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01_University Museum of Contempora
위치 : 멕시코시티 (Av. Insurgentes Sur 3000, C.U., Coyoacán, 04510, CDMX)
설계 : Teodoro González de León
준공 : 2008 (설계기간 : 2004-2005)
연면적 : 13,808 sqm
용도 : 뮤지엄 (문화 및 집회시설)
멕시코 최고의 국립대학인 우남대학교(UNAM)에 현대미술관(MUAC)이 있다. 멕시코에서 꼭 가봐야 하는 건물로 꼽힐 정도로 대학교를 넘어 멕시코 문화를 상징하고 있는 미술관인 듯했다. 사진에서 본 강렬한 사선 매스와 커다란 광장으로 인하여 건물을 궁금해하던 찰나에 우남대학교에 갈 일이 생겨 겸사겸사 답사하게 되었다.
우남 현대미술관은 예술대학 및 극장이 모여있는 남부캠퍼스에 위치하고 있고, CCU 버스정류장에서 350m 떨어져 있어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다. 나는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천천히 대학교 분위기를 느끼며 걸어갔다. 우남대학교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학이기에 건물이 낮고 널찍널찍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잔디밭이나 식당에 사람이 정말 많이 있었는데, 남부캠퍼스는 공연장과 영화관 등 문화시설이 있어서 주말에는 외부사람들이 나들이 오는 곳이라고 한다.
주변 건물을 지나 미술관이 보이기 시작하였고, 사진에서 많이 보았듯이 강렬한 사선의 입면이 눈길을 끌었다. 타마요 뮤지엄을 설계한 테오도로 곤잘레스 레온이 설계하였지만 이번에는 현대적인 디자인의 건물이었다. 광장에서 다양하 각도로 건물을 관찰하였고, 이렇게 조형적으로 흥미로운 건물의 내부는 어떨까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광장에서 건물 정면을 살펴보고 나서 자연스럽게 내부로 진입하였다. 입구를 따라 길게 뻗어있는 내부 공간은 마치 반 외부 같은 아케이드를 걷는 느낌이 들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나열된 천창의 흐름이 내부까지 이어져서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15m 정도 걸어가니 미술관 홀에 도착하였고, 홀의 우측 편에는 티켓 부스, 기념품 샵 등이 있는 서비스 공간이, 좌측 편에는 전시관이 배치되었다.
티켓을 구매하고 왼쪽 전시관 영역으로 이동하였는데, 여기도 길게 뻗은 복도가 있었다. 이렇게 격자 방향으로 끝까지 뚫려있는 복도를 마주하니 불현듯 가나자와 뮤지엄이 떠올랐다. 물론 가나자와 뮤지엄은 투명하고, 가벼우며 새하얀 공간이고, 우남 현대미술관은 단단하고, 무거우며 연한 회색의 공간이라는 점이 달랐다. 가나자와가 투명하고 거리감이 사라진 자연을 그대로 마주하고 있다면, 우남 현대미술관은 단단한 콘크리트 벽으로 인해 분명한 거리감이, 그 위에 앉은 그림자로 인해 아련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유사한 평면이더라도 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각도 조금은 달랐던 것이다. 이렇게 머릿속에서 가나자와 뮤지엄과 비교를 해보며 전시관 내부로 진입하였다.
전시관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사선 유리가 있는 쪽으로 향하였다. 외부에서 무척 인상적이었던 사선 유리가 내부에서는 어떻게 느껴질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선의 창은 생각보다 큰 효과는 없었고, 외부의 조형적 관점에서 설계 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내부에서 사선 유리를 통해 외부를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었기에 이곳에 벤치를 놔두었으면 광장뷰가 하나의 오브제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앉아서 머무를 공간이 없었기에 전시관을 짧게 둘러보고 나서 다음 전시관으로 이동하였다.
다음 전시관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문을 지나면 다음 전시관으로 이동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복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 복도는 옆으로 길게 이어져있었다. 나중에 도면을 확인해 보니 긴 격자 방향 복도가 전시관 전체를 연결하는 동선이었고, 전시관과 전시관은 복도를 지나서 갈 수 있었다. 전시관이 복도로 인하여 서로 직접 이어지지 않기에 매 전시관을 독립적이고 새롭게 관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전시관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미술관은 건물이나 주변 환경보다 전시 그 자체에 집중하는 흐름이 생기게 되는데, 중간 복도를 지나며 분위기가 바뀌게 되니 잠깐동안 리프레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복도와 붙어있는 보이드 공간을 통해 다량의 빛이 들어오며 다양한 깊이감이 생기고, 이는 내가 외부와 연결되어 있는 미술관에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상기시켜 주었다.
이후 복도를 지나 다음 전시관으로 들어가서 작품을 관람하였다. 사선 유리가 있는 건물 정면 전시관을 제외하고 나머지 전시관 내부는 창이 없기에 복도와 내부 전시관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고, 일반적인 사각형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시관에서 멕시코 답게 강렬한 색감과 패턴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이런 강렬한 색감과 반복되는 패턴은 멕시코에 관한 흥미를 이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다. 전시 공간이지만 밝은 색감이 평범한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그렇게 몇 개의 전시관과 복도를 지나 처음 입구에서 연결된 복도로 나오게 되었다. 다른 복도와 달리 반복적인 천창이 일렬로 이어지다 보니 확실히 밝고 외부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천창을 자세히 살펴보니 살짝 경사를 주어 자연스럽게 물이 고이지 않도록 계획을 하였다.
1층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는 도서관, 식당 및 카페, 그리고 특별 전시관이 계획되어 있었다. 평면은 1층과 비슷했는데 특별 전시관과 도서관을 닫아서 일부만 둘러볼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식당 및 카페를 둘러보는데 건물에서 가장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콘크리트와 유리를 사용한 모던한 건물과 통합된 기존 암석, 그리고 그 위에 디자인된 조경이 함께 어우러져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미술관을 둘러보는 사람은 많이 없었는데,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고급 리조트에서 식사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1층으로 올라와서 티켓 부스 옆에 있는 이벤트 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원형 천창과 바깥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이 디자인되어 있었다. 그런데 창이 정말 독특한 높이로 나있었고, 먼 풍경을 바라보기보다 아래층에 인상적인 조경, 암석, 건물이 어우러진 영역(식당 및 카페)을 감상하도록 계획되어 있었다. 건축가가 아래쪽 땅과 건물이 만나는 부분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이벤트 홀까지 둘러보고 나서 건물 내부 답사를 마무리하였다.
바깥으로 나와 건물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정면을 제외한 다른 면은 어떻게 처리되어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물 뒤편은 오히려 모던한 건물처럼 원과 사각형 매스로 이루어져 있었고, 일부에는 캔틸레버로 떠있었다. 이 모습은 내부에서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공간과 더불어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건물을 한 바퀴 돌며 관찰하고 나서 다시 광장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였다. 광장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기도 하고, 어린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다니고, 간식을 팔고 있는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미술관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용되고 있다 보니 더 활기찬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았다. 이렇게 건물 앞 광장까지 살펴보며 우남 현대미술관 답사를 마무리하였다.
우남 현대미술관은 멕시코 최고의 대학 내에 위치하고, 꼭 가봐야 할 뮤지엄으로 홍보되고 있었던 터라 기대를 했다. 특히 미술관을 답사하기 전에는 조형적인 형태와 그로 인한 내부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하지만 정면 부분과 나머지 부분의 매스가 연관성이 없어 보여서 무척 실망스러웠다. 다만 미술관 전시 공간 배치는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미술관은 빛의 양을 통해 공간의 밀도를 결정하였다. 입구와 연결된 메인 통로는 반복적인 천창으로 인해 다량의 빛이 들어오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복도는 중간중간 보이드 공간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양 끝으로 연결된 외부로 인해 밝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 전시관은 빛이 차단되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어두웠다. 이렇게 전시관과 복도를 넘나들며 밝음과 어두움이 반복하여 대비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이로 인해 새로운 전시 공간을 들어가기 전 복도 전이공간을 통해 매번 새로운 전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