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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송 Jul 14. 2024

루피노 타마요 뮤지엄

24.05.26_Rufino Tamayo Museum

위치 : 멕시코시티 (Av. P.º de la Reforma 51, Polanco, Bosque de Chapultepec I Secc, Miguel Hidalgo, 11580, CDMX)

설계 : Teodoro González de León & Abraham Zabludovsky

준공 : 1981 (설계기간 : 1972-1973) / 증축 : 2012

연면적 : 6,842 sqm

용도 : 뮤지엄 (문화 및 집회시설)


루피노 타마요 뮤지엄 입구부 (출처 : Cntraveler)


차풀테펙 공원을 둘러보다가 커다란 돌덩이 같은 건물 하나를 지나쳤다. 내부를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정면에 타마요 뮤지엄(Museo Rufino Tamayo)라고 새겨져 있어서 미술관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날은 산책을 하는 중이어서 미술관에 들리지는 않았지만, 인상적인 건물 외관으로 인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답사를 하게 되었다. 


루피노 타마요 뮤지엄은 오디토리움(Auditorio) 역에서 1.5km 떨어져 있어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고, 지난주에 다녀온 멕시코 국립현대미술관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조잡한 진입부와 달리 타마요 뮤지엄은 도로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고, 진입로가 나무로 둘러싸인 산책길 같아서 마음을 가다듬고 새로운 장소로 이동한다는 기대감을 품게 만들어주었다. 

도로에서 보이는 타마요 뮤지엄 간판
산책로 같은 뮤지엄 진입로

뮤지엄 앞에 도착하여 정면에서 건물을 잠시 바라보았다. 내 머리 속에 멕시코 건축은 색상이 화려하거나 재질감이 돋보이고 덩어리 느낌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후자의 이미지에 정말 잘 맞는 건물이었다. 건물 어디에도 창이 보이지 않고, 거친 콘크리트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이후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건물 외관을 살펴보니 역시나 독특한 콘크리트 재료가 차분하고 무게감 있는 인상을 주었다.

루피노 타마요 뮤지엄 전면
루피노 타마요 뮤지엄 후면 / 산책로까지 통일된 바닥 재료

다시 정면으로 돌아와서 천천히 그림자진 입구를 향해 걸어가며 재질을 자세히 관찰하였다. 노출콘크리트처럼 폼타이 구멍이 일정 간격으로 이어져 있었고, 가로줄눈을 통해 같은 재료로 이루어진 건물 입면에 패턴을 만들어졌다. 하나의 재료로 이루어졌지만, 폼타이 구멍과 줄눈으로 인해 건물에 입체감이 생겼다. 그리고 조금 더 가까이 가니 콘크리트에 박힌 수많은 대리석 조각이 콘크리트 질감을 배가시키고 있었다. 콘크리트에 대리석 조각을 넣어 새로운 질감을 만들다니, 그 상상력이 참 부러웠다. 개인적으로 독창적인 형태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새로운 재료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콘크리트와 대리석이라는 보편적 재료를 통해서 만든 것이라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얀 대리석 조각을 박은 콘크리트

그렇게 가까이에서 재료를 관찰하고 나서 입구를 통해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외부에서 내부 공간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어떻게 창이 나있을지, 내부 재료도 일관되는지 등 기대감과 궁금증을 품고 들어갔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입구를 지나기 전, 유리 뒤로 비친 강렬한 빛과 그림자에서 이미 그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고 입구를 지나자마자 마주친 홀에서 천창을 통해 들어온 빛은 강렬한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동시에 건물의 질감과 패턴을 한층 풍부하게 드러내주었다. 빛과 그림자, 빛을 통해 드러나는 독특한 재료, 창틀로 인해 만들어진 그림자 패턴, 높이 변화로 인한 다양한 깊이감 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미술관 내부 풍경은 압도적으로 강렬했다.

홀을 진입하고 나서 가장 먼저 궁금했던 외부 창에 대한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전체적인 덩어리감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에서 창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천창을 통해 풍부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예상보다 훨씬 큰 천창으로 인해 자연채광으로도 내부가 꽤 밝았다.

뮤지엄 입구
뮤지엄 홀

미술관 홀을 지나 왼쪽으로 첫 번째 전시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두 번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내부 홀까지 통일감 있게 유지되던 콘크리트는 전시실로 진입하면서 하얀 배경의 공간으로 전환되었고, 관람객은 작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천장이 하얀 콘크리트 와플빔으로 계획되어서 마감 없이도 독특한 전시공간이 되었고, 빔 사이 홈을 활용하여 조명계획을 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계획을 하면서 각기 다른 요소들을 개별적으로 상상하고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지만, 각 요소들을 연결시키고 통합시키는 일은 티가 나지 않지만 많은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점점 상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건물에 감동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전시실을 이동하다 보니 각 전시관은 다른 층고를 가지고 있었다. 같은 전시 작품이라도 어떤 곳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즉, 멕시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느꼈던 것처럼 작품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고유성을 가진 전시공간을 제안함으로써 작품과 공간의 상호관계를 통한 결과가 관람객에게 전달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관 입구
층고가 다른 전시관
램프로 이어지는 전시관 / 전시관에서 바라본 중앙 전시관

그렇게 층고가 다른 몇 개의 전시관을 지나 중앙 전시관으로 이동했다. 입구 홀 뒤쪽으로 보였던 인상적인 공간은 높은 층고로 인해 다양한 스케일의 전시를 할 수 있는 중앙 전시관이었다. 중앙 전시관 내에서도 높이가 다른 보와 천창으로 인해 깊이감이 생겼고,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가 작품과 함께 공존하는 전시관은 정말 아름다웠다. 미술관을 세 번 정도 방문하였는데, 특히 첫 번째 방문했을 때 높은 층고를 활용한 전시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중요 공간답게 외부에서 활용된 대리석 콘크리트 재료(벽, 천장)와 거친 콘크리트 마감(바닥)을 통해 통일감을 부여해 주었고, 다른 전시관과 다른 독특한 공간으로 디자인되었다.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중앙 전시관
높은 층고를 활용한 중앙 전시관

그렇게 중앙 전시관의 멋진 공간과 작품을 살펴보다가 천장에 반복적으로 뚫려있는 사각형 구멍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 구멍이 미술관을 둘러보며 받은 희미한 감동을 구체화시켜 준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술관을 둘러보며 실내가 무척 깔끔하고 심플하다는 느낌을 반복적으로 받았는데, 그것이 하얀 전시관에서 연유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구멍을 자세히 살펴보니 천장 조명과 그 뒤로 여러 파이프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말은 초기 계획단계부터 배관과 배선을 콘크리트 안에 묻고자 하였고, 천장마감 없이도 어떠한 설비시설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도록 계획하였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중앙 전시관의 멋진 공간과 세심한 계획 요소까지 감탄을 하고 다음 전시관으로 이동하였다.

천장에 반복적으로 보이는 구멍 / 구멍 확대 모습

중앙 전시관을 지나 이동한 다른 전시관으로 이동하였다. 역시나 다양한 층고 공간으로 인해 각기 다른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전에 보았던 하얀 배경과 와플빔으로 디자인된 공간이 반복되며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았다. 다만 의외였던 점은 겉에서 보았을 때 복잡해 보이지 않았던 건물이 내부를 돌아다니다 보니 미로처럼 느껴지며 공간 간의 연결관계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가끔씩 중앙 전시관이 보여서 대략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이후 집에 돌아와 도면을 보고 나서 공간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도면을 살펴보니 중앙의 사선 축과 양쪽의 격자축을 따르는 복잡하지 않은 평면이었다. 그럼에도 여기서 건축의 독특한 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는데, 건물이 사람보다 훨씬 큰 규모의 삼차원 물체라는 점이다. 설계를 하며 평면, 모형, 투시도를 보았을 때 '너무 단순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과 함께 더 다이내믹한 계획으로 변경해야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모형이나 도면이라는 축소된 무언가가 아닌 실제 건축물이 되면 작은 요소가 무척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건물도 마찬가지로 평면도에서는 단순해 보이지만, 직접 경험하며 중간의 사선축 하나가 건물 전체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 것이다. 결국 건축가가 짓는 것은 도면이나 모형이 아닌 실제 규모의 건물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보면, 도면이나 모형에서 느껴지는 것 이상의 현실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전시관과 파티오

이렇게 전시관 전체를 둘러보고 내가 미술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기념품 샵으로 이동하였다. 여기는 증축한 부분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기존 재료와 다른 유리와 일루미늄을 활용하여 디자인되었다. 이제 작품을 보며 스스로 대화하던 시간을 마무리하고 주변 공원을 둘러보며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쉽게 타마요 뮤지엄에도 건축 관련된 책이나 자료는 거의 없었고 예술작품을 설명하는 여러 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기념품샵을 가는 통로

그렇게 기념품샵을 마지막으로 루피노 타마요 뮤지엄 답사를 마무리하였다. 건물은 외관 형태부터 재료와 세심한 계획 요소까지 정말 인상적인 건물이었다. 특히 컴퓨터 작업이 설계 업무의 대부분인 요즘 재료를 계획한다는 것은 온라인상에 있는 재질을 건물에 적용해 보며 다양한 대안을 만드는 것에 국한된다. 하지만 기존의 재료를 기반으로 새로운 재료를 만들고, 탐구하는 작업이 독창적인 건축작업의 핵심요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노력에 비해 큰 효과가 없을지 모르지만, 건축을 세심하게 계획하는 건축가를 통해 나의 허술함을 반성하였다.

루피노 타마요 뮤지엄 전경
루피노 타마요 뮤지엄 후면



<참고 도면 및 자료들>

배치도 (출처 : Liga-Archivos)
평면도 (출처 : Liga-Archivos)
입면도 (출처 : Liga-Archivos)
입면도 (출처 : Liga-Archivos)
단면도 (출처 : Liga-Archivos)



#세줄 요약

- 독창적인 재료의 활용과 내부 주요 공간에도 같은 재료를 통한 통일감

- 설비의 처리와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

- 도면과 모형을 넘어선 실제 규모를 짓는 건축적 상상력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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