타가 난다.


그다음 해시태그를 달아야 한다며 어디서 끌어다가 붙여 넣기를 하던데… 여기서 또… 막힌다. 읔 ~~~

‘아! 메모장에 적어뒀다고 했었지? 해시태그를 입력하고 - 끝으로 공유 버튼 누르기… ‘

가까스로 첫 그림 올리기 성공!!!  


요즘애들 말로 나도 ‘인싸’가 된 기분!  

혼자 도취되어  인스타에 올라간 내 그림을 봤다. 엥~~ 확대해서 보니 엉망이다. 색칠이 제대로 안되어 비어있는 부분도 있고 바깥으로 삐져나온 부분도 여러 군데다.  ‘취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에라 모르겠다~ 몇 사람이나 보겠어?’

                                                                               (인스타에 처음 올린 그림 -꽃밭 속 우리 부부)

                               


근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누군가 내 그림에 ‘좋아요’를 했다는 알림이 떴다. 한 개도 아니고 무려 열개 씩이나!

 …. 이런 기분이구나! 딴 사람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줄만 알았는데…

나도 이제부터 웬만하면 다른 사람의 글이나 그림, 사진을 보고 나면 ‘좋아요’ 답을 해야겠다.


그림 올리는 재미에 거의 하루 하나씩 올렸다. 그래 놓고 은근히 기다려진다.

‘좋아요’가  내 작은 일상에 박카스처럼 활력을 준다니!

그게 뭐라고 어린아이 마냥 들떠 딸에게 자랑을 했더니, 해시태그 단어와 그림 올리는 시간에 따라 조회수가 달라질 수 있다고 Tip 이라며 알려준다.


기억해 뒀다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할 것 같은 시간대에 맞춰 올려야지 ㅋㅋㅋ

“엄마 관종이야?ㅋㅋㅋ”  딸이 놀린다. 나도 ‘관종’ 이 뭔지 정도는 아는데…


그리고는 꾸준히, 나름대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 틈만 나면 어쭙잖은 그림을 그리고,  밤 시간대를 기다려 그림 올리던… 어느 날.

“이거 뭔 일이지? 팔로워가 생겼어. 열명이 넘었다고!”  너무 기뻐서 호들갑을 떨었다.

나중 딸의 고백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우쭐해 있겠지 ㅋㅋㅋ


“엄마가 내 친구들 그려줘서 감사하다고, 그리고 응원한다고 팔로워 했대.”

“ㅋㅋㅋㅋ 어쩐지~~~~ “

“엄마. 용기 내!  엄마 인스타에 팔로워 한 내 친구들은  여섯 명이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야.”


사실 팔로워가 몇 명이고, 좋아요 가 몇 개 인지가 뭐 그리 중요할까?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는 일상이 취미가 되었고 그로 인해 내 삶이 훨씬 더 풍요롭고 행복한걸.


아! 참고로- 지금은 팔로워가 15명으로 늘었음. 고백하자면, 그중 남편과 조카도 포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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